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진 어워드의 첫 번째 시상식이 막을 내린 지도 벌써 2주가 지났음을 생각하면, 이건 뒷북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시원찮을 리뷰다. 딴은 첫 회다 보니 발생한 시행착오라고 변명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보다는 시상식의 여운을 곱씹을 만한 시간이 필요했다고 에두른 쪽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보도자료 하나 변변히 내지 못했으니 관련기사가 많이 났을 리도 없는 행사였음에도, 여러모로 그간 국내에서 진행된 시상식과는 차별화된 성격으로 첫 걸음을 내디딘 의미를 기록하는 건 비평가의 의무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 글은 현장에서 지켜본 제1회 이매진 어워드의 간략한 전말이다.
2012년 8월 24일 금요일 오후 여덟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5층 연회장에서 제1회 ‘이매진 어워드’가 개최되었다. 선정위원 자격으로 행사장을 찾은 내 앞에는 곧 상패를 안게 될 아티스트의 대다수와 행사를 준비한 여러 관계자들이 먼저 착석을 마친 상태로 예정된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40여 명의 ‘탈출자’도 입장을 시작했다. 여기서 탈출자들이란 8월로 네 번째를 맞는 GET(Great Escape Tour)의 참가자들을 뜻한다. 올 5월 시작된 GET은 제주 생태여행과 공연을 결합한, 즉 뮤지션과 여행자가 섬에서 함께 2박 3일을 보내는 투어 프로그램이다. 언제나 제주로 향하지만 매번 여정이 바뀌는 것이 특징인데, 8월의 탈출자들에게도 전과 다른 새로운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었으니 그것은 (짐작할 수 있다시피) 제주에서 열리는 최초의 음악 시상식 - 제1회 이매진 어워드의 증인이 되는 것이었다.
이매진 어워드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비평가들로만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시상하는 음악상으로 출범하였다. 인터넷포털 다음과 함께 매달 ‘이달의 앨범’을 추천하여 공개하고, 1년간 선정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올해의 앨범을 선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올해 1회 시상식은 22인의 선정위원이 지난 1년 간 추천한 앨범들을 토대로 심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우수작으로 선정된 이달의 앨범은 총 62장. 선정위원회는 투표를 통해 다시 그들 앨범 가운데 가장 빼어난 열 장의 작품을 추려냈는데, 이날의 현장에 모인 아티스트들은 그런 과정을 거쳐 최종 선정된 열 개 앨범의 주인들이었다. 이매진 어워드는 선정된 열 장의 앨범에 동등한 자격의 노미니 디스크를 수여하고, 해당 앨범의 아티스트는 시상식 다음날 공연을 펼친다. 공연이 끝난 직후에는 ‘올해의 앨범’과 ‘네티즌 선정 올해의 앨범’을 각각 한 장씩 발표하는 것으로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한다. 요약하자면 평론가가 주체가 되는 시상식, 그리고 누구나 참여하는 페스티벌 성격의 공연을 연결한 행사다.
저녁 8시를 조금 넘긴 시각, 이매진 어워드 사무국장 박은석이 행사 진행자로 마이크를 잡았다. “시상식의 성격상 매끈한 진행보다는 진정성의 전달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과 “물론, 연예인 MC를 섭외할 제작비도 없었다”는 변명과 함께. 이매진 어워드를 공동주최한 김재봉 서귀포 시장을 비롯 행사를 후원한 이들의 환영사가 이어진 이후, 마침내 제1회 이매진 어워드가 선정한 열 장의 앨범 소개와 시상이 이어졌다. 지난해 6월 발표된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와 얼굴들]을 시작으로 올 3월 공개된 로다운 30의 [1]까지, 열 장의 앨범을 발표한 아홉 아티스트가 이매진 어워드 선정위원장 김현준으로부터 디스크를 전달 받기 위해 단상을 오르내렸다. 첫 번째 수상자였던 장기하는 시상식 뒤에 이어질 만찬을 떠올리며 “배가 많이 고플 여러 사람들을 배려해 빨리 끝내고 내려가겠다”며 소감을 아꼈다. 이디오테잎은 미군 기지가 이전될 제주 강정마을에 관해 말을 보탰다. 이례적으로 두 장의 앨범이 선정된 정차식은 두 개의 디스크를 안으며 “평론가들의 편애”라고 (평론가들로서는 금시초문인)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의 행사, 그러니까 이른바 노미니 어워드는 거기까지였다. 이어 만찬과 가벼운 음주를 겸한 파티가 이어지긴 했지만 분위기는 사뭇 차분했다. 아마 시상식의 핵심인 ‘올해의 앨범’ 수상자 발표가 다음날 공연이 모두 끝난 후로 예정되어 있던 때문이었을 것이다. 관계자들이나 아티스트들이나, 메인이벤트를 앞에 두고 흥청거리긴 힘들었을 테니까. 그럼에도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이렇게 많은 뮤지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도 드물지만 그들이 서로 뒤섞여 정담을 나누는 장면을 보기란 더더욱 흔치 않은 일이다. 어쩌면 시상식의 미덕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년에 한번쯤이나마 뮤지션들이 한데 모여 스스로를 그리고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하는 잔치의 분위기를 제공해주는 것 말이다. 게다가 다른 누구도 아닌 비평가들이 그런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이매진 어워드의 첫 걸음은 이미 절반쯤 성공한 거라는 은근한 뿌듯함도 선정위원회의 일원으로 내가 느낀 감상이었다.
노미니 어워드 다음날인 8월 25일 토요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 1층 이벤트 홀. 오후 두시부터 여덟 시까지 아홉 아티스트의 공연이 진행됐다. 한편 같은 시각 22인의 선정위원은 ‘올해의 앨범’을 가리는 마지막 투표에 들어갔고, 투표 내용은 보안유지 차원에서 사무국장 박은석의 이메일로만 접수됐고 집계결과는 선정위원들에게조차 사전에 공개되지 않았다. 옐로우 몬스터즈의 무대를 마지막으로 공연이 끝난 당일 밤 9시를 넘은 시각, 마침내 두 장의 앨범이 호명됐다. 먼저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와 얼굴들]이 ‘네티즌이 선정한 올해의 앨범’ 상을 가져갔다. 그리고 이어서 제1회 이매진 어워드가 선정한 ‘올해의 앨범’이 발표되었다. 정차식의 [격동하는 현재사]였다. 투표권을 행사한 선정위원들마저 다소 놀라게 만든 결과였지만, 수긍할 수 있었다. 하기야, 따지고 보면, 후보로 이름을 올린 10장의 앨범 가운데 어떤 작품이 수상을 하든 이상할 게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무대에 다시 오른 정차식은 “이 상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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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이 끝난 후 애프터파티를 겸해 밥을 먹었다. 좌우간 뭘 먹었는지 맛이 어땠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본질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주책 맞게 음식 얘기만 남는 이런저런 행사들과는 좀 달랐던 탓이다. 어떤 만족과 어떤 걱정이 그 순간만큼은 밥보다 더 절실하게 느껴져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수상 기회가 찾아오면 다음 앨범을 준비하면서 뮤지션들이 얼마나 큰 힘을 얻는지 아느냐고 묻던 옐로우 몬스터즈가 떠올랐다. 하다 보면 돈이 필요하고 그러다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고, 그러니 초심 잃지 말고 진행되기를 바란다던 이승열도 생각이 났다. 행사를 만든 사람들 또한 같은 마음이다. 계속해서 독려하고 즐길 수 있기를, 어느 순간 찾아온 복잡한 돈 문제로 고전하지 않기를, 그러기 위해서 더 많이 나누고 기다리는 축제가 되기를 말이다.
취미이자 직업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 그리고 취미이자 직업으로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취미일 때 즐겁지만 직업일 때 고민되는 건 몇 년째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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