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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 뮤직

추천 6 | 조회 4965 | 2013.07.26
한국 인디 20년 - 우리가 기억해야 할 100장의 음반 (8)

한국 인디 음악의 연원을 특정하는 일은, 과거사를 다루는 작업들이 언제나 그렇듯이, 쟁점적이다. 누군가는 크라잉 넛의 노래 ‘말달리자’가 발표된 시점을, 누군가는 배드 테이스트의 셀프 타이틀 앨범이 공개된 날을, 또 누군가는 홍대 앞 주차장에서 ‘스트리트 펑크 쇼’가 벌어진 때를 그 유력한 후보로 언급할지 모른다. 시간을 거슬러 특정한 문화적 현상의 근원을 따지는 일은 대개 상징적인 사건들을 주목하기 마련이고,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상징성의 가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밝혀두건대, 여기 “한국 인디 20년” 기획을 마련하며 우리가 주목한 상징적 사건은 ‘클럽 드럭의 오픈’이다. 1994년 7월 마포구 서교동 86-35번지에서 문을 연 이 수상한 이름의 클럽은, 뉴욕의 ‘CBGB’와 런던의 ‘100 클럽’이 그러했듯, 한국 인디 음악의 자궁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판단이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보다 ‘씬의 성립’이라는 관점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인디 음악 여명기의 가장 중요한 매개체는 앨범이나 레이블이기 전에 라이브 클럽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클럽 드럭의 오픈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한국 인디 20년” 기획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인디의 범주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질문이 남아있으니까 말이다. 한국에서 메이저와 인디를 구분하는 일은 자본의 성격을 기준으로 삼는 미국과 영국의 그것과 다르다. 2011년 여름, 한국독립제작자협회 출범을 앞두고 열린 토론회에서조차도 한국의 인디를 정의하는 기준이 뜨거운 감자로 대두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우리가 기성성의 관계와 음악성의 지향을 분류의 기준으로 포함시킨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이 리스트가 완벽하지 않다는 자인으로 읽힐 수도 있다. 우리도 부정하지 않는다. 장필순과 유앤미 블루의 작품들은 배제되었지만 윤영배와 이승열의 작품들은 포함된, 메이저를 통해 제작되거나 유통된 작품임에도 델리 스파이스와 배드 테이스트의 데뷔작은 포함시킨 반면 이상은과 자우림의 일부 앨범은 배제시킨 목록의 완결성의 한계를, 우리도 알고 있다는 말이다. 다만, 우리가 여전히 진화와 변모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 음악계의 현재적 관점에서 이 목록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한국 음악계를 관찰하는 반영하는 자료로 일말의 역할이나마 수행할 수 있다면 이 목록은 소임을 다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리스트는 맹신도 불신도 바라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각자의 기억을 우리의 목록과 대조하는 것으로 이 기획에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30. 로로스 [Pax](2008)

멜로디는 쉽게 귀에 박히지 않고, 가수의 중요한 자질인 고음은 온데간데 없으며, 곡의 길이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스킵의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Pax]는 이렇듯 자본주의의 미덕인 속도의 경쟁을 이겨내고 무중력 상태로 자유낙하 한다. 멜로디는 첼로의 비애 속에 부유하며 말초신경을 퇴화시키지만 그럼에도 마치 툭툭 던지듯 내뱉는 보컬은 그 어떤 콜로라투라보다도 큰 반향을 일으킨다. ‘방안에서’의 정서가 쓸쓸히 비행하는 화자의 심정을 전체적으로 대변하는 것 같지만 자주 듣다 보면 그렇게 인내한 후에 느리게 찾아오는 평화를 느낄 수 있다. 인디 씬이 품고 있는 다양성이 얼마나 굵고 깊은 뿌리를 가졌는지 느끼게 하는 앨범. (현지운)

29. 아소토 유니온 [Sound Renovates a Structure](2003)

흑인음악을 비롯한 비주류 음악을 하나로 묶는다는 의미를 지닌 아소토 유니온은 10년 전 그 당시, 흔치 않은 훵크 음악을 구사하던 밴드였다. 그들은 단 하나뿐인 결과물인 [Sound Renovates a Structure]을 통해 제목처럼 새로운 구조의 음악을 대중들에게 선사했다. 그간 우리나라의 어떤 뮤지션들도 쉽게 흉내 낼 수 없었던 정통 그루브로 가득한 이 앨범은 그 이질적인 세련됨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박수소리와 신나는 퍼커션으로 앨범의 포문을 연 후 트럼페터 이주한의 피쳐링이 돋보이는 두 번째 트랙 ‘We Don’t Stop’을 거쳐 ‘Make It Boogie’로 이어지는 플로우는 이들이 왜 자신들의 음악을 일컬어 ‘Dazz(Danceable Jazz)라 칭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은정)

28.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우정모텔](2011)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음악은 말하자면 빈티지 댄스 록 또는 신스 팝이다. 이를 한국화된 것이라 부르든 구남만의 개성이라 명명하든 상관없을 것이다. 이 앨범은 1집에 비해 한층 더 정연하고 명징해졌다. 소박하면서도 울림 많은 기타, 투박한 드러밍, 그 주변을 유영하는 반짝거리는 많은 샘플링과 음향들이 자유롭고도 밀도 있게 짜이고, 트로트 리듬, 국악 장단, 뿅뿅거리는 효과음 등 많은 음악들이 한데 어우러져 구남만의 것으로 재탄생했다. 늘쩍지근한 농담과 유머, 투박하고도 나른한 울림, 눅눅하면서도 재기발랄한 리듬 등은 또 얼마나 쓸쓸하고도 유쾌한가. 구남만의 그루브는 이렇게 건강하게 또 길게 남아있다. (최지선)

27. 가리온 [Garion](2004)

가리온이 앨범 한 장 없이 전설처럼 회자되었던 때를 기억한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뿌리가 가리온이라는 공감대가 깊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Garion]이 발표되었다는 것은 구전으로만 전해져 온 신화가 마침내 정식으로 기록되었음을 의미한다. 물론 괴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이전이었다면 모를까, [Garion]이 발표된 것은 2004년의 일이다. 스타일만 놓고 보면 당대의 유행과 거리가 멀었고 SNP 출신들에 의해 새롭게 정립된 라임 체계가 표준으로 자리잡던 시기에 과거의 유물이 느닷없이 발굴된 모양새였던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역사적인 가치를 동반한 클래식이 부재했던 상황에서 이를 해소시켜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Garion]의 의미는 충분하다. (문정호)

26.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와 얼굴들](2011)

장기하와 얼굴들의 2번째 앨범은 망할 가능성이 꽤 높은 앨범이었다. 데뷔 앨범이 처음에 화제가 된 건 ‘달이 차오른다 가자’나 ‘싸구려커피’의 컨셉트 때문이었고, 컨셉트로 인한 성공을 이어가기란 싸이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데뷔 앨범을 성공적으로 발매한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부담스러울 2번째 앨범이니, 이 어찌 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장기하는 모두의 생각을 뛰어넘는 ‘뮤지션’이었다. 장기하가 2번째 앨범에서 보여준 건 음악적인 장인정신이다. 곡의 구성이나 연주, 사운드까지 순결하고 탄탄하다. 소포모어 징크스는커녕 전작보다 더 훌륭한 2번째 앨범을 내놓은 것이다. 확신컨대, 장기하는 앞으로 오랜 기간 동안 훌륭한 음악을 들려줄 거다. (김종윤)

25. 갤럭시 익스프레스 [Noise on Fire](2008)

그 어떤 분야에서건 애정은 곧 능력이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로큰롤에 대한 애정은 그래서, 결국 그들의 능력으로 치환된다. 화끈한 라이브로 단숨에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팀답게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본작에서 그야말로 쉬지 않고 말달린다. 타이틀 그대로 ‘불타는 (로큰롤) 노이즈’의 향연이다. 자연스레 로큰롤의 ‘저돌성’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이 앨범을 능가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록의 현장을 포복하면서 스스로의 몸으로 지도를 그려낸 듯한 음악이, 바로 여기에 있다. (배순탁)

24. 정차식 [격동하는 현재사](2012)

이 “황망한 사내”는 현실을 회피하지 않는다. 어디를 둘러봐도 예술가적 쿨함이나 댄디즘은 발견되지 않는다. 그것이 그가 이 남루하고 속물적인 현실을 통과하고 부대끼는 방식이다. 스트레이트한 로큰롤과 그와는 대척점을 형성할 법한 ‘뽕짝’의 기운, 내성적 마초의 열정이 만나 ‘옷깃을 세우고’, 이 풍진 ‘달콤한 인생’을 향한 소박하고 절박한 블루스를 형성한다. 예술가의 열정을 “채울 수 없음을 알지만 무모하게도 그것을 향해 질주해 나가는 욕망”이라 규정한다면, 이 작품이 그러한 욕망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점을 밝히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격동하는 현재사]를 통해 정차식은 어설픈 자기위무나 공감대 형성을 노리기보다는, 두려울 정도로 신랄하고 적나라한 자신의 모습을 거침없이 펼쳐 보인다. 그렇게 음반은 그 자체로 ‘격동’하는 작품이자, ‘현재를 살아가는 예술가의 역사’를 반영하게 되었다. (이경준)

23. 럭스 [우린 어디로 가는가](2003)

펑크에 대한 선입견과 현장에 없는 자들의 공론(空論)이 얽혀있긴 하지만 한국 펑크는 보폭을 넓히고 있었다. 순수 펑크 레이블인 스컹크를 고집스레 지켜온 원종희가 리드하는 럭스의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는 그런 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가치를 지녔다. “음반을 듣기도 전에 가사만으로 감동을 느껴본 경험은 좀처럼 기억나지 않는데, 이 앨범이 그렇더라.” 당시 나의 고백이다. 또한 에너지 넘치고 분노가 살아있고 신념이 가득했다. 비타협은 철없음이 되고 편법이나 마찬가지인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 주류로 진입할 수 없는 현실에서 깡이 담긴, 깡만 있는 게 아닌 작품이 나왔던 것이다. 뛰어난 펑크 앨범이며 좋은 록 음악 앨범이다. (나도원)

22. 코코어 [Super Stars](2003)

한 그룹에서 여러 멤버가 자기 색을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4인조 그룹 코코어도 이우성(보컬, 기타)이 구심점이 되어 활동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해를 거듭하면서 황명수(보컬, 기타)와 이우성이 투톱 체제를 형성하더니, 세 번째 앨범인 본 작품에서는 김재권(보컬, 베이스)까지 자기 지분을 갖기 시작했다. 시타를 활용한 사이키델릭 록 넘버 ‘슬픈 노래’(이우성 곡), 미국의 벡(Beck)을 연상케 하는 얼터너티브 록 트랙 ‘야광 원숭이’(황명수 곡), 컴퓨터 음악을 적극 활용한 ‘농담처럼’(김재권 곡) 등 모든 수록곡이 작가 개개인의 취향을 반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밴드 특유의 우울한 감성과 낮은 공기는 변함이 없었고, 그 속에서 그룹의 아우라는 더 눈부신 빛을 발했다. 한 마디로 [Super Stars]는 한 인디 밴드의 모범적인 진화상을 담은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다. (김두완)

21. 국카스텐 [Guckkasten](2009)

인디 씬에 있어서 2008년은 국카스텐, 장기하와 얼굴들, 검정치마 이 세 뮤지션들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뜻 깊은 한 해였다. 이는 필시 새로운 록 스타의 출현이었고, 그러한 ‘거대한 점’은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니까. 특히 국카스텐은 오랫동안 동고동락해온 네 명의 멤버들이 동등한 사각형을 이루며 분출하는 록의 본질을 제대로 보여줬다. 라이브에서 터져 나오는 에너지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Guckkasten]은 ‘나는 새’ 국카스텐이 가장 빛나던 시기의 음악을 그대로 담아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큰 앨범이다. 방송을 통해 이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록 밴드가 된 그들이 메이저 기획사에서도 [Guckkasten]처럼 날 선 에너지가 그득한 차기작을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권석정)

100비트 | 백비트 (대중음악 웹진)

100비트'는 한겨레신문사와 젊은 대중음악평론가들이 함께 만드는 대중음악 웹진입니다. 록 음악에 많이 쓰이는 박자를 뜻하는 음악 용어이자 비틀즈의 무명 시절을 다룬 영화 제목 'Backbeat'를 변형한 것입니다. 숫자 100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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