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메뉴 바로가기 뮤직 내용 바로가기

Daum 뮤직

추천 2 | 조회 4723 | 2013.07.12
한국 인디 20년 - 우리가 기억해야 할 100장의 음반 (4)

한국 인디 음악의 연원을 특정하는 일은, 과거사를 다루는 작업들이 언제나 그렇듯이, 쟁점적이다. 누군가는 크라잉 넛의 노래 ‘말달리자’가 발표된 시점을, 누군가는 배드 테이스트의 셀프 타이틀 앨범이 공개된 날을, 또 누군가는 홍대 앞 주차장에서 ‘스트리트 펑크 쇼’가 벌어진 때를 그 유력한 후보로 언급할지 모른다. 시간을 거슬러 특정한 문화적 현상의 근원을 따지는 일은 대개 상징적인 사건들을 주목하기 마련이고,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상징성의 가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밝혀두건대, 여기 “한국 인디 20년” 기획을 마련하며 우리가 주목한 상징적 사건은 ‘클럽 드럭의 오픈’이다. 1994년 7월 마포구 서교동 86-35번지에서 문을 연 이 수상한 이름의 클럽은, 뉴욕의 ‘CBGB’와 런던의 ‘100 클럽’이 그러했듯, 한국 인디 음악의 자궁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판단이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보다 ‘씬의 성립’이라는 관점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인디 음악 여명기의 가장 중요한 매개체는 앨범이나 레이블이기 전에 라이브 클럽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클럽 드럭의 오픈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한국 인디 20년” 기획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인디의 범주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질문이 남아있으니까 말이다. 한국에서 메이저와 인디를 구분하는 일은 자본의 성격을 기준으로 삼는 미국과 영국의 그것과 다르다. 2011년 여름, 한국독립제작자협회 출범을 앞두고 열린 토론회에서조차도 한국의 인디를 정의하는 기준이 뜨거운 감자로 대두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우리가 기성성의 관계와 음악성의 지향을 분류의 기준으로 포함시킨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이 리스트가 완벽하지 않다는 자인으로 읽힐 수도 있다. 우리도 부정하지 않는다. 장필순과 유앤미 블루의 작품들은 배제되었지만 윤영배와 이승열의 작품들은 포함된, 메이저를 통해 제작되거나 유통된 작품임에도 델리 스파이스와 배드 테이스트의 데뷔작은 포함시킨 반면 이상은과 자우림의 일부 앨범은 배제시킨 목록의 완결성의 한계를, 우리도 알고 있다는 말이다. 다만, 우리가 여전히 진화와 변모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 음악계의 현재적 관점에서 이 목록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한국 음악계를 관찰하는 반영하는 자료로 일말의 역할이나마 수행할 수 있다면 이 목록은 소임을 다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리스트는 맹신도 불신도 바라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각자의 기억을 우리의 목록과 대조하는 것으로 이 기획에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70. 껌엑스 [What's Been Up](2003)

케이-팝 한류가 대세가 되면서 이제 인디 씬의 뮤지션들도 해외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추세다. 껌엑스는 한국 인디 씬의 일본 진출에서 첫 번째 성공사례로 꼽힌다. 껌엑스의 리더 이용원은 1996년 16살의 나이로 껌(껌엑스의 전신)으로 공연을 했으니 ‘조선 펑크’의 시작점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정규 1집인 [What's Been Up]에서 나타나듯이 껌엑스는 펑크 록 중에서도 멜로코어 스타일을 시도했다. 이 스타일이 일본에서 먹히면서 [What's Been Up]은 현지 시장에서 한 달 만에 약 5만 장이 팔려나갔다. 이런 상황을 보고 일본 진출을 시도한 팀들이 있었지만 껌엑스만큼 성공을 거둔 팀은 아직 없다. 스타일 면에서도, 해외 진출 면에서도 기념비적인 앨범이다. (권석정)

69. 불싸조 [너희가 재앙을 만날 때에 내가 웃을 것이며 너희에게 두려움이 임할 때에 내가 비웃으리라 (잠언 1:26)](2006)

홍보문구에 담긴 "이성을 시댁에 두고 나온 며느리처럼 정신 나간 사운드"라는 표현처럼, 언뜻 들으면 어지럼증에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본작만큼 분명한 자신만의 기율(紀律) 속에서 작동되는 앨범도 드물 것이다. 강렬한 기타 디스토션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이 음반은 시종일관 좌충우돌하는 비개연성으로 개연성을 획득하는, 놀라운 역설의 순간을 일궈낸다. 그러니까, 이 앨범의 주요한 미덕은 다음과 같다. 설사 논란을 불러온다 할지라도 논란은커녕 지루한 평화에 안주하는 어떤 음악들을 향해 거대한 '퍽 유'를 날리는 것. 이를 통해 불싸조는 한때나마 한국 인디 씬의 총아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배순탁)

68. 49 몰핀즈 [Partial Eclipse](2009)

스크리모(screamo)라는 표현의 강도보다 스크리모라는 사운드의 폭발을 구현하고 분출하고 마무리하는 방식, 그 과정을 다양하고 맹렬하게 표현하는 방식에 더 주목해야 할 음악이다. 그 순간순간 담겨 있는 감성의 밀도와 연주의 합일, 그리고 한국적인 질감의 구현이라는 성취, 특히 서정적이고 유장하며 단호한 호흡은 49 몰핀즈를 단순히 음악의 희귀성 때문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한다. 처절하고 지독하게 아름다운 음악이다. 한국 대중음악에 현존하는 비장미의 최대치. 이것은 삶에 대한 태도이다. (서정민갑)

67. 한음파 [독감 (獨感)](2009)

‘90년대 말 한국 인디 씬에서는 보기 드둘었던 사이키델릭적인 사운드를 선보이며 데뷔한 한음파는 2001년의 첫 EP이후 8년 만에 발표한 이 첫 정규작으로 자신들의 음악적 특색을 마음껏 표출해냈다. 과거 사이키델릭 사운드가 한국에서는 그저 기타의 확장된 연주와 리듬 중심의 몽환성으로 여겨졌다면, 이 음반에서 한음파는 듣는 이의 귀를 노이즈로 어지럽히는 동시에 사운드의 격정으로 다시 청각을 집중시키는 '혼돈의 사이키델릭'을 펼쳐냈다고 할 것이다. '독감'이 빠르고 강한 타입으로 그 특징을 대표한다면, 마두금 연주가 담긴 어쿠스틱한 아방가르드 '무중력'은 그 대척점에서의 대표가 된다. 어둡고 무겁지만 섬세함으로 가득한 2000년대식 사이키델릭의 걸작. (김성환)

66. 원더버드 [The Story of a Lazy Bird](1999)

박현준은 H2O와 삐삐밴드를 거쳤다. 신윤철은 서울전자음악단, 손경호는 문샤이너스의 핵심 멤버로 활동했다. 고구마는 삐삐롱스타킹의 보컬리스트였다. 저마다 다른 성향의 뮤지션들인 가운데, 옛날이든 지금이든 어떻게든 다르고 새로운 음악을 고민하는 치열한 활동가라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다 같이 모여서 노래하던 시절엔 완전히 다른 팀워크의 음악이 나왔다. 조화를 먼저 생각하는 연주와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를 기반으로, 비틀스에 대한 모두의 ‘리스펙트’가 느껴지는 합의의 음악과 구석구석 익살을 터뜨리는 여유의 음악이 완성된 것이다. 원더버드는 (보컬로 영입된 고구마를 제외하고) 과거 스쿨밴드 리자드의 재결합이자 이후 자기 음악을 구축한 프로들의 재조합이다. 사공이 많다고 해서 언제나 배가 산으로 가지는 않는다. 그들은 근본과 기본을 상기하면서 절대로 침몰하지 않는 배를 설계했다. 다만 여정이 길지는 않았다. 대신 오래 잊혀지지 않을 항해의 기록을 남기고 쿨하게 작별했다. (이민희)

65.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사랑의 유람선] (2003)

포스트 록이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통용되기 전에 한국 인디 씬에는 이미 옐로우 키친의 [Mushroom, Echoway, Kleidose]와 같은 시대를 앞서간 걸작이 존재했다. 그리고 속옷밴드의 [사랑의 유람선]으로 한국의 포스트 록은 발전적 과도기를 맞게 된다. 옐로우 키친이 앰비언트와 슈게이징을 질료로 삼아 실험적인 사운드에 집중했던 데 반해, 속옷밴드는 유기적인 완결성을 갖춘 인스트루멘틀 록으로서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게 언급될 가치가 있다. 이후 비둘기우유와 투명물고기를 통해 점진적인 발전상을 보인 한국산 포스트 록은 현재에 이르러 노 리스펙트 포 뷰티와 모즈다이브 같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밴드를 보유하게 되었다. [사랑의 유람선]은 그 명백한 시발점이었다. (이태훈)

64. 어어부 프로젝트 [손익분기점](1997)

장구 소리로 포문을 연 이 작품은 순환기질이 서린 보컬을 통해 크고 작은 악센트를 받아들인다. 국악기와 양악기가 서로 얽히고 전위적인 노랫말이 횡행하면서 파격과 충격이 교차한다. 단 네 곡이 담긴 이 작품에서 그룹은 대중의 이해를 구걸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자의식을 가다듬을 뿐이다. 그만큼 어어부 프로젝트의 과감한 음악 스타일은 독보적이었고 또 독했다. 그래서 그 누구도 그들의 아류가 될 수 없었다. [손익분기점]은 한국 인디 씬에서 나온, 가장 인디스럽고 고집 센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이 백현진, 원일, 장영규라는, 그러니까 이후 한국 음악계에서 중요한 인물로 성장할 세 사람이 합작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은 음악에 비하면 사족에 불과하다. (김두완)

63. 더더밴드 [THe ThE 4th](2003)

흔들림 없이 자신의 음악을 찾아내고자 했던 김영준이라는 핵심과 그 의도에 걸맞는 한희정이라는 보컬, 그리고 창작의 절대적인 주체로서의 밴드가 하나로 모여서 만들어낸 한국 모던 록의 결정적 순간. ‘더더'가 ’더더밴드'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좋은 곡 만들기, 특정한 스타일을 지향하고 그것을 구현하는 실력, 매력적인 연주와 노래 등의 가치는 밴드라는 체제에서 그 중요성을 결코 낮추어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가 앨범이라는 실체로 세상에 등장했을 때 역사에 남는 작품이 된다. 적어도 지난 10년간, 더더밴드가 보여줬던 종류의 것을 더더밴드만큼 해낸 팀은 별로 없다. (서성덕)

62. 줄리아 하트 [가벼운 숨결](2001)

당시 대부분의 음악이 밤과 어울리는 것들이었지만 줄리아 하트의 [가벼운 숨결]만은 오전의 맑은 햇살과 어울리는 앨범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의 경쾌함, 그런 시원함과 잔잔함은 아무도 생산해내지 않았다. 또한 대부분의 밴드들이 하드코어의 무거움으로 달려가던 시기여서 이 앨범의 독야청청한 가벼움은 너무 특별했다. 이런 특성은 그 의도와 상관없이 아직까지 이 작품을 돋보이게 만든다. 정대욱은 초기 언니네 이발관을 기점으로 줄리아 하트 외에도 가을방학, 바비빌 등으로 촉수를 넓게 들이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정점은 [가벼운 숨결]로 귀결 된다. (현지운)

61. 그림자 궁전 [그림자 궁전](2007)

그림자 궁전의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 작품이라 할 앨범. 이후 새롭게 형성된 9와 숫자들이 신스 팝/뉴 웨이브와 포크에 기반한 유려하고 서정적인 특징을 가졌다면, 그림자 궁전은 보다 원초적이고 날카로운 사이키델릭을 향했다. 본작을 관통하는 사이키델릭의 맥락은 영미권의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소닉 유스부터 한국의 산울림에까지 이르는데, 이렇게 과거와 현재, 서양과 한국을 오가며 그림자 궁전만의 스타일을 호명해낸다. 복고적이면서 현대적이며, 심플하면서도 복잡다단하게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한편, 노이지하다가도 멜랑콜리한 멜로디가 튀어나오고, 진지하다가도 웃긴다. 2007년에 등장한 인디 음악의 인상적인 성과 중 하나. (최지선)

100비트 | 백비트 (대중음악 웹진)

100비트'는 한겨레신문사와 젊은 대중음악평론가들이 함께 만드는 대중음악 웹진입니다. 록 음악에 많이 쓰이는 박자를 뜻하는 음악 용어이자 비틀즈의 무명 시절을 다룬 영화 제목 'Backbeat'를 변형한 것입니다. 숫자 100으..

http://100beat.com
다른글 보러가기
추천2 관심글 등록

서비스 정책 및 약관

Copyright © Kakao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