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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8 | 조회 5799 | 2013.08.23
1980년대 후반 국내 보사노바 음악들

여름밤이 되면 그래도 보사노바를 몇 곡 들어주는 생활을 하고 있다. 보사노바에 대한 첫 기억은 TV로 보았던 프랑스 영화 [남과 여(Un Homme Et Une Femme)]에서 피에르 바루(Pierre Barouh)가 기타를 치며 불렀던 'Samba Saravah'다. 이후에는 샤데이(Sade), 커서는 안토니오 까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의 [Wave]를 좋게 들었던 것 같다. 1980년대 후반에는 퓨전에 관심을 보인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이 하나 둘씩 보사노바 스타일의 곡들을 발표했다. 지금 효기, 나희경, 해랑, 소히, 그룹 블루앤블루처럼 보사노바를 전문으로 하는 가수들의 탄생은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1980년대 후반 퓨전재즈 바람과 함께 안착한 보사노바 곡들을 살펴보았다.

어떤날 - 오래된 친구 (1986)

공연 한 번 하지 않고 TV에 한 번 출연하지 않았지만 (라디오에 두 번 출연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 번은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이유로 되돌아갔고 또 한 번은 너무 긴장해서 PD와 술 마시다 못나갔다고 한다) 어떤날이 단 두 장의 앨범으로 쏘아올린 감성은 일파가 만파가 되었고 그 감성을 가슴에 새긴 평론가들에 의해 그 영향력은 고스란히 각종 집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개인적으로 ‘오래된 친구’는 ‘거리’나 ‘장소’를 친구로 느끼게 해 준 최초의 곡이 아닐까 싶다. 이것은 2집의 ‘초생달’과 ‘덧없는 계절’로 이어지고 김현철도 여기에 영향을 받아 ‘동네’같은 곡을 만들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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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준 - 우리들이 함께 있는 밤 (1988)

오석준은 1집을 내자마자 바로 군에 가야 했기 때문에 얼굴 없는 가수로 라디오를 종횡무진 횡단했다. 덕택에 개인적으로는 가장 목소리와 얼굴이 매치 안 되는 가수 중의 한 명이었다(‘그 누구보다 더’를 부른 이정현과 같은 외모일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이와 비슷한 경험으로는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Manic Street Preachers)의 제임스 딘 브래드필드(James Dean Bradfield)가 있다). 송홍섭이 편곡한 이 곡을 들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항상 같다. 낮에 삼바에 맞춰 열정적인 춤을 춘 뒤 석양이 내려 어두워진 밤 바닷가에서 시베드에 연인과 누워 시원한 칵테일 한 잔을 마시며(가사엔 찻잔이라고 나오지만) 차갑지 않은 바람을 맞는 것.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퍼커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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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수 - 후인 (1988)

최성수의 ‘후인’이 들어있는 세 번째 솔로 앨범은 처음으로 산 최성수의 음반이다. 당시 짝꿍과 서로 카세트테이프를 교환해 가며 들었는데 거의 전 곡이 맘에 들어 테이프를 되돌려주고 난 뒤 살 수밖에 없었다. ‘후인’의 편곡은 유영선이 했다. 그는 앨범의 가장 뛰어난 곡인 ‘내 너를 부르면’을 만들었고(이곡은 후에 오리엔탈 쇼크에서 리메이크 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상당히 뛰어난 감각의 편곡을 선보인 뮤지션이다. 당시에는 트로트 리듬을 차용했던 ‘축제와 나그네’ 때문인지 몰라도 이 보사노바 리듬을 트로트의 변형된 형태로 느꼈던 것 같다. 빛이 되고 싶은 그림자 같은 존재를 나타내는 제목이 참 맘에 들었던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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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 - 행복하여라 (1988)

‘행복하여라’는 원래 이정선의 1집(76년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1집의 버전은 지금 들으면 삶의 모진 고난 속에서도 사랑을 지키겠다는 비장미와 다짐이 느껴지지만 [Ballards]란 타이틀이 붙은 8집에선 보사노사 리듬과 어쿠스틱 기타의 애드립 속에서 이정선의 목소리가 한결 가벼워 내적 독백처럼 들린다. 원곡의 숙명처럼 되뇌는 “사랑하기 때문에”가 빠진 것도 한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박해일은 [은교]에서 소녀와 사랑에 빠진 이적요를 연기하기 위해 1집의 버전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이정선 헌정앨범 [이정선 Forever]에서 김현철이 이 곡으로 트리뷰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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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애 - 호호호 (1988)

한영애의 ‘호호호’는 이 곡의 작곡가인 이영재와 들국화의 최성원, 이장희의 동생 이승희가 1980년 함께 발표한 옴니버스 형식의 앨범에 ‘지난겨울’이란 제목으로 발표되었던 것을 한영애가 제목을 바꾸고 가사도 조금 개사해 리메이크한 것이다. 이 곡의 보사노바 편곡은 국내 편곡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인물인 베이시스트 송홍섭이 했다. 송홍섭은 한영애가 록으로 방향을 틀 때 토대를 만들고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인물이다. 그것은 송홍섭이 2010년 웹진 이즘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껏 세션으로 참여한 작업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앨범으로 한영애의 2집 [바라본다]를 꼽은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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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 말하지 못한 내 사랑 (1988)

동물원하면 떠오르면 보컬 김광석과 작곡가 김창기의 틈바구니에서 동물원의 분위기를 창출해내는 스타일리스트 유준열이 만든 곡이다. 유준열은 고등학교 시절 AFKN TV를 보다 우연히 영화 [OO7 카지노 로열(007 Casino Royale)]을 보게 되었고 주제가였던 보사노바 스타일의 더스티 스프링필드(Dusty Springfield)의 'The Look of Love'를 듣고 반해 버렸다. 이때의 강력한 영향으로 그는 대학 3학년 때 음악을 만들었는데, 그 곡이 바로 동물원 1집에 수록된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이다. 이 곡은 유준열과 '서른 즈음에' 작곡가로 유명한 강승원이 주축이 되어 만든 그룹 우리 동네 사람들의 1집에도 수록 되어 여성 보컬들의 화음이 돋보이게 리메이크 되었다. 이 곡은 다시 박선주에게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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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원, 권인하, 김현식 - 비 오는 날 수채화 (1989)

‘비 오는 날 수채화’는 같은 제목의 영화 주제가로 한 곡을 제외하고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을 강인원이 만들었다. [엽기적인 그녀]로 2001년 대성공을 거둔 곽재용 감독의 데뷔작이다.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강인원은 “이상은의 앨범을 만든 후 매니저를 맡았던 친구가 자신을 배신하는 바람에 3개월간 칩거하는 도중에 곽재용 감독으로부터 영화음악 의뢰가 들어와 만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가사의 의도는 변해버린 친구에 대한 안타까움을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승화시키고자 한 것이다. 원래 이 곡은 김현식과 권인하의 듀엣 곡이었으나 강인원이 합세해 트리오가 된 것은 당시 술이 있어야 노래를 불렀던 김현식이 건강상의 이유로 4소절밖에 부르지 못해 나머지 부분을 채워야 했기 때문이었다.

1 비오는 날의 수채화 강인원 외 2명다른 가수 보기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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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겨울 - 또 하나의 내가 있다면 (1989)

평론가들이 뽑는 명반 리스트에 항상 올라가는 신촌블루스의 2집에 수록된 곡으로 김종진이 만들었고 봄여름가을겨울이 불렀다. 이 곡은 블루스 곡이 아니기 때문에 앨범에서 이질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곡의 완성도가 뛰어나 앨범의 값어치를 오히려 상승 시킨 곡이기도 하다. 이정선과 신촌블루스의 1, 2집을 엮어낸 엄인호는 2003년 웹진 웨이브와의 인터뷰에서 김종진의 곡을 넣게 된 이유에 대해 “(동아기획)의 김영 사장이 봄여름가을겨울을 키우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김영 사장이 부탁을 해서 음반이나 공연에 참여시켰다”라고 말했다. 이 곡은 봄여름가을겨울이 1집을 CD로 발매했을 때 CD 보너스 트랙으로 넣었다.

1 또 하나의 내가 있다면 봄여름가을겨울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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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 춘천 가는 기차 (1989)

어느새 - 장필순 (장필순 1집) / 향기로운 추억 - 박학기 (박학기 1집) / 청혼 - 이소라 (이소라 2집)

김현철 1집을 들었을 때의 그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시간은 어스름해질 저녁때였고 장소는 내 방이었다. 비록 ‘오랜만에’는 알 자로(Al Jarreau)의 'Mornin'과 도입부가 비슷했지만, 모든 곡에는 가벼우면서도 재지한 느낌의 편곡들과 미성의 목소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껏 가요 속에 담겨있던 모든 끈적임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매끈함과 편안함이 있었다. 그리고 ‘춘천 가는 기차.’ 개인적으로 1990년대 초반부에 해마다 경춘선을 타고 춘천을 다녀오던 의식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이 노래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건 나희경이 이 곡을 듣고 보사노바 음악에 빠져들게 되어 브라질 유학까지 가게 된 것과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1989년 김현철은 상당히 다른 보사노바 느낌의 3곡을 편곡한다. ‘춘천 가는 기차’에 살랑거리는 봄 느낌이 있다면(사실 겨울이 배경이다), 장필순의 ‘어느새’는 “내 나이도 희미해져 버리고”의 가사와 장필순의 허스키함이 어우러져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박학기의 ‘향기로운 추억’은 여름밤의 눅눅한 바람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96년 발표한 이소라의 ‘청혼’까지 더하면 김현철은 국내 보사노바의 대중화에 일정부분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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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느새 장필순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3 향기로운 추억 박학기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4 청혼 이소라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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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배 - 그대 내 맘에 들어 오며는 (1989)

이 곡은 발표 당시에도 크게 히트했지만 2005년 조성모의 리메이크 앨범에서 조성모와 조덕배가 듀엣으로 불러 다시 세인들의 기억 속으로 부상했고 2006년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 이보영과 조인성이 불러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1970-80년대 몇 안 되는 최고의 키보디스트 중 한 명으로 세션계를 주름잡았던 변성룡이 편곡한 이 곡은 조덕배가 2012년 결혼한 아내와 밀당을 하면서 만든 곡이라고 밝혔다. 이 곡이 처음 수록된 5집의 표제와 곡 제목은 ‘그대 내 맘에 들어 오며는’으로 되어 있으나 조성모의 리메이크 버전과 삼바 분위기로 연출한 조덕배의 9집에 수록된 버전은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으로 표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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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대 내맘에 들어오면은 조덕배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3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 - W.. 조성모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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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주 - 시간 속에서 (1990)

‘시간 속에서’가 수록된 1집은 90년대 초반 국내에서도 많은 수요가 있었던 GRP 스타일의 퓨전 재즈 열풍 한 가운데 있는 앨범이다. 학창시절 봄여름가을겨울을 듣고 살았던 박선주는 무작정 김종진을 찾아가 프로듀서를 맡아달라고 매달렸고 덕분에 전곡이 그의 손에 의해 요리되었다. 지금은 너무 당연하거나 평범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어떤날에서 봄여름가을겨울과 김현철, 빛과소금 등으로 이어지는 퓨전계열은 당시 주류 가요계가 내놓은 편곡들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이었고 앞의 열거한 뮤지션들에 비해 인정받진 못했지만 박선주의 1집 역시 그랬다. ‘시간 속에서’는 박선주가 동물원의 ‘말하지 못한 내 사랑’에 영감을 받아 고등학교 때 만든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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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외의 곡들

이문세 - 가을이 오면 (1987) 편곡 김명곤
유고집 [광화문 연가]에서 작곡가 이영훈은 “아름다운 강변에서 호수 같은 물가를 바라보며 썼던 곡”이라고 적고 있다.

유재하 - 우울한 편지 (1987) 편곡 유재하
영화 [살인의 추억] 이후로 재조명 받은 곡. 가사 중 “나의 거짓 없는 마음을 띄웠네” 부분 때문에 편지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한동안 네티즌들의 설왕설래가 있었다.

푸른하늘 - 지난날 (1989) 편곡 유영석
푸른하늘의 2집은 유재하의 영향력이 극대화된 앨범이다. ‘슬픈 안녕’, ‘그대 다시 오면’ 등은 유재하를 기린 곡들이고 이 곡 ‘지난날’도 제목에서부터 가사의 부분, 부분이 유재하의 ‘지난날’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박광현 - 잠도 오지 않는 밤에 (1990) 편곡 박광현
이 곡은 이승철 1집에 처음 수록되었고 이 곡을 샘플링 한 김건모의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가 히트해 유명해졌다. 박광현은 이 곡에 대한 사용허가를 작곡가 김창환에게 주었으나 작곡가 명의가 두 사람으로 되어 있는 것에 항의해 2008년 부당이익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 가을이 오면 이문세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2 우울한 편지 유재하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3 지난날 푸른하늘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4 잠도 오지 않는 밤에 박광현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5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이승철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6 우리들이 함께 있는 밤 오석준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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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비트 | 현지운 (음악평론가)

모든 이들에게 긍정적 자극을 주고받고 싶은 열정적 음악세계 탐구자.

http://100be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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