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이었던가, 대학가요제 무대에서 참 재미있는 참가자를 본 기억이 난다. 기타를 치며 폴짝폴짝 뛰던 그만의 독특한 퍼포먼스는 그의 음악과 더불어 이후로도 가끔 기억이 날만큼 인상적이었다. 그는 그 해 대학가요제의 대상을 차지하며 퍼포먼스와 더불어 그 음악성까지 인정받았다. 그의 이름은 이한철.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앨범을 발표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불독맨션이라는 이름의 밴드였다. 때는 2002년. 대학가요제 이후 무려 8년만이었다.
물론 이한철의 첫 앨범이 불독맨션의 [Funk]는 아니었다. 대학가요제 이후 그는 첫 솔로 앨범인 [DEBUT 1995]를 발표하기도 했고 장기영과 함께 한 2인 밴드 지퍼(Zipper)를 통해 그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이 생각했던 것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던 것이 사실. 이후, 절치부심의 시간을 지나온 그가 내놓은 카드인 불독맨션은 음악적인 완성도와 사운드의 정교함으로 대중들과 평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펑크(funk)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도 여타의 모던록 밴드와는 차별화된 점이었다.
이 앨범 [Funk]의 개성은 잘 짜인 콘셉트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앨범은 트랙의 순차적인 진행에 따른 시간적인 구성과 더불어 ‘Open the door’, ‘Room 101’, ‘Room 102’, ‘Room 103’, ‘Room 104’, ‘Close the door’ 등의 트랙 등을 중간 중간에 배치한 공간적인 구성이 돋보인다. 불독맨션이라는 밴드의 이름과도 맞물리는 재치이다. 흡사 불독맨션의 문을 열고 걸어 들어가 각 방마다 준비된 음악과 만나는 느낌이랄까. 더불어 각 카테고리에 엮인 트랙들은 잘 다듬어져 전체적인 균형을 이룬다. 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까지 특유의 화사한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다.
트랙마다 살아있는 펑크의 그루브한 리듬감 역시 이 앨범의 매력 중 하나이다. 보컬과 일렉트릭 기타, 베이스와 드럼의 지극히 록 밴드다운 구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브라스 사운드를 전면에 배치하여 펑크음악의 특색을 살렸다. 두 번째 트랙 ‘Funk’에서부터 앨범의 타이틀 곡인 ‘Destiny’로 이어지는 구성은 시원한 청량감마저 선사한다. 독특한 리듬감의 ‘Apology’와 흥겨운 스카 리듬이 돋보이는 열 번째 트랙 ‘Stargirl, 내 사랑을 받아다오’도 귀에 들어오는 트랙이라 할 수 있을 것.
이들의 활동 당시, 라디오에 출연했던 이한철이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혹시 우울한 곡을 쓰게 될까 되도록이면 밤에는 곡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그 이유에서일까, 불독맨션의 음악은 유독 즐겁다. 흥겨운 리듬과 밝은 가사. 이 여름, 소년 소녀들을 춤추게 하기에는 이들의 음악만한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고민이 유일한 특기였던 어린 시절의 영향 때문인지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이후, 온갖 장르를 막론하고 글쓰는 일을 통해 밥을 벌어왔으며 우연한 기회에 음악글을 쓰게 되었다. 이야기와 사람, 음악과 미술에 지대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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