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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반 바람 반’의 공연
윤상 [Reboot] Concert

6월 3일 일요일 오후 다섯 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 전날에 이어 무대에 다시 오른 윤상은 3년 만의 단독 공연 ‘리부트 콘서트’를 시작하자 마자 네 곡을 연이어 쏟아냈다. “너다섯 곡 달린 다음에 멘트하는 게 트렌드라면서요. 제목 소개 안하고 노래부터 하는 것도 트렌드라면서요. 근데 달리니까 좀 힘드네요.” 돌이켜보면 그는 애초에 트렌드와 무관한 사람이다. 추세를 의식하지 않으며 준수한 음악을 완성하는 뮤지션이다. 공연도 그랬다. 초반에만 숨가쁘게 트렌드를 따르던 그는 어느 순간 호흡을 가다듬은 후, 능란하고 여유롭게 자기 소리를 내면서 중간중간 섬세한 입담으로 은근한 웃음을 선사했다. ‘결국 흔해빠진 사랑얘기’를 소개하면서 그는 “처음 나왔을 당시에는 반응이 전혀 없다가 10년쯤 지나니까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었어요. … 그게 어딥니까”라고, ‘사랑이란’을 준비하면서 “언제부턴가 다른 가수들이 부르기 시작했어요. … 좋은 건 알아가지고”라 덧붙였다. “너무 길게 말하면 모양 빠지는데”라 걱정하면서도 결국 할 말 다 하던 그는 언제나처럼 참 어눌하게 말한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말의 내용이 참 좋다.

몇 차례 TV 라이브 프로그램에서만 그의 무대를 확인했을 뿐 단독 공연은 처음이라 약간 의심했다. 일단 그는 전형적인 스튜디오형 뮤지션인데 그 풍성하고 신비로운 소리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이 될까 싶었다. 그리고 그는 토이나 공일오비처럼 객원가수를 넉넉하게 동원하는 경우가 아니라서 혼자 공연을 짊어져야 하고, 단독 공연이니 당연히 열 곡은 넘게 부르게 될 텐데 원래 탁월한 목청을 자랑하는 가수가 아니다. 기우였다. 물론 ‘달리기’와 ‘Runner’s High’를 연달아 노래했을 때만큼은 노래의 내용처럼 진짜 달리기하듯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언제나 그렇듯 그의 음악은 두텁고 믿음직한 성량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윤상의 음악은 스튜디오와 무대를 가리지 않는 압도적인 편곡과 평이하지 않은 멜로디를 기둥으로 한다. 그리고 마이크를 잡은 그는 사운드의 중앙이 아닌 주변을 신중하게 서성인다. 대체로 사운드를 존중하는 그의 가늘고 아름다운 목소리는 그야말로 ‘소리 반 공기 반’의 정석이다. 혹은 ‘소리 반 바람 반’.

바람 같은 그의 목소리가 가장 크게 역할을 한 노래로 ‘배반’을 꼽을 수 있다. 스산한 음성과 어우러지는 신디사이저의 마법이 이루어지는 순간이기도 했고, ‘배반’은 과연 서글픈 노래일까 찬란한 노래일까를 뒤늦게 고민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현장에서 듣는 노래는 단순한 음률의 흐름이 아니라 아득한 어둠을 뚫고 서서히 빛이 찾아오는 순간을 묘사하는 것만 같았다. 펼쳐진 영상이 없는 데도 잔잔한 영화를 감상하거나 말없이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한편 ‘배반’이 그랬던 것처럼 ‘이별의 그늘’부터 ‘가려진 시간 사이로’까지 그의 노래는 화석이 아니라 그냥 동시대의 작품에 가깝다. 문득 만날 때면 새삼스럽게 감탄하고 성의있게 귀 기울일 정도로, 20년 전 노래도 전혀 낡게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그는 데뷔 시절부터 2000년대까지 참 많은 노래를 남긴 뮤지션이다. 일종의 직업병인데, 언제 어디서든 도입부가 흘러나올 때면 나는 거의 긴장 상태로 노래의 제목이 뭘까를 본능적으로 생각한다. 공연 중의 약 스무 곡을 음미하는 순간만큼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됐다. 고민하지 않아도 그게 뭔지 알았다. 그리고 기다리는 곡도 곧 다 나왔다.

전자음악뿐 아니라 그는 어쿠스틱 음악에도 허술하지 않다. 일례로 4집의 타이틀 트랙 ‘이사’를 노래하기 전에 그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의 첫 기타는 제대로 가르쳐 달라는 그의 부탁에 약간 까칠하게 응하던, 그래서 ‘기타의 신’인 줄로만 알았던 어린 날의 삼촌으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다. 그리고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한 학창 시절 처음 작곡에 눈떴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미디에 매혹되어 새로운 작곡의 세계를 찾기도 했지만, 그러다가도 다시 기타로 노래를 만들 때면 전환의 음악이 나온다고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사’였다. 설명을 듣기 전까지 ‘이사’는 내게 그냥 외울 수 있을 만큼 친근하고 좋은 곡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는 윤상의 음악 여정, 나아가 음악 인생을 한꺼번에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을 만큼 풍성한 의미를 지닌 노래가 됐다. 인터뷰에 준하는 진솔한 음악 이야기도 공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커다란 기쁨이다.

윤상 말고도 다른 부분에서 눈길이 갔다. 중간중간 쏟아지는 아름다운 조명을 비롯해 공연이 끝난 후 영화의 크레딧처럼 공연 멤버들을 소개한 영상이 그랬다. 덧붙여 윤상과 함께 ‘리부트 콘서트’를 구성한, 가장 두드러진 캐릭터 몇을 잠깐 돌아보기로 한다. 윤상 밴드의 드러머 김수준은 정원영 성대모사로 관객을 빵 터뜨렸는데, 윤상의 공연은 이런 식의 ‘인디급’ 개인기가 통하는 이상한 토크쇼이기도 했다. 각종 관악기를 책임진 권병호는 플루트, 하모니카, 리코더를 비롯해 심지어 아코디언까지, 각종 살림살이를 챙기고 나와 다채로운 소리를 만들어주었다. 윤상은 기타리스트 고명재를 두고 “이런 연주자들 때문에 내가 갈수록 자신감을 잃는다”고, “오늘 동원한 기타를 다 합치면 아파트 한 채 값”이라 소개했다. 런치송이라는 이름으로 소극적으로 활동하는 뮤지션이자 콘서트의 음악 감독 권태은(그는 ‘보이스 오브 코리아’의 음악 감독이다)은 잠깐 등장해 자학의 인사(“게스트로 김동률이나 유희열 정도를 기대하고 오셨을 텐데, 이렇게 안 유명하고 저렴한 사람이 나와서 미안합니다”)와 서정의 노래로 공연에 생기를 주기도 했다.

오프닝으로 무대에 선 망각화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청중 같았다(“무대에 서는 것보다 윤상 선배님을 처음 만나는 게 더 떨렸어요”). 몇 해 전 큰 행운이 찾아와 그를 인터뷰했던 적이 있는데, 그건 당시의 내 마음이기도 했다. DJ로 매일 만날 수 있고 TV에서도 심사위원으로 종종 볼 수 있는 사람이지만 그렇게 노출이 잦아도 그는 식상한 인물도 아니고 화제의 인물도 논란의 인물도 아니다. 더디게 음악하는 사람, 하지만 꾸준히 음악하는 사람으로, 그리고 여전히 어렵고 신비로운 뮤지션으로 기억되는 사람이다. 아마도 그가 노래하는 일을 지나치게 아껴왔기 때문이고 아무 데서나 노래를 풀지 않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노래하는 걸 즐기지 않을뿐더러 노래할 기회도 많지 않았다는 그는 노래를 완성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만들고 나면 부르러 다녀야 의미를 얻는다는 걸 알면서도 성향상 늘 외면해왔다고 말한다. 각성 끝에 공연에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도, 반대로 여전히 공연을 망설이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다. 그는 자주 만나든 아주 힘들게 만나든 그는 완벽하게 준비되어야만 노래하고 연주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전히 떨리는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윤상 [Reboot] concert Setlist
1 소리 윤상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2 소심한 물고기들 윤상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3 시간의 얼굴 윤상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4 너에게 윤상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5 가려진 시간 사이로 윤상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6 배반 윤상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7 어떤 사람 A 윤상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8 이사 윤상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9 우연히 파리에서 윤상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10 결국...흔해 빠진 사랑얘기 윤상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11 달리기 윤상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12 Runner's High 윤상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13 감사 Lunchsong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14 사랑이란 윤상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15 이별없던 세상 윤상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16 재회 윤상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17 넌 쉽게 말했지만 윤상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18 새벽 윤상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19 한 걸음 더 윤상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20 Back To The Real Life 윤상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21 이별의 그늘 윤상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22 My Cinema Paradise 윤상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23 영원 속에 윤상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윤상 [Reboot] concert Cast

기타 - 고명재 | 베이스 - 한가람 | 드럼 김수준 | 키보드 홍소진.최수지 | 코러스 이가영 이예준 | 각종 관악기 권병호 |
Music Director 권태은 | Concert Director 강봉구

100비트 | 이민희 (웹진 '백비트' 편집인)

취미이자 직업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 그리고 취미이자 직업으로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취미일 때 즐겁지만 직업일 때 고민되는 건 몇 년째 변함이 없다.

http://100be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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