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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 뮤직

추천 1 | 조회 4755 | 2013.07.24
한국 인디 20년 - 우리가 기억해야 할 100장의 음반 (7)

한국 인디 음악의 연원을 특정하는 일은, 과거사를 다루는 작업들이 언제나 그렇듯이, 쟁점적이다. 누군가는 크라잉 넛의 노래 ‘말달리자’가 발표된 시점을, 누군가는 배드 테이스트의 셀프 타이틀 앨범이 공개된 날을, 또 누군가는 홍대 앞 주차장에서 ‘스트리트 펑크 쇼’가 벌어진 때를 그 유력한 후보로 언급할지 모른다. 시간을 거슬러 특정한 문화적 현상의 근원을 따지는 일은 대개 상징적인 사건들을 주목하기 마련이고,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상징성의 가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밝혀두건대, 여기 “한국 인디 20년” 기획을 마련하며 우리가 주목한 상징적 사건은 ‘클럽 드럭의 오픈’이다. 1994년 7월 마포구 서교동 86-35번지에서 문을 연 이 수상한 이름의 클럽은, 뉴욕의 ‘CBGB’와 런던의 ‘100 클럽’이 그러했듯, 한국 인디 음악의 자궁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판단이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보다 ‘씬의 성립’이라는 관점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인디 음악 여명기의 가장 중요한 매개체는 앨범이나 레이블이기 전에 라이브 클럽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클럽 드럭의 오픈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한국 인디 20년” 기획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인디의 범주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질문이 남아있으니까 말이다. 한국에서 메이저와 인디를 구분하는 일은 자본의 성격을 기준으로 삼는 미국과 영국의 그것과 다르다. 2011년 여름, 한국독립제작자협회 출범을 앞두고 열린 토론회에서조차도 한국의 인디를 정의하는 기준이 뜨거운 감자로 대두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우리가 기성성의 관계와 음악성의 지향을 분류의 기준으로 포함시킨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이 리스트가 완벽하지 않다는 자인으로 읽힐 수도 있다. 우리도 부정하지 않는다. 장필순과 유앤미 블루의 작품들은 배제되었지만 윤영배와 이승열의 작품들은 포함된, 메이저를 통해 제작되거나 유통된 작품임에도 델리 스파이스와 배드 테이스트의 데뷔작은 포함시킨 반면 이상은과 자우림의 일부 앨범은 배제시킨 목록의 완결성의 한계를, 우리도 알고 있다는 말이다. 다만, 우리가 여전히 진화와 변모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 음악계의 현재적 관점에서 이 목록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한국 음악계를 관찰하는 반영하는 자료로 일말의 역할이나마 수행할 수 있다면 이 목록은 소임을 다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리스트는 맹신도 불신도 바라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각자의 기억을 우리의 목록과 대조하는 것으로 이 기획에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40. 언니네 이발관 [비둘기는 하늘의 쥐](1996)

본작은 분명 ‘완성’이 아닌 ‘최초’라는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결과물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후 수많은 완성품들의 모태가 되었다는 점에서 영구하고 절대적인 가치를 획득한다. 아직 미완성형이었기에 풍부한 영감을 지닌 작품이었고, 한 장르로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음악성을 담고 있었기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해외의 그런지와 얼터너티브 록, 슈게이징 장르의 방법론을 일부 차용하고 있지만 한국적인 인디 록의 표본으로서 자생력을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하다. 이러한 창조적 모방을 통한 혁신은 산울림의 데뷔 앨범이 이룩한 성과와 비교할만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태훈)

39. 3호선 버터플라이 [Dreamtalk](2012)

밴드의 음악을 굳이 장르로 구분하는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중 하나가 각각의 뮤지션들이 추구하는 음악이 서로 조금은 흡사하다는 점일 것. 그런 면에서 3호선 버터플라이의 행보는 자못 흥미롭다. 이들의 네 번째 앨범인 [Dreamtalk]은 3호선 버터플라이의 음악이 장인(匠人)의 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노작이다. 남상아의 보컬은 예나 지금이나 명불허전이고 그녀의 몽환적인 보컬 위에 켜켜이 쌓이는 사운드는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이 통념적이지 않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한다. 3호선 버터플라이이기에 가능한 음악의 향연을 듣고 있노라면 그들의 너무나도 길었던 휴지기가 전혀 야속하지 않다. (이은정)

38. 푸른 새벽 [Bluedawn](2003)

푸른 새벽은 더더(The The)로 출발한 한희정이 자기 음악을 하고자 정상훈과 함께 마련한 방 한 칸이었다. 초기에는 푸른 새벽과 더더 활동을 병행했지만 둘은 공존하기 힘든 지점에 있었다. 더더의 음악이 메이저 성향에 충실했던 것과는 달리 푸른 새벽은 자신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숨어 있기 좋은 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푸른 새벽과 더더의 공존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기 때문에 더 소중히 기억되는 앨범을 한 장 남겼는데 그게 바로 푸른 새벽의 [Bluedawn]이다. [Bluedawn]의 특별함은 한희정, 정상훈 외에도 더더의 김영준이 프로듀서와 엔지니어로 관여한 결과이고 포크에 프로그래밍과 노이즈 등이 더해지며 묘한 울림을 낳았다. (문정호)

37. 어어부 프로젝트 [개, 럭키스타](1998)

역설투성이 물건.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물건. 트리오에서 듀오가 된 어어부 프로젝트(백현진, 장영규)는 그런 물건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무시무시면서도 절박한, 시와 언어와 노래가 짬뽕되어 있는 소리들을 부려 놓았다. 그리고 결과는 이렇게 인디 20년 동안 나온 앨범 중에서 37위다. 이건 아니라고 본다. 이런 앨범은 1위 아니면 꼴찌다. 모 아니면 도다. 삶 아니면 죽음이다. 그렇게 절박한 에너지로만 배를 불린 물건이다. 원일의 즉흥을 대신해 장영규의 치밀함이 치달으면서 백현진의 불온함이 면도칼 위로 다이빙 한다. 그 어떤 앨범도 이 앨범과 비교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런 앨범을 배태한 인디는 절대적인 선이다. (최지호)

36. 바세린 [Blood of Immorality](2004)

한국에서 메탈 계열의 음악은 ‘은근과 끈기’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나름 계파도 많다. 그리고 15년을 이어온 바세린은 그 중에서 하나의 축을 담당하고 있다. [Blood of Immorality]는 바세린이 쌓아온 음악적 성정을 응축한 앨범으로 한국의 뉴 메탈(‘하드코어’라 불렸던)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발매 당시 5,000장이 나가며 판매량도 선전했다. 한국의 록이 영미 록의 양태(樣態)를 쫓아가는 것이라면, 메탈은 그러한 움직임에 가장 민감한 장르이기도 하다. 멜로딕한 기타 리프 위로 토해내는 그로울링, 무엇보다도 완결된 구조의 악곡을 담아낸 이 앨범은 그러한 콤플렉스를 극복한 기념비적인 지점이다. (권석정)

35. 크라잉 넛 [말달리자](1998)

사실 크라잉 넛의 데뷔 앨범은 그 전체적인 퀄리티로 보면 크게 뛰어난 작품은 아니다. 사운드는 너무 조악하고 악기 간의 밸런스도 잘 맞지 않으며 곡들도 들쑥날쑥하다. 하지만 음악의 신비란 퀄리티가 낮다고 나쁜 앨범도 아니고, 퀄리티가 높다고 좋은 앨범도 아니라는 것. 크라잉 넛의 데뷔 앨범에는 아무것도 잃을게 없는 젊은이들의 ‘생난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는 음악 하나 밖에 없어서 모든 젊음의 에너지를 모조리 쏟아내는 생생한 현장이 기록되어있다. 이렇게 조악한 사운드의 앨범이 인디 역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앨범이 될 수 있는 이유다. (김종윤)

34. 아폴로 18 [The Blue Album](2009)

아폴로 18은 데뷔 직후부터 이른바 색깔 연작을 잇달아 발표, 왕성한 시기를 보내며 강인 인상을 남겼다. 비교하자면 [Red] EP와 [Violet] EP의 사이에 놓여있는 두 번째 음반 [The Blue Album]은 연작 중 가장 어둡고 공격적이며 강렬한 색채를 들려주는 작품이다. 포스트 록, 그런지, 하드코어, 사이키델릭 등을 거침없이 능수능란하게 오가는데 광폭하고 불길하게 질주하다가도 몽환적이거나 처연해지고, 낯선 이국적인 순간과도 만나는 등 다양한 빛깔의 풍광을 주조한다. 이즈음부터 지금까지 언급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트렌드가 있다면, 여러 장르/스타일의 음악들이 혼합되는 양상일 텐데, 그런 점에서 뛰어난 성취 가운데 하나로 거론할 수 있을 작품이다. (최지선)

33. 김두수 [자유혼](2002)

유랑하는 보헤미안, 혹은 음유시인이라는 포크 뮤지션의 고전적이고 전형적인 이미지를 김두수는 새로운 세기의 벽두에도 꿋꿋하고 깊이 있게 지켜냈다. 음악을 통해 감정을 발산하지 않거나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세계를 응시하고 사색하며 구도하듯 담아낸 노래들은 사이키델릭한 어쿠스틱 사운드와 함께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이것만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음악이 세계를 보는 방법이며 자신의 눈으로 세계를 해명하고자 하는 시도임을 보여주는 음악은 소위 ‘잘 만든 음악’과 다른 차원에서 존중 받아야 한다는 것도 분명하다. 영원과 피안이 김두수의 노래로 넘실거린다. (서정민갑)

32. 허클베리 핀 [올랭피오의 별](2004)

허클베리 핀과 이기용의 초기 활동을 ’음악적 1기' 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 [올렝피오의 별]은 그 방점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80년대 한국 록 밴드의 정서와 동시대의 음악적 취향에 있어서 어느 한 쪽에 기대거나 애써 부정하지 않고 부드럽게 합치하는 방법론이 오래 숙성된 좋은 곡들을 재료로 정성스런 작업 과정을 거쳐서 일종의 완성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후의 허클베리 핀을 말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도입되거나 빠져나간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으로 [올렝피오의 별]과의 차이점을 들게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변화하고 발전하는 밴드의 어떤 봉우리. (서성덕)

31. 불독맨션 [Funk](2002)

데뷔 시절부터 지금까지 유지되는 이한철의 유쾌한 캐릭터가 있다. 그리고 점진적으로 부피의 확장을 이룬 끝에 가장 획기적인 완성도를 얻은 그의 음악이 있다. 그게 불독맨션의 데뷔였다. 솔로와 듀오 활동을 두루 경험한 후 수준급 연주자들과 함께 밴드를 구축한 그는 미더운 연주를 기반으로 제목에 명기한 장르의 음악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한편으로 ‘Stargirl’이나 ‘사과’처럼 이한철에게 기대되는 낙천적인 멜로디와 통쾌한 발성까지 안고 갔다. 그리고 ‘눈물의 Cha Cha’와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통해 이후의 음악을 예고했다. EP가 아닌 완결성을 가진 앨범을 기대하는 명분도 됐다. 이한철의 이력을 통틀어 가장 잘 만든 앨범이자 가장 잘 짜인 앨범이기 때문이다. (이민희)

100비트 | 백비트 (대중음악 웹진)

100비트'는 한겨레신문사와 젊은 대중음악평론가들이 함께 만드는 대중음악 웹진입니다. 록 음악에 많이 쓰이는 박자를 뜻하는 음악 용어이자 비틀즈의 무명 시절을 다룬 영화 제목 'Backbeat'를 변형한 것입니다. 숫자 100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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