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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 뮤직

추천 4 | 조회 5371 | 2013.08.09
한국 대중음악의 연대기 1992 - 2012
서태지와 아이들에서 장기하와 얼굴들까지

제목을 쓰고 발문을 붙이려다 보니, 불가피하게도, 살짝 민망한 생각이 드는 것은 이 연재물이 당초 작년에 공개되었어야 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한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돌아본다는 취지에 대해서라면이야 딱히 원고 게재의 유통기한이란 게 있을 리 없겠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20주년을 계기로 그런 내용을 다루겠다고 계획했다면 연재 개시의 타이밍 정도는 맞춰주는 게 최소한의 조건이니까 말이다. 그런 기준의 하한선조차 지키지 못했으니 민망한 게 당연할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늦게나마 이 연재를 시작하는 이유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견인했던 한국 대중음악의 활황기와 장기하와 얼굴들로 상징되는 인디 씬의 성장세를 다시 한번 되짚는 일은 늦어도 결코 늦은 게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덩치 큰 기획을 그냥 묵혀둘 수는 없다는 편집자의 절박함도 한 몫을 했다.) 더불어, 조용필의 신작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최근의 현상에서 한국 대중음악의 연륜과 성취를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을 감지한 것 역시도 연재를 감행하게 만든 동력이다.

연재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한 1992년부터 이후 현재까지(개제 시점이 늦어진 김에 2012년까지 다루기로 했다) 한국 대중음악계를 연간 단위로 정리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한다. 음악계의 경향을 통해 당대의 사회적 배경과 문화적 양상을 결산하고자(혹은 당대의 사회적 배경과 문화적 양상을 통해 음악계의 경향을 결산하고자) 의도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매회 원고의 말미에 그 해를 대표하는 노래와 음반을 선정해 소개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하는데, 해당 목록은 음악적 성취보다는 대중적 반향과 사회적 영향에서 상징성을 띤 작품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결과이다. 작품 선별의 기준을 발표 시점이 아니라 히트 혹은 대중적 인지의 시점으로 잡은 것도 같은 이유이다. 물론, 제한된 지면에 한정된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므로 독자의 관점에 따라 누락된 노래와 음반이 눈에 띄는 건 거의 필연적이다. 그러므로 이것이 빠졌다고 질책하기 보다 저것도 생각난다고 귀띔해주시면 우리로서는 연재를 진행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끝으로, 장기하와 얼굴들을 서태지와 아이들의 대응항으로서 선택한 것은 그들이 인디라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음악생태계의 가장 성공적인 존재로서 한국 대중음악의 현재를 반영하는 상징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태지와 아이들과 함께 제목에 올리기에 그 이름의 각운도 제법 훌륭하게 어울리지 않는가?) 그러므로 우리의 선택이 적절했는지 여부는 10년 후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도록 하자.

한국 대중음악의 연대기 제10탄 2001년

2001년의 한국 대중음악계를 지금에 와서 되돌아보는 것은 작금의 현실에 비추어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다. 현재 주류 가요계에서 화제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들이 그때도 화제를 일으킨 장본인들이었고, 당시 그들이 관여된 그 일들이 어쩌면 지난 10년간과 현재까지 한국 주류 가요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는 긍정적인 부분들과 부정적인 부분들이 공존하여 더욱 흥미롭다.

이 해에는 냅스터에 이어 한국에서도 소리바다를 비롯 여러 경로를 통해 mp3 공유가 점점 활성화되었다. ‘100만장 가요 음반’이 한 해에 10장 가까이 나오던 ‘90년대의 영광은 어느덧 다시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길보드’라 불렸던 노점상 최신가요 복제테이프 판매대마저 그 위력에 서서히 위세를 잃어간 끝에 복제 컴필레이션 CD로 방향을 전환하기도 했으니까. 결국 길보드와 힘겨운 전쟁을 치렀던 음반사들은 이젠 네티즌들의 불법 음악파일 공유 문제에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시기에 그들이 택한 불황 타개책은 컴필레이션 음반을 통한 ‘제 살 깎아먹기’였다. 이미 예당음반은 ‘플래티넘 발라드’를 비롯해 각종 ‘플래티넘’ 시리즈를 출시하고 있었는데, 그 흐름에 ‘결정적 한 방’을 날린 음반은 바로 4CD라는 파격 사이즈에 당대의 인기 배우 이미연을 커버로 내세웠던 편집음반 [연가]였다. 이 음반을 기획한 사람이 바로 ‘90년대 벽두에 김민우를, 그리고 2년 전에는 조성모를 히트시켜 기획자로 지명도를 쌓은 김광수(현 코어컨텐츠미디어 대표)였다.

당시 각종 언론 보도의 내용을 그대로 믿는다는 전제로, 이 음반은 대략 200만장(다시 말해 50만 박스)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그를 일약 돈방석에 앉게 해주었다. 음반업계가 스스로 자신들의 카탈로그의 가치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그저 곡 단위의 저작권 수입에만 집착하기 시작하는 병폐는 바로 이 음반의 성공으로 비롯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방송보다 앨범 판매수익에 의지했던 (아이돌들을 제외한) 기존 뮤지션들에게 그대로 돌아왔다. 영국, 미국 밴드들처럼 투어를 해서 수익을 올리는 구조도 아닌 상황에서 국내 앨범시장의 몰락은 해외보다 더욱 가속화되었다. 컴필레이션의 범람이 결국 대중에게 “정규 음반을 살 필요가 없다”는 사고를 만든 원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90년대 작가주의 주류 뮤지션들의 신보 제작주기가 점점 벌어진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실제로 [연가]의 성공 이후 원작자에 대한 제대로 된 보호가 없이 제작된 컴필레이션도 매우 많았었기에, 이 음반들도 가수들이 실제 제대로 수익을 얻었을지는 알 수 없다. 이는, 같은 해에 있었던 서태지의 이재수에 대한 ‘컴배콤’ 음반판매 가처분 소송사건과 맞물려, 저작권 문제가 가요계에서 민감한 이슈로 다뤄지는 인식 전환의 계기도 되었다.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음제협)가 창립된 것도 바로 이 해였다. 결국, 편집음반의 발매 붐은 제작자들 스스로가 음반시장을 ‘한 번 수확은 잘했지만 결국 지세는 악화된 토양’으로 만든 꼴이 되고 말았다.

물론, 당대 마케팅의 클리셰들을 벤치마킹하면서도 음악적 내실을 충실히 했던 가수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 해에 혜성처럼 나타나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였던 브라운 아이즈는 확실한 가창력을 가진 보컬리스트 나얼과 보이 밴드 출신이었지만 고유한 작곡 능력을 갖고 있었던 윤건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기획사의 조합 아래 모였고, 얼굴 없는 가수의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 전략까지 조성모의 경우와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기존 가요계에서 쉽게 듣기 힘들었던 알앤비 성향의 세련된 편곡과 듣기 무난한 미디움 템포의 규칙적 비트감, 그리고 나얼의 고음역 애드립이 돋보이는 보컬 테크닉으로 팬들에서부터 평론가들까지 고른 지지를 받았다. 다만 브라운 아이즈의 음악 역시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았는데, 그들이 만든 음악적 스타일과 포맷을 벤치마킹한 다른 보컬 그룹들이 1세대 아이돌 그룹들의 해체 움직임으로 생겨나고 있던 공백을 채우며 주류 가요계를 소위 ‘소몰이 창법’의 전쟁터로 변질시키는 시발점이 되었던 것이다. 한편, 얼굴 없는 가수 전략을 활용해 데뷔와 함께 성공을 거둔 왁스가 후속 앨범과 히트곡 ‘화장을 고치며’로 히트 행진을 이어간 것도 빼놓을 수 없겠다(이 앨범 활동의 후반기에 가서야 그녀는 본인의 얼굴을 처음 공개했다).

‘90년대 후반 주류 가요계를 이끌어갔던 중견 뮤지션들의 분투는 2001년에도 이어졌지만, 뚜렷한 성과를 낸 음반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김동률의 [귀향]이나 토이(유희열)의 5집 [Fermata]처럼 ‘90년대식 가요 문법의 고급화에 앞장섰던 싱어-송라이터들의 음반은 지지자들에게 환영을 받았음에도 전국민적 히트곡을 내지는 못했다. 조규찬도 오랜만에 잘 정돈된 음반 [해빙]으로 돌아왔지만, 라디오용 싱글은 불행히도 중화권 곡을 커버한 베이비페이스 풍의 알앤비 ‘Baby Baby’였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건모의 6집은 비록 100만장 판매를 거두긴 했어도 음반으로서의 완성도는 평가 받지 못했다. 오히려 업타운과 타샤니를 거쳐 솔로 보컬리스트 티(T)로 돌아온 윤미래의 1집 [As Time Goes By]의 성공이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 가장 눈여겨볼 만한 신선한 성과 중 하나였다.

앞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90년대 후반 확실한 상업적 보증수표처럼 활용되던 아이돌 1세대 역시 그 기세가 서서히 주춤하기 시작했다. 그 역사의 포문을 열었었던 H.O.T.의 활동이 이 해에 실질적으로 종료되었고, 100만장 판매를 돌파한 앨범은 G.O.D.의 [Chapter 4]가 유일했다. 핑클이 3집 [Now]로 걸 그룹의 이미지 변신 타이밍을 적절히 활용해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S.E.S.가 잠시 일본 활동에 주력하는 사이에 반사이익을 누린 면이 컸다. 이렇게 상업적 파괴력이 약해지자 어느덧 아이돌들은 노래를 하는 대신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기며 흥을 돋우는’ 역할로 줄줄이 등장했다. ‘90년대의 아이돌들이 ‘서태지식 신비주의’에 가까운 활동 방식을 택했다면, 1세대 후반기인 이들의 활동은 예능 프로그램과 밀월하는 쪽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이는 2000년대 후반 2세대 후배들의 활동 방식에 기준이 되었다.

기존 밴드들의 확실한 신작이 나오진 않고 있던 인디 씬도 그리 편안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재능과 뚝심을 갖고 자신의 길을 개척한 신인들이 수혈되고는 있었다. 하나음악의 침묵 속에서 맥이 끊겨가는 게 아닌가 싶었던 포크의 흐름은 미선이 출신 조윤석이 루시드 폴(Lucid Fall)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아름다운 데뷔작으로 새 희망을 찾았다. 22살의 소년 전자양(Dencihinji)이 문라이즈에 보냈던 데모 테이프가 양측의 인연을 완성해 결국 데뷔작으로 이어졌던 [Day Is Far Too Long]도 한국적 로우-파이 포크 사운드를 자연스럽게 구현한 수작으로 꼽혔다. 록 밴드의 경향은 다분히 영국형 모던 록 사운드를 추구하는 추세로 자리잡는 흐름이 본격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고가의 희귀음반으로 통하는 넬의 첫 번째 앨범 [Reflection of Nell]이 발매되었고, 줄리아 하트의 1집 [가벼운 숨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이제는 ‘무한도전’에서도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버벌 진트는 막 첫 EP [Modern Rhymes]를 내놓고 한국 힙합 라임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이 주류와 인디의 어느 공간에도 속하지 않았던 괴짜 한 명이 시사하는 어떤 변화를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미국인들까지 따라 춘다는 말춤의 주인공, 싸이다. 그는 2000년 10월에 발매한 데뷔작 [Psy from the Psy Cho World]의 수록곡 ‘새’가 이 해 여름 히트를 기록하면서 소위 ‘엽기 가수’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음악적 능력은 ‘강남스타일’로 세계적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2012년 현재에도 여전히 평가가 갈린다. 그러나 욕설을 묘하게 돌려댄 라임, 저급한 소재를 갖고서 그 속에서 비틀고 비웃는 재미를 추구하며 대중을 웃게 만드는 그의 언어 감각은 당시에도 분명 별난 것이었다.

주목할 것은, 그가 ‘엽기 가수’라는 칭호를 받은 배경이다. 네티즌의 언어가 ‘사회적 언어’가 되어 컴퓨터 밖으로 살아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네티즌의 언어였던 ‘엽기’란 단어는 인터넷 소설 [엽기적인 그녀]로 그 어휘를 알렸고, 그 인기에 힘입어 전지현과 차태현을 스타로 만든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같은 할리우드 판타지 영화에도 꿀리지 않는 기세로 2001년 흥행가도를 달렸다. 한편, 디씨인사이드 등 게시판에서 자신들의 글발을 세우던 유저들은 이제 포털들이 각자의 블로그 공간을 열어주자 너도나도 ‘1인 언론’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기존 미디어에 대응하는 공간을 통해 네티즌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였고, 그 속에서 주류 언론에 걸러진 뮤직 비즈니스의 어두운 면들도 공유되기 시작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소위 ‘노예 계약’과 ‘불공정 거래’에 대한 비판 등 주류 음악계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도 점점 더 커져만 갔다.

2001년의 대표곡
1 Good Life 드렁큰타이거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2 벌써 1년 브라운 아이즈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3 새 2   싸이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4 화장을 고치고 왁스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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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의 대표작

T 윤미래 [As Time Goes By]
루시드 폴 [Lucid Fall]
버벌 진트 [Modern Rhymes]
브라운 아이즈 [Brown Eyes]
연영석 [공장]
전자양(Dencihinji) [Day Is Far Too Long]
V. A. [이미연의 연가]

T 윤미래 [As Time Goes By]
루시드 폴 [Lucid Fall]
버벌 진트 [Modern Rhymes]
브라운 아이즈 [Brown Eyes]
연영석 [공장]
전자양(Dencihinji) [Day Is Far Too Long]
V. A. [이미연의 연가]

100비트 | 김성환 (대중음악 컬럼니스트)

11년 전, 지금은 사라진 어느 팝 음악 잡지에 운 좋게 기고할 자리를 얻으면서 '음악 글 쓰기'라는 일을 시작함. 처음 음악을 알게 되고 좋아했던 시절인 1980년대 팝 음악에 대한 무한 애정을 통해 최근도 그 시절 아티스트들의 ..

http://100be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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