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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 | 조회 5153 | 2013.07.26
한국 인디 20년 - 우리가 기억해야 할 100곡의 노래 (8)

한국 인디 음악의 연원을 특정하는 일은, 과거사를 다루는 작업들이 언제나 그렇듯이, 쟁점적이다. 누군가는 크라잉 넛의 노래 ‘말달리자’가 발표된 시점을, 누군가는 배드 테이스트의 셀프 타이틀 앨범이 공개된 날을, 또 누군가는 홍대 앞 주차장에서 ‘스트리트 펑크 쇼’가 벌어진 때를 그 유력한 후보로 언급할지 모른다. 시간을 거슬러 특정한 문화적 현상의 근원을 따지는 일은 대개 상징적인 사건들을 주목하기 마련이고,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상징성의 가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밝혀두건대, 여기 “한국 인디 20년” 기획을 마련하며 우리가 주목한 상징적 사건은 ‘클럽 드럭의 오픈’이다. 1994년 7월 마포구 서교동 86-35번지에서 문을 연 이 수상한 이름의 클럽은, 뉴욕의 ‘CBGB’와 런던의 ‘100 클럽’이 그러했듯, 한국 인디 음악의 자궁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판단이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보다 ‘씬의 성립’이라는 관점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인디 음악 여명기의 가장 중요한 매개체는 앨범이나 레이블이기 전에 라이브 클럽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클럽 드럭의 오픈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한국 인디 20년” 기획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인디의 범주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질문이 남아있으니까 말이다. 한국에서 메이저와 인디를 구분하는 일은 자본의 성격을 기준으로 삼는 미국과 영국의 그것과 다르다. 2011년 여름, 한국독립제작자협회 출범을 앞두고 열린 토론회에서조차도 한국의 인디를 정의하는 기준이 뜨거운 감자로 대두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우리가 기성성의 관계와 음악성의 지향을 분류의 기준으로 포함시킨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이 리스트가 완벽하지 않다는 자인으로 읽힐 수도 있다. 우리도 부정하지 않는다. 장필순과 유앤미 블루의 작품들은 배제되었지만 윤영배와 이승열의 작품들은 포함된, 메이저를 통해 제작되거나 유통된 작품임에도 델리 스파이스와 배드 테이스트의 데뷔작은 포함시킨 반면 이상은과 자우림의 일부 앨범은 배제시킨 목록의 완결성의 한계를, 우리도 알고 있다는 말이다. 다만, 우리가 여전히 진화와 변모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 음악계의 현재적 관점에서 이 목록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한국 음악계를 관찰하는 반영하는 자료로 일말의 역할이나마 수행할 수 있다면 이 목록은 소임을 다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리스트는 맹신도 불신도 바라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각자의 기억을 우리의 목록과 대조하는 것으로 이 기획에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30. 원더 버드 ‘옛날 사람’(1999)

내가 천재적인 뮤지션이 된다면, 앨범을 딱 한 장만 내고 혹은 전설적인 노래를 딱 한 곡만 발표하고, 바람처럼 사라지겠다는 로망을 품어본 적이 있다. 부질없는 몽상이지만, 원더 버드의 ‘옛날 사람’은 그러한 스토리에 잘 부합하는 곡이다. 원더 버드는 환상적인 이 곡을 담은 데뷔 앨범을 내고 뿔뿔이 흩어졌지만, 그렇지만 ‘옛날 사람’은 누군가의 “한국 인디 베스트 플레이리스트”에 담겨 친구의 친구로 전해지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로파이 사운드 위에서 노래를 못 부르는 보컬이 가슴을 뛰게 하는 로큰롤 멜로디를 목청껏 부르는 것만큼 매력적인 일이 또 있을까?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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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델리 스파이스 '항상 엔진을 켜둘게'(2001)

간만에 터뜨린 반가운 홈런이다. ‘챠우챠우’에 비하자면 엄청 역동적인 노래지만 ‘챠우챠우’에 준하는 서정의 노래이기도 했다. 홀로 한밤중에 들을 때면 정말로 시동을 켜놓은 차가 우리를 어딘가로 데려갈 것만 같았다. 착각을 환상으로 바꿔놓은 힘은 문학적인 가사와 생동감 넘치는 사운드 진행에서 나왔다. 낭만적 드라이브라는 스토리와 제대로 맞아 떨어지는 완벽한 악곡의 구성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빈틈 하나 없이 후련하게 전개되는, 그래서 도입부부터 후렴구까지 또렷하게 기억되는 멜로디 또한 높이 사고 싶은 부분이다. 델리 스파이스가 발표한 수많은 노래들을 통틀어 단연 최상급 선율이라 단정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이런 노래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린다. (이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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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노 브레인 ‘넌 내게 반했어’(2004)

한국에서 인디 음악계와 주류 음악계는 여전히 가깝고도 멀리 떨어져 있다. 홍대의 스타가 한국의 스타가 되기 어려운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러나 거친 사운드를 다듬고 대중성을 강조하면서 주류 진입에 성공한 경우는 엄연히 존재했고, 그 중 하나가 2004년 ‘넌 내게 반했어’를 부른 노 브레인이라 할 수 있다. 매끈한 록 사운드에 기반을 둔 뚜렷한 기승전결, 단출한 노랫말과 긍정적인 분위기는 노 브레인의 이미지를 쇄신하기에 충분했다. “한국 펑크의 대명사였던 밴드가 이게 웬 사랑 타령이냐!?”며 한동안 그들을 폄하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이것은 변절이 아닌 혜안이었다. 그만큼 이 노래는 잠시 주춤거리던 한 밴드의 수명을 연장한 것은 물론 인디와 주류 사이의 벽을 한층 더 낮추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두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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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노이즈가든 ‘기다려’(1996)

헤비 록 밴드로서 한 획을 그은 ‘90년대 인디의 사례를 거론해야 한다면 노이즈가든이 단연 독보적이다. 1집 앨범에 수록된 ‘기다려’는 이들을 대표하는 곡. 레드 제플린이나 블랙 새버스, 나아가 당대의 사운드가든이나 앨리스 인 체인스 등을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들의 음악이 다양한 근원으로부터 출발하고 있음을 이 곡은 잘 들려준다. 노이즈가든의 음악이 전반적으로 그러하듯, 중후하고 묵직한 리프를 중심으로 전반부가 구성되어 있지만, 아름답고도 처연한 선율과 함께 변화하는 후반부도 인상적이다. 웅장한 리프부터 영롱한 사운드까지 넘나드는 윤병주의 기타, 박건의 무게감 있는 보컬, 그리고 주로 미드 템포로 연주되는 이들의 음악을 역동적이면서도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베이스와 드럼 연주까지,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탁월한 노래이다. (최지선)

26. 미선이 ‘송시’(1999)

1998년 들어 인디 앨범이 쏟아지고 그들의 행위가 매체를 통해 다루어지면서 관련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지만 그와 동시에 선입견도 생겼다. 독특한 이름과 괴상한 퍼포먼스, 펑크 밴드들을 중심으로 한 무모한 열정 등이 핵심이었다. 미선이 역시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지만 그들의 음악은 다른 밴드들과 조금 달랐다. 물론 인디 초기에 유연한 태도와 팝적인 센스를 지닌 밴드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선이의 경우는 그보다 훨씬 가요 감성에 가까웠고 서정적인 멜로디 속에 비수를 숨기며 주목 받았다. ‘송시’가 대표적이다. 이는 강성과 연성, 둘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지점이었고 일부는 어떤 날의 음악을 떠올리기도 했지만 ‘송시’에 담긴 처절한 감성은 미선이 고유의 것이었다. (문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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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서울전자음악단 ‘꿈에 들어와’(2004)

신윤철이 신중현 선생의 아들이자 유명한 기타리스트로서가 아니라 명쾌한 존재감의 아티스트로 기록되기 시작한 것은 서울전자음악단과 ‘꿈에 들어와’가 등장한 이후일 것이다. 서울전자음악단의 1집 자체가 신윤철이 만들어둔 곡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기타리스트로서의 그가 앨범 내에서 차지하던 절대적인 비중을 감안하면, 서울전자음악단은 신윤철이 밴드라는 형태 안에서 하고 싶었던 음악을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한 추억일 것이다. 다만 밴드의 해체와 함께 이제는 정말로 지나간 ‘추억’이 돼버렸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일 뿐이다. (서성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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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크라잉 넛 ‘밤이 깊었네’(2001)

펑크로 주구장창 달리던 이들이, 혹은 폴카 리듬의 ‘서커스 매직 유랑단’으로 특유의 인디적 감수성을 숨기지 않던 이들이, 달콤한 팝 사운드로 ‘밤의 송가’를 만들어내리라 기대했던 이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밤이 깊었네’는 분명 펑크와 하드코어 주도적인 클럽문화가 기타 팝과 포크 등의 장르로 새로운 물결을 형성하며 변곡점을 틀 때의 분위기를 받아들인 곡이다. 하지만 곡의 뒷부분에서 느낄 수 있듯이 정체성을 완전히 비워버리지 않음으로써 그 새로운 흐름에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지 않은 곡이기도 하다. 밤이 되면 클러버들을 추억으로 하나되게 만드는 신묘한 분위기의 청춘 연가. (현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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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바세린 'Assassin of Death'(2004)

한국 메탈코어의 역사가 된 노래. 몰아치면서도 디테일하고, 격렬하면서도 장엄하다. 짧은 곡 안에 메탈코어가 담지하고 있는 정신과 미적 지향을 음악의 구조와 사운드로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자신만만하게 큰 그림을 던져 놓고 그 안에서 힘껏 내달리고 조였다가 풀어내는 여유, 그리고 능수능란하게 다른 장르의 스타일을 혼합시키는 연주력은 여전히 바세린을 추억하게 만든다. 이제는 이 노래 이상을 만들어내는 밴드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 한국 코어 씬의 숙제 아닐까. (서정민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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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게이트 플라워즈 ‘예비역’(2010)

잘 알려진 대로 지상파의 한 경연 프로그램은 이들을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대중적 스타로 견인했고, 더 많은 관객을 공연장에 끌어 모으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정작 EP 때부터 이들의 포텐셜을 눈치 챈 영민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으며, 아메리칸 하드 록 블루스에 대한 진중하고 단호한 탐사를 보여준 이 곡에 대한 반향도 처음에는 결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 곡은 언젠가는 ‘삐져나올’ 운명이었다. 중의적인 메시지, 일말의 ‘의구심’을 ‘기우’로 뒤바꾸는 박근홍의 결기 있는 보컬, 칠 때와 빠질 때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염승식의 기타, 리듬 파트가 록 음악의 중핵임을 일깨우는 듯한 양종은과 유재인의 리듬 파트, 그리고 진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울림을 주는 멜로디까지 모두. ‘예비역’은 록 밴드 편성이 조합해낼 수 있는 최상의 감동을 선사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곡’임을 밴드는 웅변해냈다. (이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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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절룩거리네’(2003)

2000년대 한국 인디 씬에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젊은 세대의 패배주의적 정서를 가장 공감 가는 가사로 유머러스하게 표현할 줄 알았던 몇 안 되는 뮤지션이었다. 그의 데뷔작이자 여전히 그의 대표작으로 기억되는 [Infield Fly]에서 ‘스끼다시 내 인생’과 함께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관점을 대표한 이 곡에서 그는 심플하고 밝은 곡조의 포크/록 리듬 위에 자신에 대한 조소와 연민을 통해 역으로 세상의 불공평함을 꼬집는다. 특별한 가창력 없이 그저 스스로 소외된 자가 되어 감정 그대로의 자조적 분노를 목소리에 실었던 그는 이제 세상에 없지만, 이 노래는 그와 감정적 아픔을 공유하는 모든 청춘들의 송가로 남아있다. (김성환)

1 절룩거리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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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비트 | 백비트 (대중음악 웹진)

100비트'는 한겨레신문사와 젊은 대중음악평론가들이 함께 만드는 대중음악 웹진입니다. 록 음악에 많이 쓰이는 박자를 뜻하는 음악 용어이자 비틀즈의 무명 시절을 다룬 영화 제목 'Backbeat'를 변형한 것입니다. 숫자 100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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