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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 | 조회 4952 | 2013.07.19
한국 인디 20년 - 우리가 기억해야 할 100곡의 노래 (6)

한국 인디 음악의 연원을 특정하는 일은, 과거사를 다루는 작업들이 언제나 그렇듯이, 쟁점적이다. 누군가는 크라잉 넛의 노래 ‘말달리자’가 발표된 시점을, 누군가는 배드 테이스트의 셀프 타이틀 앨범이 공개된 날을, 또 누군가는 홍대 앞 주차장에서 ‘스트리트 펑크 쇼’가 벌어진 때를 그 유력한 후보로 언급할지 모른다. 시간을 거슬러 특정한 문화적 현상의 근원을 따지는 일은 대개 상징적인 사건들을 주목하기 마련이고,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상징성의 가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밝혀두건대, 여기 “한국 인디 20년” 기획을 마련하며 우리가 주목한 상징적 사건은 ‘클럽 드럭의 오픈’이다. 1994년 7월 마포구 서교동 86-35번지에서 문을 연 이 수상한 이름의 클럽은, 뉴욕의 ‘CBGB’와 런던의 ‘100 클럽’이 그러했듯, 한국 인디 음악의 자궁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판단이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보다 ‘씬의 성립’이라는 관점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인디 음악 여명기의 가장 중요한 매개체는 앨범이나 레이블이기 전에 라이브 클럽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클럽 드럭의 오픈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한국 인디 20년” 기획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인디의 범주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질문이 남아있으니까 말이다. 한국에서 메이저와 인디를 구분하는 일은 자본의 성격을 기준으로 삼는 미국과 영국의 그것과 다르다. 2011년 여름, 한국독립제작자협회 출범을 앞두고 열린 토론회에서조차도 한국의 인디를 정의하는 기준이 뜨거운 감자로 대두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우리가 기성성의 관계와 음악성의 지향을 분류의 기준으로 포함시킨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이 리스트가 완벽하지 않다는 자인으로 읽힐 수도 있다. 우리도 부정하지 않는다. 장필순과 유앤미 블루의 작품들은 배제되었지만 윤영배와 이승열의 작품들은 포함된, 메이저를 통해 제작되거나 유통된 작품임에도 델리 스파이스와 배드 테이스트의 데뷔작은 포함시킨 반면 이상은과 자우림의 일부 앨범은 배제시킨 목록의 완결성의 한계를, 우리도 알고 있다는 말이다. 다만, 우리가 여전히 진화와 변모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 음악계의 현재적 관점에서 이 목록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한국 음악계를 관찰하는 반영하는 자료로 일말의 역할이나마 수행할 수 있다면 이 목록은 소임을 다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리스트는 맹신도 불신도 바라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각자의 기억을 우리의 목록과 대조하는 것으로 이 기획에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50.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멕시코행 고속열차’(2006)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이하 속옷밴드)라는 묘한 이름의 이 밴드는 모노(Mono)가 연상되는 포스트 록과 짐짓 잰 체하는 익살맞은 장난 사이를 오가는 음악을 한다. 멜로디는 처연함과 능청스러움이 반복되고, 의도적(이 아닐 수도 있지만)으로 독특한 튜닝을 사용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곡에는 드론 사운드와 명징한 라인을 드나드는 흥미로운 곡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 노래 ‘멕시코행 고속열차’는 이런 점에서 밴드 이력의 정점에 서 있다. 말랑거리는 메인 멜로디는 단단하게 구조화되기보다 순간적인 리듬의 변주, 톤의 변화 등을 통해 감정을 고양시키는 모양새다. 멜로디에 종속된 고전적 곡 쓰기에서 벗어나있어 청량감도 상당하다. 물론 이 같은 시도들 역시 7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하나의 트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조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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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옥상달빛 '하드코어 인생아'(2010)

옥상달빛이 “없는 게 메리트”라고 토로하는 데 이어 “어차피 인생은 굴러먹다 가는” 것이라 정의 내린, 이 시대의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청춘에 대한 실랄한 자서(自書). 잔잔한 응시와 관조의 힘을 발휘하는 곡이다. 낙담과 패배감, 아픔과 슬픔은 어느덧 치유와 위로라는 긍정태와 맞닿는다. 이는 (후반부로 이어지면 어쩔 수 없이 결론을 맺어야 하는 가사 형식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맑은 목소리와 아름다운 하모니를 바탕으로, 소박하고 귀여운 멜로디언의 간주, 동요 같은 구성 등에 의해 조율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후 인디 씬에서 이들에 영향 받은 듯한 몇몇 여성 듀오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이 노래만한 설득력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최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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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가리온 '무투'(2005)

말 그대로 ‘대망’의 1집이 나오고, 이듬해 가을 연이은 싱글이 나올 때만 해도 두 번째 앨범이 그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던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미 비트가 나와있고, 그 비트의 훌륭함이 소문처럼 떠돌아도 앨범은 나올 줄 몰랐으니까.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프라이머리의 비트로 만들어진 ‘무투’는 하나의 약속과도 같았을 것이다. 이 격한 싸움을 시작한 이들이 쉽게 사그러 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 그 이후로 5년이나 걸렸지만 힘들었어도 불평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 그대로 이 판에 남은 모두가 그들을 따라갔다. (서성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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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푸른 새벽 ‘푸른 자살’(2003)

잔잔한 호수에서 미동이 일어나듯 조심스레 울리는 기타 트레몰로 위로 한숨 같은 목소리가 한 음을 툭 짚는다. 이윽고 3분 30초가 뒤 감았던 눈을 뜨면, 하루 중 가장 짙푸른 시간을 견뎌낸 또 하나의 아침이 눈 앞에 펼쳐진다. 노래는 ‘자살’이라는 단어의 무게에 지거나 소란 떨지 않고, 한 음 한 음 우리 생의 차마 버텨내기 힘들었던 검고 푸르렀던 시간들을 차분히 소환한다. 이제는 투명물고기로 활동 중인 정상훈과 탄탄한 솔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한희정의 가장 예민하고 어두워 빛나는 한 시절이 이 한 곡에 담겨있다. (김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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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십센치 ‘아메리카노’(2010)

이제는 체조경기장을 채우고 페스티벌 무대의 인기손님이 된 십센치이지만, 처음 홍대 인디 씬과 일부 골수팬들의 입소문을 넘어 그 모든 대중적 반응을 견인한 데에는 당연히 이 경쾌한 ‘버스킹 송’의 전형이 일으킨 파장이 컸다. 단순하지만 귀에 익을 수 밖에 없는 멜로디 라인, 젊은 세대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만한 현대 사회에서 ‘가장 저렴한 커피’가 갖는 다양한 기능(?)을 서술한 유머러스한 가사의 재미, 그리고 어쿠스틱 기타와 잼베라는 단순한 악기 편성이 주는 현장감 있는 사운드는 바로 십센치라는 그룹이 갖고 있는 모든 음악적 장점들을 한 곡에 집약해냈다. 이런 재기 넘치는 곡이 대중의 귀를 자극했던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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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할로우 잰 ‘Blaze the Trail’(2006)

“누구누구와 유사하다”는 지적은 할로우 잰에게 일말의 걸림돌도 되지 못했다. 서정과 격정을 양손에 부여잡은 독창적인 스크리모 사운드와 포스트 록에 대한 관심, 사이사이에 부가된 프로그레시브 양식의 접목으로 할로우 잰은 (적어도) 이 땅에서는 범접을 거부하는 이 계열 음악의 수장으로 우뚝 섰다. 다른 좋은 곡도 많지만, ‘Blaze the Trail’을 꺼내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트랙이 이들의 진면목과 지향점을 모두 포괄하고 있는 에픽(epic)이기 때문이다. 사물과 인간에 대한 예리한 성찰과 그로부터 기인한 통렬한 폭발, 그리고 특유의 서정미는 이 곡을 하나의 ‘스탠더드’로 끌어올렸다. 절망과 희망, 분노와 절제, 내면과 외부를 동시에 포획해낸 서사와 그를 받쳐주는 연주는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유지되는 그 온도를 체험하기 위해서는 ‘그냥 듣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장르 음악’이라는 이름으로만 감금하기엔 이들의 음악은 지나치게 뛰어났으며, 또 걱정될 정도로 앞서가 버렸다. (이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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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크라잉 넛 ‘서커스 매직 유랑단’(1999)

1998년 펑크 밴드 크라잉 넛은 데뷔 앨범을 통해 홍대의 슈퍼스타가 되었지만, 그들이 추구한 ‘내달리는’ 음악은 변화의 폭도 좁고 진화의 가능성도 낮아 보였다. 일부에선 밴드의 단명을 우려했다. 그러나 크라잉 넛은 신곡 ‘서커스 매직 유랑단’으로 그러한 우려를 불식했고, 과거보다 더 탄탄한 성공 가도를 만들었다. 밴드가 엑셀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아가며 어두우면서도 화려한 이미지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은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 가운데 팀의 맏형인 김인수가 연주한 아코디언은 신의 한 수였다.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크라잉 넛과 한국 펑크의 영리한 롱런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김두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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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못 ‘Cold Blood’(2004)

못 음악의 독특한 특징은 리듬을 다루는 그들만의 방식에 있는 거라고 믿는다. 이 곡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들이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상대적으로 덜 개발되었다고 여겨지는 영역인 리듬"에서 다채로운 가능성을 탐사해보는 것. 설사 이 곡처럼 4분의 4박이라 할지라도 정박을 미묘하게 거스르는 순간들을 뽑아 올리는 것. 이를 통해 관습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서 현명한 조율점을 찾는 것. 끝끝내 조리정연한 서사만을 고집하면서 차라리 이데올로기적이라 불러야 할 어떤 음악들은 결단코 성취하지 못할 가장 큰 미덕이, 바로 이 곡 속에는 녹아있는 것이다. (배순탁)

1 Cold Blood 못(Mot)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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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이승열 ‘돌아오지 않아’(2011)

“우리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으로 시작된 이승열의 세 번째 앨범은 뮤지션으로서 그가 걸어온 음악적 일관성과 궤를 함께 한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모색, 그리고 가볍지 않은 사운드가 바로 그것. 이 앨범의 타이틀이기도 한 ‘돌아오지 않아’는 세상에 대해 그가 건넬 수 있는 최대한의 위로를 담고 있다. 점점 절정으로 치닫는 곡의 감정을 차분한 왈츠 리듬으로 환기시키는 ‘돌아오지 않아’의 감성은 “떨어져 버린 넌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노랫말과 어우러져 듣는 이들에게 색다른 위로를 선사한다. 가끔은 대책 없는 긍정보다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인식이 더 큰 힘으로 작용하기도 하니 말이다. (이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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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불독맨션 ‘Destiny’ (2002)

주지하다시피 불독맨션의 첫 정규 앨범의 타이틀은 “펑크(Punk)”가 아닌 “훵크(Funk)”다. 차라리 “훵키(funky)”라는 단어가 불독맨션의 음악을 이해하는 키워드로써 더 적절한 선택이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이한철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동음이의어적인 혼선을 유발하려 했던 것처럼 보인다. 즉, 펑크 음악이 득세하던 초창기 한국 인디 씬에서 훵크 스타일로 살아남았던 불독맨션의 외로운 투쟁의 역사를 대변하기에 그보다 더 상징적인 앨범 타이틀은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앨범을 대표하는 곡 ‘Destiny’의 제목도 마찬가지다. 마침, 펑크의 열풍이 시들해질 무렵 불독맨션의 첫 정규 앨범이 나왔고, 결국 노래는 정해진 운명처럼 히트했다. (이태훈)

1 Destiny 불독맨션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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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비트 | 백비트 (대중음악 웹진)

100비트'는 한겨레신문사와 젊은 대중음악평론가들이 함께 만드는 대중음악 웹진입니다. 록 음악에 많이 쓰이는 박자를 뜻하는 음악 용어이자 비틀즈의 무명 시절을 다룬 영화 제목 'Backbeat'를 변형한 것입니다. 숫자 100으..

http://100be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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