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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 뮤직

추천 2 | 조회 4945 | 2013.08.22
한국 대중음악의 연대기 1992 - 2012
서태지와 아이들에서 장기하와 얼굴들까지

제목을 쓰고 발문을 붙이려다 보니, 불가피하게도, 살짝 민망한 생각이 드는 것은 이 연재물이 당초 작년에 공개되었어야 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한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돌아본다는 취지에 대해서라면이야 딱히 원고 게재의 유통기한이란 게 있을 리 없겠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20주년을 계기로 그런 내용을 다루겠다고 계획했다면 연재 개시의 타이밍 정도는 맞춰주는 게 최소한의 조건이니까 말이다. 그런 기준의 하한선조차 지키지 못했으니 민망한 게 당연할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늦게나마 이 연재를 시작하는 이유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견인했던 한국 대중음악의 활황기와 장기하와 얼굴들로 상징되는 인디 씬의 성장세를 다시 한번 되짚는 일은 늦어도 결코 늦은 게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덩치 큰 기획을 그냥 묵혀둘 수는 없다는 편집자의 절박함도 한 몫을 했다.) 더불어, 조용필의 신작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최근의 현상에서 한국 대중음악의 연륜과 성취를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을 감지한 것 역시도 연재를 감행하게 만든 동력이다.

연재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한 1992년부터 이후 현재까지(개제 시점이 늦어진 김에 2012년까지 다루기로 했다) 한국 대중음악계를 연간 단위로 정리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한다. 음악계의 경향을 통해 당대의 사회적 배경과 문화적 양상을 결산하고자(혹은 당대의 사회적 배경과 문화적 양상을 통해 음악계의 경향을 결산하고자) 의도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매회 원고의 말미에 그 해를 대표하는 노래와 음반을 선정해 소개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하는데, 해당 목록은 음악적 성취보다는 대중적 반향과 사회적 영향에서 상징성을 띤 작품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결과이다. 작품 선별의 기준을 발표 시점이 아니라 히트 혹은 대중적 인지의 시점으로 잡은 것도 같은 이유이다. 물론, 제한된 지면에 한정된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므로 독자의 관점에 따라 누락된 노래와 음반이 눈에 띄는 건 거의 필연적이다. 그러므로 이것이 빠졌다고 질책하기 보다 저것도 생각난다고 귀띔해주시면 우리로서는 연재를 진행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끝으로, 장기하와 얼굴들을 서태지와 아이들의 대응항으로서 선택한 것은 그들이 인디라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음악생태계의 가장 성공적인 존재로서 한국 대중음악의 현재를 반영하는 상징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태지와 아이들과 함께 제목에 올리기에 그 이름의 각운도 제법 훌륭하게 어울리지 않는가?) 그러므로 우리의 선택이 적절했는지 여부는 10년 후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도록 하자.

한국 대중음악의 연대기 제12탄 2003년

2000년은 조성모, 2001년은 브라운 아이즈, 2002년은 보아가 대중음악 이슈의 한복판에 섰다. 그리고 2003년의 대표 가수는 솔로 데뷔곡 ‘텐 미닛’을 발표하고 방송계를 장악한 이효리였다. 화끈한 가사와 스타일링을 통해 요정 시절과 완벽하게 작별했고, 기대 이상의 무대 매너를 선보이는 한편 능란한 진행자로 포지션을 확장하면서 가장 성공적인 포스트 아이돌의 이력을 썼다. 그 이전에 H.O.T. 출신의 강타와 문희준이 솔로 앨범을 공개했고 JTL이 결성됐지만, 이들에 대한 지지는 기존 H.O.T. 팬덤에 한정되어 있었다. 2003년 S.E.S. 출신의 바다와 유진도 각각 솔로 앨범을 발표했지만, 이효리 만한 대중적인 반응을 아무도 얻지 못했다.

팝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이효리에 대한 재평가와 유사성이 발견되는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2003년은 데스티니스 차일드 출신의 비욘세가 빌보드 넘버원 싱글 ‘Crazy in Love’로, 그리고 첫 솔로 앨범 [Dangerously in Love]로 메가 히트를 기록한 해였다. 그룹 멤버로 함께 활동하던 미쉘 윌리엄스와 켈리 로울랜드가 한 해 일찍 솔로 데뷔를 이뤘지만, 비욘세만큼 과감한 전환도 아니었고 비욘세만큼 강렬한 성과를 경험하지도 못했다. 2002년 11월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독립을 시작으로 아이돌 그룹 출신들의 후속 활동이 본격화된 가운데 비욘세는 데뷔와 동시에 가장 압도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여기에는 운도 따랐다. 요컨대, 당시는 틴 팝의 거품이 완전히 빠지고 메리 제이 블라이지, 에미넴, 넬리, 50센트, 블랙 아이드 피스, 알 켈리 등이 차트에 밀착해 순조로운 이력을 쌓아가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2002년 처음 시작된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이 두 번재 시즌을 맞아 루벤 스타더드라는 소울 가수를 발굴한 것에도 투영되어 있듯, 바야흐로 때는 흑인음악의 절정기였다. 비욘세는 대세의 흐름을 타고 등장해 확고한 아이콘이 부재하던 시기에 세상의 관심을 독점할 수 있었다.

1 Crazy In Love (Feat. JAY Z.. Beyonce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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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주류 음악 시장은 미국보다 조금은 더 치열했다. 1999년의 god가 H.O.T.로 상징되는 1세대 아이돌의 바통을 이어받은 과정을 연상시키듯, 퍼포먼스를 보다 강화한 두 명의 남자가수가 등장하여 독자적인 스타덤을 공고히 하기 시작했다. 2003년은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타이틀곡으로 2집을 발표한 JYP 엔터테인먼트 출신의 비, 그리고 힐리스를 신고 환한 미소로 무대에 나타난 YG 엔터테인먼트의 신예가수 세븐이 경쟁을 시작한 해였다. 돌이켜보니 두 가수는 인기의 정점을 기록한 이후의 궤적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가수의 대결이자 소속사간의 대결이기도 했고, 활동의 정점을 경험한 뒤 모두 미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도 비슷하다. 한참 시간이 흘러 두 남자는 연예병사로 입대했고 각각 (비록 내용은 다르지만) 병역문제로 다시 뉴스에 등장했으니 그들은 예나 지금이나 영혼의 짝인 셈이다. 물론 2003년에도 공분을 자극한 엄청난 연예인 병역 이슈가 존재했다. 2003년은 유승준이 ‘스티브 유’로 불리기 시작한 해였던 것이다.

하지만 2003년은 이효리와 세븐, 비 이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유사 가수들을 찾기는 어려웠던 시기로 기억된다. 보아, 신화, 박지윤, NRG 등 그만큼 공격적인 퍼포먼스로 비슷한 이력을 쌓아왔던 가수들도 각종 가요 프로그램 1위 기록을 나눠 갖기는 했지만, 실속있는 여파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그들의 단발성 댄스음악보다 우리의 입에 더 오래 남은 2003년의 노래들은 감상 중심의 발라드였다. 고른 가창력과 반전의 뮤직비디오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신예 그룹 빅 마마의 ‘Break Away’가 대표적이다. 그밖에 성시경의 ‘차마…’, 브라운 아이즈의 ‘점점’, 임창정의 ‘소주 한 잔’,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Missing You’, 휘성의 ‘With Me’, 김범수의 ‘보고 싶다’ 등을 그 해의 가요로 꼽을 수 있다. 이는, 바꾸어 말하자면, 이미 검증된 가수들이 안정적인 행보를 이어갔다는 얘기가 된다. 한편, 이 해는 지금까지 활동하는 주류 힙합 아티스트들이 미래를 모색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2003년은 에픽 하이의 1집, 리쌍의 2집, 씨비매스의 3집이 나란히 발표된 해였다.

1 차마... 성시경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2 점점 브라운 아이즈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3 소주한잔 임창정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4 Missing you Fly To The Sky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5 보고싶다 김범수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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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003년 역동의 시장은 다른 곳에 있었다. 2003년은 다양한 밴드가 더 많은 청중과 소통했던 해였다. 가장 대표적인 아티스트는 YB다. 2002년 월드컵 이후 “국민 밴드”의 지위를 얻은 YB는 평소와 다른 결정을 내렸다. 밴드의 자작곡이 아닌 윤일상이 작곡한 ‘잊을께’를 6집 타이틀곡으로 발표했는데, 이는 2006년의 ‘나는 나비’와 함께 YB의 후반기 대표곡으로 자리잡았다. 150만 관객 동원을 이룬 영화 [클래식]을 통해 델리 스파이스의 낭만적인 노래 ‘고백’이 회자됐으며, 그 이후 이 노래는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소재로 한 각종 로맨스의 배경음악으로 친숙하게 쓰일 수 있었다. 홍대 앞의 경향과는 조금 달랐던 새로운 레이블 플럭서스의 등장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플럭서스는 메이저와 인디의 애매한 경계에서 검증된 아티스트 위주의 준수한 음악을 소개하면서 밴드 음악의 활성화에 기여한 레이블이다. 첫 번째로 소개된 아티스트는 일기예보 출신의 강현민을 브레인으로 한 러브홀릭으로, 그들의 싱그러운 노래을 통해 레이블의 출범을 알렸다. 잊혀진 이름인 줄로만 알았던 유앤미 블루 출신 이승열의 솔로 이력도 여기서 시작되었다. 2년 전부터 무성한 소문과 함께 음원 파일로만 돌고 돌던 캐나다 교포 출신의 신비로운 뮤지션 클래지콰이도 여기서 간을 보고 있었다.

1 잊을께 YB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2 고백 델리스파이스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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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홀릭과 이승열이 전부가 아니었다. 2003년에는 차곡차곡 이력을 쌓다가 확실한 전환의 음악을 선보인 아티스트가 많았다. 한때 언니네 이발관의 드러머였다는 과거를 완벽하게 세탁하고, 소울 기반의 음악으로 동네 공연에 매진하면서 승승장구한 김반장의 밴드 아소토 유니온이 대표적이다. 기반의 변화를 맞이한 밴드도 있었다. 2003년 발표한 넬의 세 번째 앨범 [Let It Rain]은 일각에서 1집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서태지 컴퍼니가 기존 발표한 두 장의 앨범에서 밴드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함께 제작을 시도한 모험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을 두고 발전을 이루면서 곧 터질 성과를 기다린 밴드도 있었다. 박혜경의 뒤를 이어 한희정을 받아들인 더더였다. 밴드의 핵심 멤버이자 프로듀서였던 김영준과 3집부터 호흡을 맞춘 끝에 발표한 그들의 4집은 밴드의 대표작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했던 측면에서 상징적인 작품이 되었다. 2004년 시작된 제1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 부문을 석권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뜬금포가 한 방 있다. 가진 것 없지만 당당한 청춘을 여과없는 방식으로 노래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데뷔 앨범은 록 스피릿을 새롭게 해석한 배짱의 작품이다.

2003년은 새 대통령의 새로운 정부가 시작된 해다.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한 시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음악과는 모든 것이 무관했다. 화제의 가수와 또렷한 히트곡이 있었고 우호적으로 평가될 만한 뮤지션의 앨범이 쏟아졌다고는 해도, 사실상 20년의 넓은 관점에서 볼 때 2003년은 그냥 단조롭고 무난했다. 시장을 둘러싼 폭풍급 뉴스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다들 하던 대로 잘했고 살아남지 못한 자는 알아서 도태됐으며 팝의 종주국 미국이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었다. 그리고 이처럼 활기 없는 흐름은 이듬해까지, 그리고 그 이후까지 지속됐다. 사실상 세상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다. 이를테면 그 해의 흥행 영화 [살인의 추억]과 [올드 보이], 북한 사람들도 녹화 테이프를 공유했다는 드라마 [대장금]을 비롯해 디씨 폐인을 양산한 드라마 [다모] 등으로부터 2003년 국내 대중문화의 윤곽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민희)

2003년의 대표곡
1 10 MINUTES 이효리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2 태양을 피하는 방법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3 Break Away 빅 마마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4 와줘.. 세븐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5 With me 휘성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6 절룩거리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7 사랑하니까 Loveholic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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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의 대표작

아소토 유니온 [Sound Renovates A Structure]
이승열 [이날, 이때, 이즈음에]
넬 [Let It Rain]
푸른새벽 [Bluedawn]
껌엑스 [What's Been Up?]
더더 [The The Band]
모하비 [Machine Kid]
코코어 [Super Stars]

아소토 유니온 [Sound Renovates A Structure]
이승열 [이날, 이때, 이즈음에]
넬 [Let It Rain]
푸른새벽 [Bluedawn]
껌엑스 [What's Been Up?]
더더 [The The Band]
모하비 [Machine Kid]
코코어 [Super Stars]

100비트 | 이민희 (웹진 '백비트' 편집인)

취미이자 직업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 그리고 취미이자 직업으로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취미일 때 즐겁지만 직업일 때 고민되는 건 몇 년째 변함이 없다.

http://100be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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