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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 뮤직

추천 2 | 조회 4762 | 2013.07.17
한국 인디 20년 - 우리가 기억해야 할 100장의 음반 (5)

한국 인디 음악의 연원을 특정하는 일은, 과거사를 다루는 작업들이 언제나 그렇듯이, 쟁점적이다. 누군가는 크라잉 넛의 노래 ‘말달리자’가 발표된 시점을, 누군가는 배드 테이스트의 셀프 타이틀 앨범이 공개된 날을, 또 누군가는 홍대 앞 주차장에서 ‘스트리트 펑크 쇼’가 벌어진 때를 그 유력한 후보로 언급할지 모른다. 시간을 거슬러 특정한 문화적 현상의 근원을 따지는 일은 대개 상징적인 사건들을 주목하기 마련이고,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상징성의 가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밝혀두건대, 여기 “한국 인디 20년” 기획을 마련하며 우리가 주목한 상징적 사건은 ‘클럽 드럭의 오픈’이다. 1994년 7월 마포구 서교동 86-35번지에서 문을 연 이 수상한 이름의 클럽은, 뉴욕의 ‘CBGB’와 런던의 ‘100 클럽’이 그러했듯, 한국 인디 음악의 자궁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판단이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보다 ‘씬의 성립’이라는 관점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인디 음악 여명기의 가장 중요한 매개체는 앨범이나 레이블이기 전에 라이브 클럽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클럽 드럭의 오픈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한국 인디 20년” 기획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인디의 범주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질문이 남아있으니까 말이다. 한국에서 메이저와 인디를 구분하는 일은 자본의 성격을 기준으로 삼는 미국과 영국의 그것과 다르다. 2011년 여름, 한국독립제작자협회 출범을 앞두고 열린 토론회에서조차도 한국의 인디를 정의하는 기준이 뜨거운 감자로 대두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우리가 기성성의 관계와 음악성의 지향을 분류의 기준으로 포함시킨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이 리스트가 완벽하지 않다는 자인으로 읽힐 수도 있다. 우리도 부정하지 않는다. 장필순과 유앤미 블루의 작품들은 배제되었지만 윤영배와 이승열의 작품들은 포함된, 메이저를 통해 제작되거나 유통된 작품임에도 델리 스파이스와 배드 테이스트의 데뷔작은 포함시킨 반면 이상은과 자우림의 일부 앨범은 배제시킨 목록의 완결성의 한계를, 우리도 알고 있다는 말이다. 다만, 우리가 여전히 진화와 변모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 음악계의 현재적 관점에서 이 목록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한국 음악계를 관찰하는 반영하는 자료로 일말의 역할이나마 수행할 수 있다면 이 목록은 소임을 다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리스트는 맹신도 불신도 바라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각자의 기억을 우리의 목록과 대조하는 것으로 이 기획에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60. 모하비 [Machine Kid](2003)

이 앨범 앞에서 관습적이라는 표현은 무의미해진다. 일렉트로니카라는 외피를 입고 있으나 내용물은 일렉트로니카라는 장르와 단박에 연결되는 것들과 저만치 멀리 떨어져있다. 춤추기 좋은 비트라던가, 몽환적이고 나른하면서도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리듬의 반복 같은 요소를 이 앨범서 찾기란 무리라는 얘기다. 희한하게 절개된 종이 커버와 소위 “뽁뽁이”이라 불리는 에어캡 비닐에 포장된 독특한 외피는 단지 튀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모하비라는 한국 일렉트로니카 뮤직의 선각자와 그의 실험정신과 음악적 개성을 가장 적절하게 시각화한 결과물이다. 인위적으로 좌우를 나눈 스테레오 음반을 들으며 원음의 생동감과 기쁨을 말하는 우리의 위선적인 행위를 첫 곡 ‘Hi-Fi for the Animals’에서부터 마지막 곡 ‘Machine Kid(radio edit)’까지 까발려나간다. 앨범에 담긴 낯설게 절개한 소리야말로 우리가 “음반”이라는 매체와 “오디오 장치”를 통해 듣는 음악의 실체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음악의 진실이다. (조일동)

59. 가리온 [가리온 2](2010)

2004년 1집 이후 명실상부한 한국 힙합의 최고봉으로 자리매김한 가리온의 두 번째 음반은 왜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힙합을 잘 아는 사람이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비트와 라임, 사운드의 성취가 이 앨범에 풍성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고전적이면서도 혁신적이고 장르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사운드를 구현한 음악은 힙합이 내재하고 있는 요소들의 가치를 화려하게 꽃피웠다. 특히 명쾌하고 패기만만한 가리온의 에너지가 시종일관 한결같다. (서정민갑)

58. 스왈로우 [Sun Insane](2004)

과거 이기용과의 인터뷰에서 인상적이었던 말은 "자신은 어쩔 수 없이 음(陰)의 정서가 강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스왈로우의 첫 앨범 [Sun Inasne]은 허클베리 핀과는 또 다른 이기용의 음의 정서가 강조된, "좀 더 개인적이고, 좀 더 우울한" 음악이 앨범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허클베리 핀의 음악과 닮은 듯 다른 그 미묘한 경계에서 이기용은 최소주의의 형식을 빌려 당시 정점에 있던 창작력을 새롭게 표현해냈다. 서정, 우울, 단순. 이 낱말들이 더해져 만들어낸 이기용의 또 다른 세계. (김학선)

57. 갤럭시 익스프레스 [Galaxy Express](2012)

지금 이 땅에서 가장 과격하고, 뜨겁고, 무시무시한 라이브를 들려주는 밴드가 바로 갤럭시 익스프레스라는 사실에 이견을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앨범의 녹음 퀄리티에 있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2집 [Wild Days]를 휴대용 MP3 플레이어로 녹음했던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체계적인 준비작업과 안정적인 제작환경을 마련하고 앨범을 완성한 것은 3집 [Galaxy Express]가 처음이다.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출연이 포함된 북미투어를 마친 후 분기탱천한 상태로 곧장 녹음에 돌입한 앨범으로 기존의 야성은 유지하되 한층 견고해진 사운드를 들려준다. 마냥 달려대던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록의 클래식함을 체득한 분기점이기도 하다. (권석정)

56. 아무밴드 [이.판.을.사](1998)

얼마 전 신림동의 음악감상실 겸 라이브 클럽인 레드제플린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아무밴드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아마 지금도 인터넷 어딘가에는 클럽 레드제플린에서 연주하던 아무밴드의 동영상이 존재할 것이다. 홍대의 클럽가도 아니고, 심지어 신림동의 술집 골목에서조차 떨어져있던 음습한 지하공간. 곰팡이 냄새가 가장 먼저 반기는 그 공간에서 록음악 하나에 빠져있던 사람들. 아무밴드의 이미지는 나에게 클럽 레드제플린과 정확하게 겹쳐져 기억된다. 다른 말로 하자면 1999년 신림동 골목에 존재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닐 영(Neil Young)에서 블랙 새버스(Black Sabbath)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오가는 음악이 아무렇지 않게 존재하는 현실을 바라보는 묘한 감정에 가깝다. 이 앨범에 대한 글을 쓸 때마다 반복하는 얘기지만, 또 한 번 더 반복할 수밖에 없다: 반드시 재평가 받아야 할 작품이다. (조일동)

55. 네눈박이 나무밑 쑤시기 [네눈박이 나무밑 쑤시기](2004)

이 앨범은 처음부터 컬트 혹은 전설 혹은 그 둘 모두가 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데뷔 앨범을 발표하고 해산하는 경우는 있어도, 네눈박이 나무밑 쑤시기의 경우처럼 해산하고 비로소 데뷔 앨범을 제작하는 경우는 이전으로나 이후로나,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유례가 없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이 작품이 그런 호사적 일화에만 머무른 범작이었다면 지금껏 그들을 기억하는 수고를 기울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요컨대, 이 앨범은 역대 가장 뛰어난 데뷔작 가운데 하나이고, 산울림의 초기 작품들 이래로 가장 뛰어난 사이키델릭 앨범이라고 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결과물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드럼을 제외한 모든 파트를 여성 멤버들이 담당했다는 사실은 또 어떤가. 특히, 네눈박이 나무밑 쑤시기 이후 오르겔탄츠에서 파트너십을 이어가게 되는 김미영과 송근정의 트윈 기타 인터플레이는 마땅한 비교대상을 찾기 힘들 만큼 인상적이다. 하릴없이 그들의 재결합을 기다리는 이유다. (박은석)

54. 이디오테잎 [11111101](2011)

[11111101]은 그 어떤 밴드의 음악보다 아드레날린을 많이 분출시키는 앨범이다. 노래를 처음 들어본다 할지라도,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 간결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에너지 넘치는 드럼은 쉴 틈 없이 청자를 압박하며, 클라이맥스가 다가오고 있음을 쉽게 알아차리게 하는 곡 구조는 여느 펑크 밴드보다 단순무식원초원시적이다. 그렇다고 앨범이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모습만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Pluto’ 같이 밀어붙이는 트랙이 있는 반면, ‘Idio_T’처럼 흥얼거릴 수 있는 트랙도 있고,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League’처럼 사운드 스케이프로 승부하는 트랙도 있다. [11111101]은 세계 어디에 틀어놔도, 취향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의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앨범이다. (김종윤)

53. 브로콜리 너마저 [앵콜 요청 금지](2007)

이후 여러 번 재녹음되기도 한 ‘앵콜요청금지’가 첫 EP 수록 버전만큼의 느낌을 만들어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첫 녹음의 로파이적 감수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방구석에서 담요를 뒤집어 쓰고 녹음했다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첫 EP [앵콜요청금지]는 흡사 스쿨밴드의 처녀작처럼 풋풋하고 서툴러서 더 매력적이다. 능숙하지 못한 사랑과 관계 맺기, 미래에 대한 알 수 없는 설렘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노랫말은 이들의 약간은 서툰 연주와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울림을 주는 음악이란 가끔은 세련된 기교보다는 어색한 진심에서 발현될 수도 있는 법이다. (이은정)

52. 새드 레전드 [Sad Legend](1998)

블랙 메탈 밴드 칼파, 그리고 훗날 오딘으로 활동할 멤버들과 함께했던 앵기쉬를 경유한 나마는 자신의 원맨밴드에 새드 레전드라는 이름을 붙이고 데모를 제작한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8년에 앨범을 발표하여 마니아 집단의 전폭적인 환영을 받았다. 이 지지의 의미는 재현을 넘어 실현에 성공한 나마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이기도 했다. 창작은 실현이다. 당시 한국의 헤비 뮤직에 대한 고민은 강력한 데쓰 메탈 밴드 오프처럼 한국어에 유머와 은유를 담아내는 수준에 이르렀는데, 새드 레전드 역시 자신감 있게 우리말을 사악한 사운드에 녹여냈다. [Sad Legend]는 한국 익스트림 씬이 음반이라는 결과물을 막 생산해내던 시기의 결정체이자, 가장 성공적이며 전설적인 데뷔작이다. (나도원)

51. 달파란 [휘파람 별](1998)

‘80년대 이후 한국의 대중음악에서 전자음악을 활용한 예시는 꾸준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전자음악은 가요를 위한 도구로 쓰였을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진 못했다. ‘90년대 후반 강기영이 밴드 생활을 접고 DJ로 변신해 본작을 발표했을 때, 당시 대중이 느낀 생경함은 당연한 결과였다. 테크노 음악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가요의 문법을 거부하고 자신이 터득한 방법으로 테크노 음악을 완성했다는 것, 즉 행위 자체가 가장 큰 화젯거리였다. 결국 시간이 지나 이 앨범에 대한 평가가 가능해졌을 때, [휘파람 별]의 사운드는 한국 일렉트로니카 음악의 거대한 시발점이 되어 있었다. 시나위와 H2O의 강기영이든, DJ 달파란이든, 이 창작자의 감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김두완)

100비트 | 백비트 (대중음악 웹진)

100비트'는 한겨레신문사와 젊은 대중음악평론가들이 함께 만드는 대중음악 웹진입니다. 록 음악에 많이 쓰이는 박자를 뜻하는 음악 용어이자 비틀즈의 무명 시절을 다룬 영화 제목 'Backbeat'를 변형한 것입니다. 숫자 100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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