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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 | 조회 4877 | 2013.07.12
한국 인디 20년 - 우리가 기억해야 할 100곡의 노래 (4)

한국 인디 음악의 연원을 특정하는 일은, 과거사를 다루는 작업들이 언제나 그렇듯이, 쟁점적이다. 누군가는 크라잉 넛의 노래 ‘말달리자’가 발표된 시점을, 누군가는 배드 테이스트의 셀프 타이틀 앨범이 공개된 날을, 또 누군가는 홍대 앞 주차장에서 ‘스트리트 펑크 쇼’가 벌어진 때를 그 유력한 후보로 언급할지 모른다. 시간을 거슬러 특정한 문화적 현상의 근원을 따지는 일은 대개 상징적인 사건들을 주목하기 마련이고,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상징성의 가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밝혀두건대, 여기 “한국 인디 20년” 기획을 마련하며 우리가 주목한 상징적 사건은 ‘클럽 드럭의 오픈’이다. 1994년 7월 마포구 서교동 86-35번지에서 문을 연 이 수상한 이름의 클럽은, 뉴욕의 ‘CBGB’와 런던의 ‘100 클럽’이 그러했듯, 한국 인디 음악의 자궁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판단이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보다 ‘씬의 성립’이라는 관점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인디 음악 여명기의 가장 중요한 매개체는 앨범이나 레이블이기 전에 라이브 클럽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클럽 드럭의 오픈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한국 인디 20년” 기획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인디의 범주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질문이 남아있으니까 말이다. 한국에서 메이저와 인디를 구분하는 일은 자본의 성격을 기준으로 삼는 미국과 영국의 그것과 다르다. 2011년 여름, 한국독립제작자협회 출범을 앞두고 열린 토론회에서조차도 한국의 인디를 정의하는 기준이 뜨거운 감자로 대두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우리가 기성성의 관계와 음악성의 지향을 분류의 기준으로 포함시킨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이 리스트가 완벽하지 않다는 자인으로 읽힐 수도 있다. 우리도 부정하지 않는다. 장필순과 유앤미 블루의 작품들은 배제되었지만 윤영배와 이승열의 작품들은 포함된, 메이저를 통해 제작되거나 유통된 작품임에도 델리 스파이스와 배드 테이스트의 데뷔작은 포함시킨 반면 이상은과 자우림의 일부 앨범은 배제시킨 목록의 완결성의 한계를, 우리도 알고 있다는 말이다. 다만, 우리가 여전히 진화와 변모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 음악계의 현재적 관점에서 이 목록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한국 음악계를 관찰하는 반영하는 자료로 일말의 역할이나마 수행할 수 있다면 이 목록은 소임을 다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리스트는 맹신도 불신도 바라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각자의 기억을 우리의 목록과 대조하는 것으로 이 기획에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70. 얄개들 ‘우리 같이’(2011)

얄개들이 등장하자마자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던 것은, 자신들만의 분명한 색깔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얄개들의 색깔은 밴드의 각 멤버들이 완벽에 가까운 화학적 결합을 하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 찰랑찰랑대는 기타부터 그럴싸한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드럼과 베이스, 흐느적대는 목소리로 낭만적인 가사를 내뱉는 보컬까지, 오랜 동네 친구였던 네 명의 멤버들은 세월에서 나오는 호흡으로 자기 역할을 해낸다. ‘우리 같이’는 이들의 탄탄한 호흡이 만들어낸 잘 짜여진 곡이며, 현재를 사는 젊음의 정서와도 일맥상통하는 뛰어난 노래이다.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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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껌엑스 ‘Never Go Back’(2003)

탁월한 멜로디와 대중 감각이 발휘된 껌엑스의 앨범 [What's Been Up?](2003)에서 흥미로운 부분들 중 하나는 음악의 색조는 밝지만 노랫말은 비극이라는 것이다. 장애인이 된 연인에게 변함없이 사랑을 말하는 화자와 그를 떠나주려는 연인의 이야기, 이혼과 재혼으로 떨어져 사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등이 곳곳에 담겨 있다. 반면 ‘Never Go Back’은 곡을 전개하고 구성하면서 적절하게 결정짓는 능력이 최대한 발휘된 명곡이다. 펑크 계열에선 드물게 반전을 거듭하는 대곡 스타일로 중반부에선 헤비 메탈과 유사한 비장미마저 자아낸다. 새로운 펑크 시대를 열어갈 밴드의 등장을 알리고 있었다. (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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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가을방학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2010)

한국의 인디 씬이 우리 대중음악계에서 지켜왔던 바람직한 가치들 가운데는 실험적이고 장르 중심적인 사운드의 ‘작가주의’를 추구하는 미덕도 있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동아기획과 하나 음악 등으로 대표되었던 이전 시대의 일상적이면서도 통속적 연가들과 차별된 스토리텔링의 계승을 충실히 수행한 부분도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브로콜리 너마저를 거친 여성 보컬리스트 계피와 언니네 이발관 출신의 정바비는 그들의 듀오로서 데뷔작을 통해 2010년대 청춘의 감성을 대변하는 섬세함으로 업그레이드했다. 헤어진 이에 대한 그리움과 극복의 과정을 잔잔한 포크 팝 속에 풀어놓은 이 곡은 동물원, 여행스케치 시대의 감성을 지금 여기서도 느끼게 만든 수작이다.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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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조덕환 '수만리 먼 길'(2011)

단 한 장의 참여작을 남기며 신화가 되어버렸던 이가 25년만에 돌아와 내민 작품은 바로 그가 젊은 날 사랑했던 음악이었으나 이 땅의 언어로는 말해지지 않은 본고장의 록이었다. 들국화에서 그가 담당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확인시켜준 고색창연하고 질박한 록 사운드의 무게감은 단순히 그 사운드를 흉내 내는데 그치지 않았다. 스스로 체현하고 익혀낸 바로 조덕환의 사운드였다. 이로써 수십 년의 공백이 비로소 메워졌고, 채워지지 않았던 그림의 조각이 제 자리를 찾았다.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나이든 한국 로커의 신실한 고백. (서정민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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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델리 스파이스 ‘고백’(2003)

추억을 곱씹게 만드는 아련한 노랫말이 있다. 단출한 구성을 취한 록 밴드가 적절한 빠르기로 연주를 하고, 보컬은 소년의 감수성으로 노래를 펼친다. 뚜렷한 기승전결이 편안한 감상을 이끌고, 음악에 더해진 영화의 장면이 감동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델리 스파이스의 모던 록 발라드를 결국 명품으로 만들었다. 비록 ‘고백’의 인기는 영화 [클래식]에 많은 빚을 졌지만, 그렇다고 곡 자체가 가진 아우라까지 무시할 순 없다.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나온 수많은 발라드 곡 중 이처럼 모던 록에 기반을 둔 명곡은 아마 앞으로도 찾기 힘들 것이다. (김두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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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더블유 앤 웨일 'R.P.G. Shine'(2008)

앨범 [Hardboiled]에 수록된 트랙으로 앨범의 전체적인 주제를 표현하고 있는 시그니처 트랙이다. 더블유의 멤버이자 프로듀서 배영준은 소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나오는 것처럼 위대한 패배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하는데, 이 곡은 더블유 특유의 유쾌한 사운드와 한번 뒤틀린 가사로 표현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인디 역사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명곡으로 탄생했다. “Rocket Punch Generation”이라는 제목은 역시나 마이너리티를 대변하고 위무하는 네이밍이다. (최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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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하이 미스터 메모리 ‘숙취’(2007)

기타 하나와 목소리 하나로 주위의 공기를 꽉 차게 만들 수 있는 뮤지션을 찾아내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조금은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이건 보컬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감의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그런 면에서 볼 때 하이 미스터 메모리는 조금 남다르다. 그의 첫 앨범의 타이틀이기도 한 ‘숙취’에서는 별다른 음악적 기교를 찾아보기 힘들다. 안타까움과 미련의 서사가 담긴 노랫말은 너무나 순진하고, 기타 한 대와 목소리가 엮어내는 단출함 역시 익숙하다. 그러나 이 곡에는 이런 단순성을 넘어서는 묵직한 울림이 존재한다. 이것이 그의 남성적 보컬의 존재감 덕분인지 아니면 노래 자체의 담긴 음악적 뚝심 때문인지 판단하는 건 전적으로 듣는 이의 몫이리라. (이은정)

1 숙취(2010) Hi, Mr.Memory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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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황신혜밴드 ‘짬뽕’(1997)

인디의 매력은 메이저에서 엄청난 돈을 들인 것과 달리, 적은 돈으로도 그에 상응하는 곡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메이저 제작사의 대표나 프로듀서는 절대 허락할 것 같지 않은 음악을 만들어 내는 데도 있다. 실연의 아픔을 비 오는 날 먹는 한 그릇 짬뽕의 알싸함으로 풀어내는 이 곡은 처음 발표되었을 때만 해도 상식 선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곡이었다. 그러나 몇 년 후 대중문화의 최대 이슈가 떠올라 기괴함의 미학을 연 ‘엽기’ 문화의 원조 격으로 상승했고 그뿐 아니라 소재의 측면에서, 그리고 키치의 측면에서 메이저와 인디 양 진영에 엄청난 자양분을 제공했다. ‘팥빙수’도, ‘냉면’이나 ‘영계백숙’도 심지어 ‘싸구려 커피’까지도 모두 ‘짬뽕’의 이종교배들이다. (현지운)

1 짬뽕 황신혜밴드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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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넬 ‘기억을 걷는 시간’(2008)

‘기억을 걷는 시간’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김종완의 보컬도, 이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가사도, 멤버들의 깔끔한 연주도 아니다. 바로 러닝타임이다. 이 곡의 러닝타임은 무려 5분 13초에 이른다. 프로그레시브 록 같은 부류에 비하면야 아무것도 아니지만, 차트를 휩쓰는 히트곡으로서는 매우 긴 러닝타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을 한 번 듣고 나면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만큼 앞에서 언급한 요소들이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느슨하게 만들지 않고 끌고 나간다는 의미이며, 버스-코러스-브릿지가 모두 훌륭한 멜로디를 품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이 곡은 넬이 만든 최고의 노래이며, 한국 인디 역사에 남은 최고의 이별노래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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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언니네 이발관 '푸훗’(1996)

미소년들이 여린 감성으로 가냘프게 악기들을 만지작거린 느낌, 3중의 스토리가 중첩된 듯한, 습작 같은 가사 등이 ‘푸훗’의 첫인상이다(아직도 이 곡을 들으면 그 환상이 이어진다). 그 풋풋했던 멤버들의 모습이 담긴 뮤직비디오를 보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편견은 당시 이들을 아마추어리즘으로 평가했던 분위기와 어느 정도 닮아있다. 누구나 기타 코드 몇 개만 만지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단순함과 뚜렷이 정리되지 않은 메시지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이 곡에는 아직까지 그 누구도 카피할 수 없는 순수함이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 파괴할 수 없는 신선함은 영원히 고갈되지 않고 남아서 기타 팝 혁명의 진앙으로 불릴 것이다. (현지운)

1 푸훗 언니네 이발관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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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년들이 여린 감성으로 가냘프게 악기들을 만지작거린 느낌, 3중의 스토리가 중첩된 듯한, 습작 같은 가사 등이 ‘푸훗’의 첫인상이다(아직도 이 곡을 들으면 그 환상이 이어진다). 그 풋풋했던 멤버들의 모습이 담긴 뮤직비디오를 보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편견은 당시 이들을 아마추어리즘으로 평가했던 분위기와 어느 정도 닮아있다. 누구나 기타 코드 몇 개만 만지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단순함과 뚜렷이 정리되지 않은 메시지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이 곡에는 아직까지 그 누구도 카피할 수 없는 순수함이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 파괴할 수 없는 신선함은 영원히 고갈되지 않고 남아서 기타 팝 혁명의 진앙으로 불릴 것이다. (현지운)

100비트 | 백비트 (대중음악 웹진)

100비트'는 한겨레신문사와 젊은 대중음악평론가들이 함께 만드는 대중음악 웹진입니다. 록 음악에 많이 쓰이는 박자를 뜻하는 음악 용어이자 비틀즈의 무명 시절을 다룬 영화 제목 'Backbeat'를 변형한 것입니다. 숫자 100으..

http://100be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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