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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8 | 2012.07.25
Polaroid Piano 이야기 #1

평면의 사진 위에 음악의 감성을 빌어 또 다른 풍경을 그려내는 원맨 프로젝트 Polaroid piano.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객원 보컬들과 함께 첫 음반을 발매할 그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From Polaroid Piano

빗소리가 날 때마다 유독 아스팔트를 찾게 돼요.
그날도 아마 난 유키 구라모토의 음악들을 들었을 거에요.
유난히 비가 억척스럽게도 많이 내리던.
작업실 바로 앞, 가로등 아래에서 멍하게 서 있었던 그날.
어김없이 난 그 음악을 듣고 있었을 거에요.
우연히 알게 됐지만 이젠 누구보다도 더 그 음악이 내게 살가워졌으니까.

지금도 비가 내리는 밤에 느지막이 작업실로 돌아가게 될 때면,
조금 돌아 이 골목을 걸어요. 아주 천천히... 아껴가면서.
조심스럽게 숨을 들이마시면, 이내 코끝에 닿는 아스팔트 냄새.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상투적인(다른 표현 없을까) 바람이 드는 유일한 순간이에요.
오래된 사진을 찾아 꺼내봤는데, 그리 춥지는 않았던 날씨였나 봐요.
맨발에 탐스를 신고 바지를 걷어 올린 걸 보면.

매번 이런 순간이 찾아올 때면 막연히… 멍 때리면 이런 생각을 했어요.
피아노 건반 하나만 눌러도 모든 걸 채울 수 있는 음악을 하자.
그 건반 하나의 잔향이 없어지기 전에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고,
힘겹게 기다린 그 끝에서 조금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내가 되자.
이렇게 비 오는 아스팔트 위에 멍하게 서서 그렇게 다짐을 했나 봐요.

Polaroid Piano.

난 그냥 피아노가 좋아요. 거창하고 기술 가득한 연주보다는,
소리 위에 어느샌가 내가 얹혀질 수 있는 피아노가 좋아요.
난 정지된 순간이 좋아요. 바쁘게 바쁘게 하루를 지내다가도,
어느샌가 초점 없는 뿌연 어느 곳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그 순간이 좋아요.

그래서 Polaroid Piano 인가 봐요.
폴라로이드에는 저마다의 글과 날짜와 또 숱한 하트들을 마구 그리고 써놓잖아요.
저마다 그 순간을 추억하는 방법이겠죠.
펜으로 사진 속 풍경을 추억하는 것처럼,
나는 음악으로 추억하려고 해요.

어렸을 때부터 난,
말주변이 없어서 해야 하는 말을 많이 못 하고 살았어요.
아…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도 있겠다.
이거 봐… 지금도 난 말주변 없어서 두서가 영 없잖아.
그래서 그때마다 다짐했어요.
나중에 어른이 돼서 세상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게 되면,
그래, 그때 조금씩, 하나씩, 천천히 다 이야기하자.
그렇게 소통할 수 있는 음악을 하자.
몇 번이고 다짐하고 기도했어요.

이제부터 내가 하는 음악은,
멋들어진 가사나 “아! 이런 고급 스킬을 여기에 넣다니!”하 는 그런 건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하다 보면, 1억 명 중 한 명은 나랑 같이 웃고 울고 하겠죠?
그러면, 나는 그 한 명을 위해 뭘 해야 하지…?
해 달라고 하는 거 다 해줘야지!
잊지 마요. 1억 명 중에 단 한 명일 때만 이 계약은 성사되는 거에요.
괜히 갑자기 내게 다가와서 “이거 해주세요. 저것도 해주세요.” 하면 곤란해요.
다 조사해 볼 거에요. -_-

이봐요. 참 두서없죠?

하지만 Polaroid Piano의 이야기는 시작됐어요.
지금도 사실은 작업실에서 곡 작업을 하다가,
창문에 내가 비칠 정도로 날이 어두워졌길래 이렇게 끼적여 봤어요.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내 평생 또 언제 이렇게 긴 글을 써보겠어요?
그러니까 이해해줘요.

이제부터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 그림, 사람… 음악으로 다 말할게요.
그리고 어느 순간에도 설렁설렁하지 않을게요.
(설렁탕 개그 따위는 생각하지도 마요!)
내 전부를 보여주는 내 음악이니까. 우리 음악이니까.

그러면 나는 다시 작업하는 멋진 남자 모드로 전환합니다.

From Polaroid Piano
녹음의 시작

오늘 첫 노래 녹음.
부르는 내내 “참 슬프다” 싶었는데,
이 아이도 부스에서 나와서는 말한다.
“형… 이 노래 왠지 슬프다…”

정말 잘 불러줘서 참 고마운 친구…
(얼굴은 나중에 공개할게요. 이 친구가 좀 비싸요…)

베이스도 참 잘 치고 감성도 좋고 아이디어 또한 괜찮은 좋은 연주자이자,
내게는 너무나도 좋은 김진환 형.
형의 베이스는 정말이지 대륙을 한껏 느끼게 해주었어요.

새벽 1시 51분.

한 곡의 드럼 녹음을 끝내고,
다음 곡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시간.

이 새벽까지 고생하고 있는 두 명의 드럼 연주자들.
그리고 만성피로가 익숙해진 엔지니어.
다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내 동생들.

이렇게 오랜 시간 함께 할 줄 모른 채…

Polaroid Piano…?

옆방에서 들리는 Polaroid Piano의 음악은
그의 평소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피아노 선율에서 느껴지는 그의 표현력은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었다.
마치 여행자와 같은…

푸른 나무가 가득한 숲을 가볍게 산책하고 있었고
광활한 바다를 항해하고 있었고
노을 진 도시의 거리를 걷기도 했었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친구 Polaroid Piano의 음악을 기대해본다.

글/사진 유정균

어디선가 우연히 당신이 만나게 될 지도 모르는 Polaroid Piano…

Mint Paper | 민트페이퍼 (트위터ID mintpaper_)

2006년 작은 음악회인 Mint Festa와 함께 만들어진 민트 페이퍼는 음악 시장을 포괄한 대중문화 전반에 감춰진 주류 세력인 20, 30대를 필두로, 모던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특별한 분들을 위한 문화 포털 사이트입니다.

http://www.mintpap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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