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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 뮤직

추천 1 | 조회 4737 | 2013.07.19
한국 인디 20년 - 우리가 기억해야 할 100장의 음반 (6)

한국 인디 음악의 연원을 특정하는 일은, 과거사를 다루는 작업들이 언제나 그렇듯이, 쟁점적이다. 누군가는 크라잉 넛의 노래 ‘말달리자’가 발표된 시점을, 누군가는 배드 테이스트의 셀프 타이틀 앨범이 공개된 날을, 또 누군가는 홍대 앞 주차장에서 ‘스트리트 펑크 쇼’가 벌어진 때를 그 유력한 후보로 언급할지 모른다. 시간을 거슬러 특정한 문화적 현상의 근원을 따지는 일은 대개 상징적인 사건들을 주목하기 마련이고,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상징성의 가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밝혀두건대, 여기 “한국 인디 20년” 기획을 마련하며 우리가 주목한 상징적 사건은 ‘클럽 드럭의 오픈’이다. 1994년 7월 마포구 서교동 86-35번지에서 문을 연 이 수상한 이름의 클럽은, 뉴욕의 ‘CBGB’와 런던의 ‘100 클럽’이 그러했듯, 한국 인디 음악의 자궁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판단이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보다 ‘씬의 성립’이라는 관점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인디 음악 여명기의 가장 중요한 매개체는 앨범이나 레이블이기 전에 라이브 클럽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클럽 드럭의 오픈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한국 인디 20년” 기획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인디의 범주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질문이 남아있으니까 말이다. 한국에서 메이저와 인디를 구분하는 일은 자본의 성격을 기준으로 삼는 미국과 영국의 그것과 다르다. 2011년 여름, 한국독립제작자협회 출범을 앞두고 열린 토론회에서조차도 한국의 인디를 정의하는 기준이 뜨거운 감자로 대두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우리가 기성성의 관계와 음악성의 지향을 분류의 기준으로 포함시킨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이 리스트가 완벽하지 않다는 자인으로 읽힐 수도 있다. 우리도 부정하지 않는다. 장필순과 유앤미 블루의 작품들은 배제되었지만 윤영배와 이승열의 작품들은 포함된, 메이저를 통해 제작되거나 유통된 작품임에도 델리 스파이스와 배드 테이스트의 데뷔작은 포함시킨 반면 이상은과 자우림의 일부 앨범은 배제시킨 목록의 완결성의 한계를, 우리도 알고 있다는 말이다. 다만, 우리가 여전히 진화와 변모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 음악계의 현재적 관점에서 이 목록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한국 음악계를 관찰하는 반영하는 자료로 일말의 역할이나마 수행할 수 있다면 이 목록은 소임을 다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리스트는 맹신도 불신도 바라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각자의 기억을 우리의 목록과 대조하는 것으로 이 기획에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50. 황보령=스맥소프트 [Shines in the Dark] (2009)

황보령의 데뷔 앨범 [귀가 세 개 달린 곤양이]는 평론가들조차도 낯설 만큼 매우 급진적인 음악성을 담은 결과물이었다. 홍대 출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에 대한 선입견을 한참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르의 경계가 모호한 탓에 그 음악의 성격을 정의하기 어려운 당혹감을 선사했기에 더욱 그랬다. 이후 인디 씬의 실험적인 음악에 대한 내성이 발생한 뒤에 황보령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8년 만의 정규 앨범 [Shines in the Dark]는 그보다 더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음악성으로 또 한번 놀라움을 선사했다. 무엇보다도, 한국 대중음악에서 가장 진보적인 음악성을 추구하는 뮤지션으로서 황보령의 독보적인 오리지널리티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태훈)

49. 연영석 [공장](2001)

민중가요, 특히 노동가요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 격앙된 목소리와 군가 풍의 행진곡이라는 선입견은 노동현장의 절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노동가요를 보편적으로 공감하기는 어렵게 만든 면이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에 등장한 연영석의 노래는 기존의 노동가요와는 달리 포크와 록의 어법으로 창작자 자신의 삶을 드러내며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 그러나 당당한 노동계급이라기보다는 비참하고 비굴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염원을 간절하고 통렬하고 유쾌하게 담아냈다. 대타자로서의 노동계급이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서 노동계급을 보여주는 주체의 변화, 그리고 음악 언어의 확장과 성취가 함께 만들어낸 진실한 전진이다. (서정민갑)

48. 9와 숫자들 [유예](2012)

9와 숫자들의 음악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공간감’에 있다고 믿는다. 그들이 연출해내는 노스탤지어적인 정서가 다름 아닌 풍성한 공간감의 조성을 통해 구체화되기 때문이다. 페달 스틸 기타와 포크, 그룹사운드 시절의 록, 심지어 동요 등이 혼재되어 있는 이 앨범은 이를 통해 자기만의 표정을 시종일관 잃지 않는다. 전체적인 집중력이 한결 높아졌다는 의미다. 희미하게 남아있던 댄스 비트마저 싹 지우고, 수수하고 정갈한 연주의 어떤 이상향을 들려주는 이 앨범은 연체되고 유예된 감정과 기억, 꿈들을 노래하면서 2012년의 가장 빛나는 순간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배순탁)

47. 전자양 [Day Is Too Far Long](2001)

이 앨범이 나올 때는 편곡의 기교를 비롯해 여러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오랜만에 들어보니 이 앨범이 나온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뮤지션이나 리스너들 모두 어느 정도 우울모드를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라디오헤드(Radiohead)나 넬의 정서를 기꺼이 수용할 수 있었던 일반적인 정서 같은 것일 게다. 당시의 친구들은 ‘검은 봉지’같은 일상이 전하는 “어제도 오늘만큼 우울해”의 가사에 모두 공감했고 ‘아스피린 소년’의 “두통”과 “불쾌지수”를 모두 액세서리처럼 달도 다녔다. 하지만 일상의 우울함을 전달하는 그 방식이 단조 일변도로 감정을 짜내는 주류와는 확실히 달랐다. (현지운)

46. 네스티요나 [Bye Bye My Sweet Honey](2004)

그로테스크한 긴장감이 잔뜩 퍼진 이 EP에는 위악적인 창법과 독특한 음색의 보컬 요나의 개성과 함께 ‘It She Finally Comes’, ‘Cause You're My Mom’처럼 출중한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보컬과 피아노가 변박을 거듭하며 사운드를 이끌어가는 팽팽한 긴장감도 확실하다. 음악을 자기가 낳은 아이들이라 부르는 요나는 화자가 여성임을 드러내는 가사를 통하여 관계지향성 속에서도 단절감과 상실감에 천착해왔다. ‘Song For My Father’, ‘Good Night My Brother’처럼 가족을 자주 입에 올리면서도 진부한 이야기에 머무르진 않았다. 예를 들어 ‘Cause You're My Mom’는 어머니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어 자책하는 딸의 (위험스러운 표현을 동반한) 고백이었다. 언젠가 미국의 음악 관계자들에게 네스티요나를 들려줬을 때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그때 전해준 음반이 이것이다. (나도원)

45. 버벌 진트 [Modern Rhymes EP](2001)

버벌 진트는 섹스와 디스, 라임 등 자극적이고 민감한 소재를 건드리며 등장했다. 그러나 유아 수준의 라임으로 일관하거나 한국어 랩이 지닌 가능성을 부정하며 최소한의 노력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던 시절에 버벌 진트가 제시한 방향성은 파격 그 자체였다. [Modern Rhymes EP]의 경우 저열한 녹음으로 완성되었고 제한된 유통경로를 통해서만 판매되었기 때문에 대중적인 파급이랄 것은 없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는지 살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마디로 한국어 랩의 표준이고 1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바뀌지 않은 기준이다. 이는 설사 버벌 진트를 랩으로 디스하더라도 그것조차 그가 확립한 체계 안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대를 선점했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문정호)

44. 9와 숫자들 [9와 숫자들](2009)

9와 숫자들의 음악적 지향은 꽤나 명확하다. 멜로디에서 노랫말, 사운드까지 그들이 만들어 내는 소리들의 화살표는 일관적으로 과거를 향하고 있다. ‘7~90년대의 가요와 팝을 환기시키는, 놓치고 스친 것들에 대한 이들의 끈질기고 유약한 미련의 손짓은, 자칫 구질구질해 보일 수 있는 함정 앞에서 그 어떤 젠 체도 하지 않아 오히려 매력적이다. 과거 따위 잊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는 ‘난’ 이들보다 지난 시간들을 어루만지며 제자리에서 생각에 잠기는 ‘보통’ 이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한, 앨범에 담긴 노래들은 더 많이 더 멀리 사랑 받을 것이다. 물론 그 모든 의미를 차치하고라도 이 앨범이 푸근한 팝송들이 고루 담긴 좋은 앨범이라는 기본 전제는 달라지지 않겠지만. (김윤하)

43. 브로콜리 너마저 [보편적인 노래](2008)

2007년의 EP [앵콜요청금지]를 통해 브로콜리 너마저는 갑작스러운 스타덤에 올랐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스타덤이, 기획된 것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이었다는데 있다. 결정적인 역할은 블로그나 메신저 같은 새로운 인터넷 네트워크의 몫이었다. 이를 통해 예상 가능한 범주를 훌쩍 뛰어넘어 유명해진 브로콜리 너마저는 이 정규 데뷔작을 통해 홍대 인디 씬의 대세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기에 이른다. 바로 앨범 타이틀처럼 그들의 음악이, 인디라는 테두리를 뛰어넘어 ‘보편적인 노래’가 되는 순간이었다. 또한 이른바 블로그 세대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 주요한 음악적 취향에 어느 정도 공통분모가 존재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습작과도 같은 음악, 때로는 가사가 음악보다 중요해질 수 있는 음악, 장르적으로는 록의 남근주의와 멀찍이 떨어져 있는 음악. 그들의 예기치 않았던 성공처럼 브로콜리 너마저는 이렇게, 자신들의 음악으로 ‘어떤 시대사적 징후’를 대표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배순탁)

42. 몽구스 [The Mongoose](2007)

첫 앨범도 아닌 3집 타이틀에 자신들의 이름을 떡 하니 걸어놨다는 건, 그만큼의 자신감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전작에 비해 놀랄 만큼 미끈해진 이 앨범은 전작처럼 여전히 터질듯한 젊음의 감성으로 충만하다. 신스 팝의 황금기였던 ‘80년대에 바치는 송가와도 같은 트랙인 ‘Pintos’와 ‘88’에서는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를 전면에 차용, 당시의 추억을 복기해내었으며 느린듯한 그루브함이 돋보이는 ‘나는 알아요’ 는 이들의 음악이 춤추기에 얼마나 최적화되어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낸다. 몽구스의 [The Mongoose]를 듣다 보면 정말, 머리 위에서 환한 미러볼이 돌아가는 듯하다. 이들이 처음부터 의도했듯이. (이은정)

41. 이승열 [이날, 이때, 이즈음에](2003)

지난 10년 동안 이승열은 대중적 인기에 상관없이 내가 알고 있는 가장 멋진 록 스타가 되었다. 그의 공연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알 수 있다. 이 남자는 그다지 쿨하지도 않고, 멋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말하면 그가 쓰는 곡이 죄다 좋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음악이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역사로 남을 것을 이해하고 그 부담을 신성한 의무처럼 묵묵히 수행하는 예술가의 천착은 감동적인 것이다. 그를 일단 아는 사람이라면 그를 깊은 마음 속에서 좋아하는 이유가 아마 거기에 있을 것이다. [이날, 이때, 이즈음에]는 그 도정의 시작이고, 다시 들어본 거기에서도 이승열은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노래를 하고 있다. (서성덕)

100비트 | 백비트 (대중음악 웹진)

100비트'는 한겨레신문사와 젊은 대중음악평론가들이 함께 만드는 대중음악 웹진입니다. 록 음악에 많이 쓰이는 박자를 뜻하는 음악 용어이자 비틀즈의 무명 시절을 다룬 영화 제목 'Backbeat'를 변형한 것입니다. 숫자 100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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