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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아이돌이 키워낸 사실상 첫 번째 흥행작

서태지와 아이들은 해체 후 미국으로 건너가 이별에 대한 아쉬움을 여행으로 달랬다. 그러던 중 이주노가 라디오 DJ를 제의 받아 국내로 들어오게 되었고 양현석도 같은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둘은 비행기 안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했다. 이주노가 제작에 대한 포부를 밝히자 양현석은 서두르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주노는 투자라기보다 그룹 활동으로 쌓은 막대한 부에서 조금(2억이라고 밝혔다) 떼어 후배들을 위해 쓴다는 개념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실패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춤을 배우겠다고 찾아온 한현남, 송진아, 지준구에 원래는 양현석 라인이던 최승민을 스카우트 해 한 팀으로 묶은 이주노는 ING라는 기획사를 차리고 확실한 메인 보컬이 없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혼성그룹 투투에서 황혜영과 자리다툼 끝에 막 나온 임성은을 캐스팅했다. 임성은은 고사하다 솔로 앨범 조건을 내걸었고 이주노는 이를 받아들였다. 대신 임성은은 댄서를 꿈꾸던 팀원들과 어울리기 위해 춤을 연마해야 했다. 이름은 ‘개구쟁이 악동들의 모임’이란 뜻의 영턱스클럽이라 지었고 배급사는 1995년 삼성 나이세스와 음악 유통 사업에 뛰어든 LG 미디어가 맡았다(LGM은 당시 권진원, 윤도현, 이병우 등의 앨범과 메탈 전문 레이블 볼트, 마이너 레이블 인디즈를 발족하면서 주로 비주류 음악을 의욕적으로 다뤘지만 메이저 앨범인 공일오비 6집과 영턱스클럽 1집으로 대박을 쳤다).

앨범명
1집 정
아티스트 및 발매일
영턱스클럽 | 1996.08
타이틀곡
앨범설명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의 이주노가 제작한 댄스 그룹 영턱스클럽이 1996년 발표해 '정', '못난이 콤플렉스' 등의 곡을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 첫 번째 앨범으로, 메인 보컬을 맡은 임성은과 랩과 보컬에 참여한 최승민, 지준구, 한현남, 송진아가 1..

이주노는 신인수에게 전체적인 곡 작업을 주관하는 프로듀서의 위치를 맡겼고 이철원, 심준석 같은 신인 작곡가들을 기용했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깔끔한 편곡이 돋보이는 댄스 넘버들이 깔려 있고 1990년대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내 영혼 속의 너’와 같은 발라드가 어느 정도 수준을 보증해 주고 있다. 첫 곡은 신인수가 만들고 임성은이 작사가로 참여한 ‘훔쳐보기’란 곡으로 결정되었다. 이들은 당시 최강의 댄스팀다운 안무를 기획했고 뮤직비디오에는 앨범 재킷의 도안을 이용해 트레이드 마크 같은 효과를 주었다. 춤을 잘 보여주기 위해 위에서 촬영하는 기법을 부분적으로 택했고, 얼굴의 일부분에 극한 효과를 주는 조명, 제목과 어울리게 청소부 아저씨가 훔쳐보는 콘티, 그것이 환영임을 알고 놀라는 아저씨의 표정과 최승민의 귀신 목소리 효과를 내는 랩이 상당히 잘 어울렸던 곡이다.

하지만 이들의 인기는 위의 곡보다 신철이 프로듀서로 나선 ‘정’에서 터진다. 이주노는 앨범 제작과정에서 형제나 다름없던 신철에게 도움을 청했고 신철은 DJ D.O.C의 ‘미녀와 야수(Ok? Ok!)’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윤일상을 기억했다. 윤일상은 번번이 퇴짜 맞던 ‘정’을 들고 왔고 이들은 DJ D.O.C의 음악에서 보여줬던 뽕끼를 창출해냈다. 남자가 차를 타고 떠나고 여자가 남아 한숨짓는 첫 장면이 청소년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뮤직 텔레비전에서 하루 종일 나오기 시작했다.

영턱스클럽은 갑자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심지어 ‘정’은 아이돌 그룹의 시작(기획사의 상품성이 포장된 또래집단이라는 의미에서)이라고 여겨지는 H.O.T마저 제치고 1위를 차지한다. 케이블 TV는 물론이고 방송 3사를 다 휩쓸었다. 연이은 후속곡 ‘못난이 콤플렉스’도 상위권에 자리 잡으며 한 번 배팅하고 말았을 그룹이 될 수도 있었던 처지에서 장기계약이 가능한 입지를 구축한다.

데뷔 앨범을 화려하게 마무리 하고 2집에서는 약속대로 임성은이 솔로 앨범을 위해 빠진다. 그리고 메인보컬로 남성이 들어온다. 갑자기 색이 바뀐 것에 대한 우려가 없진 않았지만 박성현이 참여한 2집에서도 윤일상표 트로트가 돋보이는 ‘타인’과 ‘질투’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소포모어 징크스를 말끔하게 해소한다. 특히 2집은 팬들에게 있어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여겨지는 앨범으로 팀의 롱런을 기약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임성은의 빈자리가 너무 컸는지, 아니면 3집을 너무 빨리 내보인 탓(2집과 3집이 한 해에 나왔다)이었는지 ‘하얀 전쟁’은 조기 퇴장하고 만다.

4집에서는 다시 전현정이라는 여성보컬과 댄스계의 기린아 팝핀현준을 영입하고 대대적인 멤버 교체를 통해 일신을 꾀한다. 덕분에 ‘아시나요’는 상위권 진입에 성공하지만 이들의 인지도는 예전 같지 않았다. 훨씬 춤을 잘 추고 잘 짜진 기획사형 댄싱 팀들이 대거 등장했고 S.E.S와 핑클이 등장하면서 요정 같은 외모의 여성 그룹의 판도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5집은 여성 3인조로 편성하고 다른 여성 그룹들과 차별화한 성숙한 이미지를 부각했다. 거기에 한현남이 만든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사랑’이라는 멋진 곡도 선사했다. 하지만 날개도 펴보지 못하고 추락한다. 주가가 바닥으로 내려앉은 영턱스클럽은 임성은이 빠졌던 2집 멤버들이 다시 모여 6집부터는 YTC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송진아가 스노우보드 선수 생활을 시작하면서 이 멤버는 4인조로 7집과 8집까지 활동했고 최근에는 최승민과 박성현이 새로운 여성 보컬 이민경을 영입해 ‘Arise’라는 싱글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아직도 들을 때마다 추억을 돋게 하는 1, 2집의 멤버(임성은 제외)들은 2011년까지 같이 활동을 했다. 원년 멤버 임성은은 필리핀에서 스파 사업에 뛰어들어 CEO로 활동하고 있으며 몇 년 전 스노우보드 국가대표로 팬들을 화들짝 놀라게 했던 송진아는 현대 미디어의 제작 편성팀 마케팅 PD로 근무하고 있다.

100비트 | 현지운 (음악평론가)

모든 이들에게 긍정적 자극을 주고받고 싶은 열정적 음악세계 탐구자.

http://100be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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