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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 뮤직

추천 1 | 조회 4970 | 2013.07.31
한국 인디 20년 - 우리가 기억해야 할 100장의 음반 (9)

한국 인디 음악의 연원을 특정하는 일은, 과거사를 다루는 작업들이 언제나 그렇듯이, 쟁점적이다. 누군가는 크라잉 넛의 노래 ‘말달리자’가 발표된 시점을, 누군가는 배드 테이스트의 셀프 타이틀 앨범이 공개된 날을, 또 누군가는 홍대 앞 주차장에서 ‘스트리트 펑크 쇼’가 벌어진 때를 그 유력한 후보로 언급할지 모른다. 시간을 거슬러 특정한 문화적 현상의 근원을 따지는 일은 대개 상징적인 사건들을 주목하기 마련이고,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상징성의 가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밝혀두건대, 여기 “한국 인디 20년” 기획을 마련하며 우리가 주목한 상징적 사건은 ‘클럽 드럭의 오픈’이다. 1994년 7월 마포구 서교동 86-35번지에서 문을 연 이 수상한 이름의 클럽은, 뉴욕의 ‘CBGB’와 런던의 ‘100 클럽’이 그러했듯, 한국 인디 음악의 자궁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판단이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보다 ‘씬의 성립’이라는 관점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인디 음악 여명기의 가장 중요한 매개체는 앨범이나 레이블이기 전에 라이브 클럽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클럽 드럭의 오픈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한국 인디 20년” 기획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인디의 범주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질문이 남아있으니까 말이다. 한국에서 메이저와 인디를 구분하는 일은 자본의 성격을 기준으로 삼는 미국과 영국의 그것과 다르다. 2011년 여름, 한국독립제작자협회 출범을 앞두고 열린 토론회에서조차도 한국의 인디를 정의하는 기준이 뜨거운 감자로 대두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우리가 기성성의 관계와 음악성의 지향을 분류의 기준으로 포함시킨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이 리스트가 완벽하지 않다는 자인으로 읽힐 수도 있다. 우리도 부정하지 않는다. 장필순과 유앤미 블루의 작품들은 배제되었지만 윤영배와 이승열의 작품들은 포함된, 메이저를 통해 제작되거나 유통된 작품임에도 델리 스파이스와 배드 테이스트의 데뷔작은 포함시킨 반면 이상은과 자우림의 일부 앨범은 배제시킨 목록의 완결성의 한계를, 우리도 알고 있다는 말이다. 다만, 우리가 여전히 진화와 변모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 음악계의 현재적 관점에서 이 목록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한국 음악계를 관찰하는 반영하는 자료로 일말의 역할이나마 수행할 수 있다면 이 목록은 소임을 다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리스트는 맹신도 불신도 바라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각자의 기억을 우리의 목록과 대조하는 것으로 이 기획에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20. 디제이 소울스케이프 [180g Beats](2000)

나에게 2000년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직접적으로는 세기말을 넘어 좋은 앨범들이 많이 나왔던 해이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론 일종의 분기점이 될 만한 앨범들이 나온 해였기 때문이다. 디제이 소울스케이프의 [180g Beats]는 소문으로만 전해지던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진격을 알린 작품이다. 한국 힙합 역사에서 가치 있는 작품을 꼽을 때 맨 앞자락에 설만한 앨범이며, 기존의 한국 힙합과는 완전히 다른, 또 당대의 트렌드와도 관계없는 독자적인 디제이 소울스케이프의 어법이 담겨있는 앨범이다. 이것은 한 마디로 우아한 비트의 세계다. (김학선)

19. 언니네 이발관 [후일담](1999)

‘90년대 인디 씬의 태동기에 등장한 언니네 이발관은 데뷔작을 통해 해외의 인디 모던 록/얼터너티브의 장르적 흐름을 조금은 어설펐어도 적절한 '한국적 수용'으로 소화해 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밴드의 리더 이석원의 진짜 음악적 야심은 이 두 번째 앨범을 통해 공고해졌다. 데뷔작에서 그저 연주에 전념하던 정대욱이 작곡 파트너가 되어 탄탄한 연주와 함께 기타 록의 매력을 재정비한 것이 이 음반을 당시의 상업적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평단과 인디 록 팬들에게 그들의 대표작으로 인정받게 한 이유다. '어제 만난 슈팅스타', '실락원', '무명택시', '청승고백' 등 언니네 이발관의 오늘을 있게 만든 알찬 기타 록의 향연이 가득한 걸작. (김성환)

18. 레이니 썬 [Porno Virus](1998)

레이니 썬은 1997년에 열린 페스티벌 ‘락앤롤 코리아’에서 관중을 압도해버렸다. 그리고 장시간 다듬어 온 곡들을 순식간에 녹음하여 앨범을 발표한다. 그리고 1998년에 열린 또 다른 페스티벌에서 정차식은 특유의 말투로 “오랫동안 참아왔던 똥을 쌌다”고 말했다. ‘Pig Cross’와 ‘North’의 흡입력은 지금도 흔치 종류의 것이고, ‘Porno Virus’와 ‘Underground Season’처럼 골 때리는 곡들도 여전히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병적으로 절규하고 주술적으로 읊조리는 정차식의 보컬, 그리고 얼터너티브와 메탈, 사이키델릭과 호러를 기묘하게 접목한 개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나도원)

17. 3호선 버터플라이 [Time Table](2004)

모든 예술 분야에 있어 가장 어려운 것이 ‘늘 새로울 것’, 뒤를 잇는 두 번째가 ‘지속할 것’이라 볼 때, 3호선 버터플라이는 이 땅에서 그 둘을 동시에 해내는 흔치 않은 밴드다. 이들의 세 번째 앨범 [Time Table]은, 지금(2013년)까지 3호선을 정의하는 그 기적 같은 명제를 비로소 가능케 한 커다랗지만 작은(혹은 작지만 커다란) 첫걸음이었다. 대중성과 실험성, 낯섦과 익숙함, 과거와 미래 등 상반되는 이미지들이 별다른 위화감 없이 한 장의 앨범 안에서 기분 좋게 소용돌이 친다. 이런 미덕을 가진 밴드와 앨범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흔치 않다. (김윤하)

16. 정차식 [황망한 사내](2011)

인디 씬에 좋은 앨범이 풍년이었던 2011년. 그 중에서도 정차식의 [황망한 사내]는 문제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작’이라는 표현이 웃기다. 무슨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닌데 말이다. 레이니 썬의 보컬 시절부터 무시무시할 정도로 감정 표출에 거침이 없던 남자 정차식은 솔로 1집인 [황망한 사내]에서 심연을 게워낸 이야기들을 다양한 리듬 위에 얹어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만들었다. 작사, 작곡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 가이드 연주까지 해냈으니 100% 온전한 정차식의 음악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혼자 만들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인간 정차식의 이야기가 지닌 완결성이다. 그 이야기들은 대체적으로 황망해서 영화에 치면 김기덕에 비교할 수 있겠다. “황망해야 황망한 음악이 나온다”는 명제를 우리에게 던져준 것만으로도 가치가 큰 앨범이다. 그리고 정차식은 ‘희대의 남성 뮤지션’으로 떠올랐다. (권석정)

15. 서울전자음악단 [Life Is Strange](2009)

이 앨범의 핵심 포인트는 ‘라이브’와 ‘아날로그’에 위치한다. 이런 이유로 공연장에서 특히 빛을 발하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앨범의 가치가 삭감되지는 않는다. 빠르고 단단하며 날렵하게 질주하는 사이키델리아라고 해야 할까. 그러면서도 그들은 사이키델릭 밴드답게, 시종일관 음악으로 우아하게 몽상할 줄 안다. 첫 곡 ‘고양이의 고향노래’에서부터 강렬한 이미지를 던져주는 ‘종소리’, 마치 3부작처럼 들리는 ‘섬’, ‘서로 다른’, ‘꿈 속에서’에 이르기까지, 21세기에 걸맞게 업데이트된, ‘사이키델리아의 오래된 미래’ 같은 작품. (배순탁)

14. 할로우 잰 [Rough Draft in Progress](2006)

음악이 감정의 표현이고 매개이며 감정 그 자체라는 점을 이 앨범만큼 강렬하게 보여주는 앨범이 있을까. 할로우 잰의 이 앨범은 부당하고 불합리한 세계에 의해 끊임없이 좌절하고 상처받으면서도 순수한 본질을 염원하는 자아의 내면을 격렬한 하드코어와 포스트 록의 언어로 아름답게 담아냈다. 도저한 슬픔은 서사시처럼 드라마틱하고 맹렬한 포스트 록 음악의 서사를 통해 탄탄한 구조를 획득했고, 보컬의 그로울링과 일렉트릭 기타의 아르페지오와 트레몰로는 그 구조 안에 인간의 마음을 온전히 담아내며 듣는 이를 격랑 속으로 몰아넣는데 성공했다. 이 얼마나 탐미적인 발화인지. 이 얼마나 진심 같은 음악인지. (서정민갑)

13. 미선이 [Drifting](1999)

루시드 폴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자칫 밴드 미선이의 음악은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사운드가 비교적 강렬하다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노랫말 속에 담긴 정제되지 않은 감정들은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라 불리는 그의 현재와는 약간의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 하지만 미선이의 음악은 굳이 누구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묵직한 폭발력을 지닌다. 조곤조곤 읊조리는 노랫말들의 내용은 결코 나약하지 않으며 이들이 엮어내는 멜로디 역시 그리 유려하진 않지만 그 자체로 깊은 서정성을 발산한다. 생각해보면 당시 이들은 아직 20대였고, 그건 아직 절망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음을 의미하는 지도 모르겠다. 바로 이들의 노래가 그러하듯. (이은정)

12. 허클베리 핀 [18일의 수요일](1998)

록에서 3인조 편성은 단순하지만 응집력 있는 사운드를 구현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기용과 남상아, 김상우로 이루어진 이 당시 허클베리 핀에게 3인조 편성은 날이 선 삼각형을 의미했고 일부 곡에서 베이스를 채우지 못한 결핍마저 팽팽한 긴장감을 낳았다. 발매 초기에는 단순히 그런지 사운드를 모방한 앨범 정도로 폄하되었지만 ‘첫 번째 곡’, ‘불을 지르는 아이’, ‘Huckleberry Finn’, ‘죽이다’ 등에 담긴 태도는 절대로 유연해질 수 없는 기질과 전복을 외치는 공격성을 동시에 띠고 있으며 이는 제도권과 차별화된 인디 음악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것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인디 역사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송라이터(이기용)와 보컬리스트(남상아)의 출현을 알린 앨범이기도 하다. (문정호)

11. 못 [Non-Linear](2004)

못의 데뷔가 신선했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모던 록과 일렉트로닉의 방법론을 결합한 시도부터가 당시 한국 인디 음악계에서는 새로운 가능성의 발견이라고 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리고, 보다 궁극적으로는, 상호 이질적인 요소들에 대한 “비선형”적 접근을 통해 앨범 [Non-Linear]가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작용하는 복합적 컨텍스트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요컨대, 앨범의 대표적 트랙들인 ‘Cold Blood’와 ‘카페인’에서 보여주듯, 못은 ‘80년대 발라드 가요의 통속성과 21세기 전자음악의 기능성을 뒤섞어 익숙하지만 새롭고, 낯설지만 친숙한 특유의 정서를 창출해냈던 것이다. 일렉트로닉의 외피와 모던 록의 내면을 접목하는 최근의 경향을 그들은 이미 10년 전에 구현해내고 있었던 셈이다. (박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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