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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형상화한 요한계시록

올드 팝의 영원한 고전 ‘Spring, Summer, Winter & Fall’과 ‘Rain and Tears’로 유명한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의 음악이 프로그레시브 록으로 언급되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분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밴드의 3집이자 마지막 작품인 [666]은 그러한 정체성 논란을 일거에 불식시키는 역사상 가장 훌륭한 프로그레시브 록 앨범 중 하나다. 물론 이들의 음악이 처음부터 난해함을 지향했던 것은 아니었다. 결성 초기에는 그리스의 전통 포크를 기반으로 팝적인 멜로디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점차 사이키델릭 록의 요소를 포용하게 되었고 결국 프로그레시브 록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게 된다.

앨범명
666
아티스트 및 발매일
Aphrodite's Child | 1999.03.13
타이틀곡
The System
앨범설명

Aphrodites child 는 70년대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그리스의 대표 그룹이다. 이 앨범은 그들의 가장 대표적인 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앨범에는 Vangelis(Keybord), Demis roussos(Vocal), Lucas sideras(drum), Silver koulouris(guit..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의 음악이 급진적인 성향을 보이게 된 데는 당시 밴드가 겪은 남다른 환경 변화와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바로 1967년에 발생한 그리스 군부 쿠데타로 인해 멤버들은 본국에서 음악 활동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이듬해 프랑스로 주 활동무대를 옮기게 된 것이다. 그 즈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프로그레시브 록이 가장 화려하게 비상한 시기였고 그러한 흐름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보다 직접적으로는 원대한 음악적 야심을 품고 있었던 반젤리스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훗날 반젤리스는 궁극의 인스트루멘탈 아티스트로서 최고의 영화음악가로 명성을 쌓게 되고 데미스 루소스는 아프로디테스 차일드 초기의 음악 스타일로 솔로로서 성공하게 되는 극명하게 엇갈리는 행보를 보이는데, 여기서 밴드 최고의 걸작 [666]이 내부적으로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전제로 반젤리스의 거사(巨事)에 나머지 멤버들이 흔쾌히 동참하게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악마의 숫자로 알려진 “666”이 앨범 타이틀인 것에서 예상하다시피 본작은 성서의 요한계시록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장대하고 의미심장한 콘셉트 앨범이다. 곡들은 세심한 배열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신비와 광기로부터 정돈과 파격의 정서를 수시로 넘나든다. 그런 만큼 특징이라고 한다면 초반부의 ‘Babylon’과 ‘The Four Horseman’ 정도를 제외하고는 싱글 히트곡으로 내세울만한 “노래”들이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담담한 고백조의 나레이션으로 이루어진 ‘Loud, Loud, Loud’와 ‘The Seventh Seal’, ‘Aegian Sea’와 ‘Seven Bowls’처럼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매우 직접적이다. 이렇게 자칫 감상의 집중력을 잃기 쉬운 분위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반젤리스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주의 몫이다.

가장 놀라운 충격과 인상적인 여운을 남기는 것은 도저히 가사를 알아챌 수 없는 읊조림으로 시작하여 급기야 괴성을 분출하면서 절정에 도달하는 ‘∞(Infinity Symbol)’이다. 이 곡은 흡사 성행위의 신음소리를 연상시키는 퇴폐적인 분위기 때문에 본작이 종교 단체의 금지 앨범 목록에 포함되는 데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여기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목소리를 선사하는 영화배우 이렌느 파파스(Irene Papas)는 아방가르드 뮤직의 종결자인 디아만다 갈라스(Diamanda Galas) 이전에 가장 기괴한 보컬을 선보인 가수로서의 이색적인 명성도 얻었다.

더블 LP의 마지막 면에 해당하는 두 곡은 멋진 피날레를 담당한다. 19분을 넘는 대곡 ‘All the Seats were Occupied’는 은유적인 제목처럼 앨범의 주제를 관통하면서 가장 프로그레시브 록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앞선 수록곡들의 파편을 짜깁기하여 샘플로 사용함으로써 해체와 재조합을 통해 새로운 창조에 도달한 명곡이다. 대미를 장식하는 발라드 ‘Break’는 앨범을 통틀어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연출한다. 서두에 언급했던 ‘Spring, Summer, Winter & Fall’과 ‘Rain and Tears’에 익숙했던 청자들에게 가장 반가운 곡이겠지만, 낙천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벗어난 고독과 슬픔의 정서가 지배한다. 또한, 이 곡은 밴드의 해체를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듯해 더욱 서글프게 다가온다.

의도적으로 대중적인 코드를 벗어난 패닉을 지향했다는 반젤리스의 언급처럼, [666]은 극단적인 상업화로 점점 예술적인 가치를 상실해가는 후세의 대중음악을 겨냥한 무시무시한 요한계시록이다. 아프로디테스 차일드는 불과 5년 정도의 전성기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짧은 시간보다 훨씬 오래갈만한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 그들의 아름다운 퇴장을 상징하는 본작은 그 명백한 증거로 기억될 것이다.

100비트 | 이태훈 (뮤직랜드 기획팀장)

모름지기 남자라면 공학과를 나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잘못된(?) 전공을 택하게 되었고, 덕분에 지긋지긋하게 싫어했던 수학, 물리에 기초한 각종 역학 과목들과 씨름하며 보낸 4년 간의 대학 생활은 어떤 의미에서..

http://100be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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