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평단과 매체가 신예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을 연호하며 아낌없는 환호를 보내는 중이다. 타임(Time)지는 그에게 ‘떠오르는 거장’이라는 찬사를 전했고, 빌보드(Billboard)지는 그를 ‘최고의 작가, 최고의 보컬리스트’라고 일컬으며 호평했다. 다른 주요 일간지와 음악 웹진 또한 한목소리로 프랭크 오션을 치켜세우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렇게 열띤 환대를 받은 뮤지션이 또 누가 있었는지 한번 되돌아보게 될 만큼 그 관심의 폭과 양은 실로 대단하다. 지난해 남성 패션 잡지 지큐(GQ)는 그에게 ‘올해의 신인상’을 수여했고, BET 힙합 시상식(BET Hip Hop Awards), 소울 트레인 시상식(Soul Train Awards)에서는 ‘올해의 아티스트’ 부문 후보에 올랐을 정도다. 현재까지 싱글 차트 상위권에 든 노래도 없는 탓에 그의 음악을 아직 접해 보지 않은 이라면 다소 지나치다는 느낌도 들 법하다. 하지만, 이러한 기이하고 과한 반응에는 분명한 근거가 존재한다.
한 매체는 프랭크 오션의 음악을 두고 ‘R&B의 미래’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그의 음악은 리듬 앤 블루스의 과거를 복원하며, 현재를 전시하고, 이를 넘어 미래를 바라보게끔 하기 때문이다. 프랭크 오션은 리듬 앤 블루스의 전통적인 형식으로 듣는 이들로 하여금 마빈 게이(Marvin Gaye)나 프린스(Prince)의 상(像)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면서도 키드 커디(Kid Cudi), 위크엔드(The Weeknd), 드레이크(Drake) 등으로 대표되는 ‘스페이스드 아웃(spaced-out, 몽롱한) 사운드’를 채택해 근래 흑인음악 문법의 한 갈래에도 합류한다. 게다가 때로는 직선적인 구성을 벗어나 변주하고 서사적인 구조를 취함으로써 프로그레시브 록의 모습을 도모하기도 한다. 예스러움과 트렌드를 골고루 담고 변화도 모색하기에 프랭크 오션의 음악은 R&B의 현재와 전후까지 담보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데뷔작 [channel ORANGE]가 2012년 최고의 데뷔 앨범 중 하나로 점쳐지는 까닭이 명확하다.
24살의 청년 프랭크 오션은 외설적인, 혹은 화려한 단어보다는 일상적이고 섬세한 대화를 추구하는 매우 소박한 작사가이다. 그의 따뜻하면서도 우수에 찬 영혼은 마치 스티비 원더, 프린스, 그리고 패럴 윌리암스를 연상시킨다. - 뉴..
리드 싱글 ‘Thinkin Bout You’는 프랭크 오션의 음악적 특징과 보컬리스트로서 지닌 매력을 압축해 보여 주는 노래다. 잔잔하게 흐르는 키보드와 옅은 울림을 내는 드럼 프로그래밍은 처음부터 끝까지 멍한 대기를 조성한다. 여기에 프린스를 연상시키는 가녀리면서도 안정적인 팔세토 창법은 무척 관능적으로 다가온다. 래핑과 싱잉의 중간쯤에 위치한 보컬, 내지를 듯하면서도 어떠한 선을 넘지 않는 가창은 절제미를 느끼게 한다. 초반에 등장하는 현악기는 단 몇 초에 불과하지만, 이는 그의 음악이 고전 R&B에도 적을 두고 있음을 넌지시 일러 준다. 이와 같은 요소들이 뭉쳐 생산하는 여운은 무척 강렬하다.
스킷 격인 ‘Fertilizer’를 두고 흐르는 ‘Sierra Leone’도 미니멀한 비트를 탑재해 흐릿한 대기를 나타내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지극히 단순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드럼과 뒤에 흐르는 효과음이 곡의 분위기를 을씨년스럽게 가공한다. 하지만, 화음을 넣은 보컬을 선보여 따뜻함도 함께 느껴진다. 아웃캐스트(OutKast)의 안드레 3000(André 3000)과 함께한 ‘Pink Matter’에서도 스산한 기운이 또 한 번 펼쳐진다. 뚝뚝 끊어지는 베이스와 무겁게 지나가는 첼로 연주, 멀리서 들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울림은 묘한 냉기를 형성한다. 다른 말로 R&B의 앰비언트화(化)나 다름없다. 이 이채로운 아득함은 처음에는 생경할지 몰라도 강렬한 멋으로 느껴질 듯하다.
오로지 희미하고 멍한 사운드를 펼치는 것만은 아니다. 그러한 기법과 더불어 리듬 앤 블루스의 기본을 탐구하는 노력도 병행한다. 패럴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공동으로 작곡한 ‘Sweet Life’는 실제 악기 연주를 통해 고풍스러움을 재건한다. 명료한 멜로디와 적재적소에서 노래의 풍미를 더하는 깔끔한 하모니, 여기에 관악기가 더해져 고전 R&B 특유의 수수한 그루브를 온전히 나타낸다. 평소에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나 피제이 모튼(PJ Morton), 맥스웰(Maxwell) 같은 뮤지션을 흠모하는 음악팬이라면 분명히 흡족해 할 노래다.
최근 리듬 앤 블루스는 일렉트로니카와 화합하며 현란한 댄스음악으로 스스로를 탈바꿈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프랭크 오션은 그런 유행에 억지로 편승하지 않는다. ‘Crack Rock’은 오히려 재즈적인 요소를 들여 투박한 소리를 내며, ‘Monks’로는 펑크(funk) 록에까지 가지를 뻗는다. 블루스의 느낌을 짙게 깐 ‘Forrest Gump’도 과거의 재현에 합류해 흑인음악의 전통을 향해 간다. 1970년대의 R&B라든가 네오 소울을 갈급한 이에게 프랭크 오션의 음악은 그야말로 복음으로 여겨질 만하다.
정규 앨범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지만 2011년 초에 공개한 첫 믹스테이프 [Nostalgia, Ultra]에 수록된 ‘Swim Good’도 주목할 트랙이다. 힙합 소울의 틀을 띠고 있으나 투박하게 퍼지는 피아노 소리와 오르간으로 옛것의 분위기를 낸다. 차분하게 부르다가 중반을 지나 호소하듯 음성을 높이는 부분은 야릇하게 다가온다.
장장 10분에 달하는 ‘Pyramids’는 [channel ORANGE]의 단연 백미다. 평단도 특히 이 노래에 대해 찬사를 듬뿍 날리고 있다. 타임지는 이 곡에 대해 ‘역작’이라고 하면서 ‘10분짜리 R&B 역사’라고 칭했다. 또한, 인디펜던트지(The Independent)는 ‘클럽 음악부터 슬로 잼까지 동시대 팝의 모든 장르를 소화하는 노래’라고 했다. 매체의 평처럼 ‘Pyramids’는 1980년대를 연상시키는 신스팝 사운드와 그보다는 더 현대적인 일렉트로니카 성격, 리듬 앤 블루스, 록을 두루 거쳐 간다. 그럼에도 절대 어수선하지 않고 명확한 기승전결을 보인다. 이 장대한 구조물을 긴장감 있고 탄탄하게 꾸민 것은 작곡가, 프로듀서로서 프랭크 오션의 뛰어난 재능을 확인하게 되는 부분이다. 카니에 웨스트(Kanye West)가 지난 앨범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에서 몇몇 곡들로 힙합의 프로그레시브 록화(化)를 도모했다면, R&B에서는 스티비 원더, 프린스 등에 이어 프랭크 오션이 다시 한 번 그 업적을 이룬 셈이다.
남성중심주의가 유독 심한 흑인음악 신에서 최초로 동성을 사랑한 것을 알린 인물. 별난 행동과 독특한 음악으로 마니아들과 비평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음악 집단 오드 퓨처(Odd Future Wolf Gang Kill Them All)의 일원. 이 사항들도 프랭크 오션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쏠리게 한다. 그러나 그는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자신만의 음악을 선보여 존재감을 과시한다. 음악적인 완성도와 참신함에 더해 인간관계에 대한 탐구, 부유층과 빈민층에 대한 고찰, 동성 간의 사랑 등 삶의 여러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노랫말도 작가로서의 위치를 높이는 데 공을 세웠다. 그 무게감으로 인해 프랭크 오션은 팝 음악계에서 보기 드문 걸출한 신예로 여겨지고 있다. 올해 말, 혹은 2013년에 열릴 각종 음악 시상식에서 그의 이름이 줄줄이 호명될 것이 분명하다. [channel ORANGE]는 엄청난 첫걸음이다.
글 한동윤 (대중음악 평론가) | 자료 제공 유니버설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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