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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ESCAPE TOUR no.2 리뷰 pt.2
제주는 아름다웠고 GET은 훌륭했다

잠에서 깨어나기로 하자. 2부를 써야 하는 나의 마음은 무겁다. 1부와 비슷한 분량의 글을 또 한 번 써야 하다니. 미각을 잃어버린 장금이처럼 써야 할 드립도 이제는 다 떨어져가고 있는데. 후반을 위해 전반을 버렸던 서태웅과는 정반대로 전반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아 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제주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첫 날과 달리 둘째 날은 환하게 개어 있었다. 운이 좋게도 그날그날의 목적지에 맞게 날씨들이 딱 맞춤해 있는 것 같았다. 버스에 오르기 전 탈출자들의 얼굴은 전날의 숙취와 그 어떤 걱정도 내려놓은 듯한 평온함과 새로운 날의 기대가 뒤섞여있었다.

GREAT ESCAPE TOUR no.2 기록 #3

GREAT ESCAPE TOUR no.2 기록 #4

둘째 날의 시작은 '에코노마드'. 유네스코가 선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이자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지질공원인 제주 천혜의 생태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다. 첫날 고재량 생태해설사에 이어 둘째 날부터는 강성일 해설사가 탈출자들을 위해 제주에 대한 설명을 도왔다. 이 두 분의 생태해설사는 제주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한편으로 무분별하게 행해지고 있는 제주의 개발 바람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 예로, '에코노마드'의 행선지였던 우도에 차량 진입이 허용되면서 우도를 찾는 차량이 늘고, 그 차량들을 위한 해안도로가 건설되고, 해안도로 건설로 인해 천연기념물인 홍조단괴 해빈(紅藻團塊 海濱)의 유실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실정이었다. 우도까지 찾아오며 굳이 자동차를 가져오는 심리를 나로선 잘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과 안타까움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 수많은 차량들과 함께 배를 타고 우도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강성일 해설사의 인솔 아래 그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는 산길을 걸으며 우도를 체험했다. 오늘도 역시 나의 목적은 '침투'. 침투를 위해 우도의 특산물인 우도 땅콩으로 탈출자들을 유인(?)하기로 했다. 하지만 유인하기도 전에 내가 다 먹어버릴 판이었다. 우도는 땅콩마저 맛있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중국산 땅콩보다 껍질이 얇고 크기는 작았는데 맛은 그 이상이었다. 탈출자들과 땅콩을 나눠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눴지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와 같이 '자발적 삭발'을 한다는 이를 발견하고 "이발기는 뭘 쓰냐? 국산 이발기는 역시 조아스가 짱이다" 같은 시답잖은 얘기들을 나눴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시답잖은 대화가 마냥 즐거울 정도로 우도의 풍경은 아름다웠고 마음을 여유롭게 했다.

그리고 이어진 위대한 식탁의 시간.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순식간에 해물 전골을 흡입했다. 새우를 가재로 헷갈려 할 만큼! 해산물들은 크고 풍성했다. 식사를 한 뒤엔 '서빈백사' 해안이라 불리는 홍조단괴 해빈을 찾았다. 백사장은 하얗고, 바닷물은 푸르단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투명했다. 코발트 빛이나 에메랄드 빛이라는 흔한 수사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누구는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누구는 해변에 누워 망중한을 즐겼다. 누구는 바다를 배경으로 셀카놀이에 열중했고, 누구는 그 와중에 전복짬뽕을 먹으며 입과 위를 즐겁게 했다. 어제는 용눈이 오름, 오늘은 우도 바다, 영혼이 살찌는 느낌이었다(물론 위대한 식탁 덕에 육체도 살쪘다). 나 같은 게으름뱅이도 그랬을 진데, 업무에 시달리다 잠시 짬을 내서 온 탈출자들의 경우엔 그 감흥이 더 컸을 것이다.

'점저'로 제주의 명물인 고기국수를 먹고, GET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GET Live'의 현장, 한라대 한라아트홀로 향했다. 한라아트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수많은 제주 현지인들로 가득 차있었다. 850석 규모의 공연장이 매진됐다. GET을 찾는 탈출자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는 것처럼 'GET Live'를 찾는 관객들의 수도 5월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났다. 공연장을 찾은 제주도민의 표정에는 기대감과 궁금함이 섞여있었다. 그 기대감은 몇 시간 뒤 만족감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공연의 첫 순서는 브로큰 발렌타인(Broken Valentine)이었다. [TOP밴드] 출연으로 인지도를 한껏 올린 브로큰 발렌타인에게 쏟아진 함성은 대단했다. 그 함성은 곧 보컬리스트 '반'의 선동과 맞닿으며 공연장을 뜨겁게 만들었다. 이미 좌석 같은 건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무대 앞으로 달려 나가 뛰고 몸을 흔들었다. 고백하건대, 정규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내가 브로큰 발렌타인을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오랜 활동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리 흡족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었다. 하지만 얼마 전 나온 그들의 정규 앨범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날 무대는 브로큰 발렌타인에 대한 호감을 더 키우게 했다. 무엇보다 그들은 이제는 찾기 어려워진 옛날의 '록 스타' 간지를 그대로 품고 있었다. 의상부터 무대 매너까지, 어쩌면 촌스러울 수도 있는 컨셉트를 자기들만의 멋으로 표현해낼 줄 알았다. 이를테면, 공연 중간에 웃옷을 벗어버린 반의 퍼포먼스! 아, 반의 위대한 상체 근육은 위대한 식탁 덕에 더부룩하게 나와 있는 나의 배에게 죄책감을 갖게 했다. 반의 상의 탈의에 자극 받은 것인지, 뒤풀이 때는 크라잉 넛(Crying Nut)의 '캡틴(한경)록'이 그만 하……. 이미지 보호를 위해 여기까지만 얘기하겠다.

앨범명
1집 Shade
아티스트 및 발매일
브로큰 발렌타인 | 2012.05.10
타이틀곡
Shade
앨범설명

팝적인 감수성까지 아우른 건강한 헤비 록 사운드 브로큰 발렌타인을 얘기하면서 'TOP 밴드'를 언급하지 않기란 힘든 일이다. 지금 그들을 향하고 있는 관심의 상당 부분이 바로 그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형성된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

분위기를 완벽하게 달궈놓고 간 브로큰 발렌타인의 뒤를 이어 게이트플라워즈(Gateflowers)가 등장했다. 브로큰 발렌타인의 무대가 화려했다면, 게이트플라워즈의 무대는 돌직구처럼 묵직했다.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첫 정규 앨범의 수록곡들을 중심으로 무대를 이끌어갔다. 음악의 성격에 맞게 관객들은 큰 움직임보다는 박근홍의 개성 있는 보컬과 염승식의 쫄깃한 기타 연주에 주목했다. 3팀의 연속 공연이 이뤄지는 만큼 공연 순서로도 적절해 보였다. 이어진 크라잉 넛의 무대. 굳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히트곡'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날 크라잉 넛은 제대로 보여줬다. '서커스 매직 유랑단'부터 '밤이 깊었네', '말달리자'로 이어지는 히트곡들의 향연은 이날의 무대를 '다 죽자' 분위기로 만들어 놓았다. '탈진 조선펑크'의 시간이었다. 흡족해하는 800여 명의 관객들은 캔맥주 하나씩을 받아 들고 공연장 밖을 빠져나갔다.

앨범명
1집 Times
아티스트 및 발매일
게이트 플라워즈 | 2012.05.29
타이틀곡
잘자라
앨범설명

GateFlowers 1st Album [Times] 데뷔 8년만인 2012년 5월 29일 발매!! '호시절'이 무슨 의미인지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새 앨범의 첫 번째 노래가 "좋은 날"인 것을 보면 어지간히도 '호시절'임을 강조하고 싶었나 보다. 어쩌면 신대철..

하지만 탈출자들에겐 이게 끝이 아니었다. 공연을 끝낸 음악가들과 함께 또 한 번의 뒤풀이가 예정돼있었다. 소주가 있었고, 맥주가 있었고, 삼겹살이 있었고, 좋아하는 음악가들이 바로 옆에 있었다! 좋아하는 음악가와 함께 얘기를 나누고 러브샷을 나눌 기회를 갖는 것. 팬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밴드 멤버들은 테이블을 옮겨 다니며(한경록은 테이블 위를 날아다니며) 적극적으로 팬들과 함께 이야기와 술을 나눴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시간에 나는 또 한 번 탈출을 감행했다. 이미 자정이 넘어가고 있는데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망이•망소이처럼 생긴 외모와는 달리 술•담배를 멀리 하고 '책을 가까이 하는 나'(편집자 주: 시적허용을 남용한 것으로 사료됩니다)는, 그리고 점점 초저녁잠이 많아지고 있는 나는 빨리 자고 싶었을 뿐이다. 무사히 탈출에 성공해 일찍 잠자리에 든 내가 그 다음 날 들을 소식은, 모두 다 같이 퀸(Queen)의 'Bohemian Rhapsody'를 불렀다는 것과 술자리가 새벽 5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몇몇 꽐라 통신과 술자리 실수담도 들려왔지만, 그것들은 모두 용눈이 오름과 우도 바다에 묻어두기로 하자.

일찍 잠자리에 든 만큼 일찍 깼다. '책을 가까이 하는 나'(편집자 주: 반복 효과를 오용한 것으로 판단됩니다)는 모두가 자고 있는 아침에 숙소 밖 벤치에 앉아서 제주 어딘가에 살고 있는 조동익의 [동경]을 들으며 서경식의 '디아스포라의 눈'을 읽었다. 한 시간여의 짧다면 짧은 그 시간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평온했다. 제주에서의 2박3일은 그렇게 평온하게도 하고, 열정적이게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일정은 여유로웠다. 숙취에 찌든 탈출자들을 해장국집으로 안내한 뒤, '의자마을'이라 불리는 낙천리 아홉굿 마을로 가서 보리빵을 만드는 체험을 했다. 보리빵을 만들고, 인근을 천천히 둘러보고, 음악가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제주를 떠나기 전 연락처를 교환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2박3일을 함께 한 인연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커뮤니티 안에서 서로의 근황을 알리고 함께 공연도 보고 있다. 그리고 다들 또 한 번의 GET 참여를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나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관계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돈 내고 참여한 탈출자도 아닌 애매한 위치지만(멋있게 말하자면 경계인!), 관찰자의 입장에서 GET은 나무랄 데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무엇보다 공연과 생태의 결합이라는 애초의 취지가 부족함 없이 펼쳐졌다. 지금도 또 가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경험자들의 바람은 그런 취지가 제대로 전달됐기 때문일 것이다. 중독된 것 같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일단, 나부터가 그렇다. 나는 한 달 이상 밖에 안 나갈 수 있다고 자신할 만큼 혼자 잘 놀고 방구석에 누워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제주에서 보낸 2박3일 동안 이미 GET에 다시 참여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올해 안에 정당하게 금액을 지불하고 원고 걱정 없는 탈출자가 될 계획이다. 그때는 박은석 대표가 날 소중한 '고갱님'의 한 사람으로 대해주길 바랄 뿐이다(편집자 주: 그럴 가능성은 아주 희박해 보입니다). 믿어도 좋다. 제주는 아름다웠고, GET은 훌륭했다. 농구를 좋아하는 강백호의 마음과 제주를 좋아하는 나의 마음은 똑같다.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에는 거짓이 아니라고요."

보다 | 김학선 (웹진 [보다] 편집장)

2000년에 인터넷 음악방송국 '쌈넷' 기자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웹진 '가슴' 편집인과 한겨레신문 객원기자를 지냈으며, 현재 웹진 '보다' 편집장과 '100비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참여하..

http://www.bo-d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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