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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 뮤직

추천 5 | 조회 4774 | 2013.07.10
한국 인디 20년 - 우리가 기억해야 할 100장의 음반 (3)

한국 인디 음악의 연원을 특정하는 일은, 과거사를 다루는 작업들이 언제나 그렇듯이, 쟁점적이다. 누군가는 크라잉 넛의 노래 ‘말달리자’가 발표된 시점을, 누군가는 배드 테이스트의 셀프 타이틀 앨범이 공개된 날을, 또 누군가는 홍대 앞 주차장에서 ‘스트리트 펑크 쇼’가 벌어진 때를 그 유력한 후보로 언급할지 모른다. 시간을 거슬러 특정한 문화적 현상의 근원을 따지는 일은 대개 상징적인 사건들을 주목하기 마련이고,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상징성의 가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밝혀두건대, 여기 “한국 인디 20년” 기획을 마련하며 우리가 주목한 상징적 사건은 ‘클럽 드럭의 오픈’이다. 1994년 7월 마포구 서교동 86-35번지에서 문을 연 이 수상한 이름의 클럽은, 뉴욕의 ‘CBGB’와 런던의 ‘100 클럽’이 그러했듯, 한국 인디 음악의 자궁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판단이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보다 ‘씬의 성립’이라는 관점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인디 음악 여명기의 가장 중요한 매개체는 앨범이나 레이블이기 전에 라이브 클럽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클럽 드럭의 오픈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한국 인디 20년” 기획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인디의 범주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질문이 남아있으니까 말이다. 한국에서 메이저와 인디를 구분하는 일은 자본의 성격을 기준으로 삼는 미국과 영국의 그것과 다르다. 2011년 여름, 한국독립제작자협회 출범을 앞두고 열린 토론회에서조차도 한국의 인디를 정의하는 기준이 뜨거운 감자로 대두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우리가 기성성의 관계와 음악성의 지향을 분류의 기준으로 포함시킨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이 리스트가 완벽하지 않다는 자인으로 읽힐 수도 있다. 우리도 부정하지 않는다. 장필순과 유앤미 블루의 작품들은 배제되었지만 윤영배와 이승열의 작품들은 포함된, 메이저를 통해 제작되거나 유통된 작품임에도 델리 스파이스와 배드 테이스트의 데뷔작은 포함시킨 반면 이상은과 자우림의 일부 앨범은 배제시킨 목록의 완결성의 한계를, 우리도 알고 있다는 말이다. 다만, 우리가 여전히 진화와 변모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 음악계의 현재적 관점에서 이 목록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한국 음악계를 관찰하는 반영하는 자료로 일말의 역할이나마 수행할 수 있다면 이 목록은 소임을 다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리스트는 맹신도 불신도 바라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각자의 기억을 우리의 목록과 대조하는 것으로 이 기획에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80. 메써드 [Spiritual Reinforcement](2009)

메써드의 존재는 모던 록 대세의 한국 인디 씬에서 헤비 메탈이 당당하게 지분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라고 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파괴적인 음량과 질주하는 속도를 바탕으로 프로그레시브 록과 매스 록의 방법적 단편들까지 차용하여 스래시 메탈의 영역을 최대치로 확장시킨 이 앨범은 그에 대한 유력한 증거다. 정교한 연주로 축조해낸 복잡한 구조의 노래들로 가득한 이 작품을 통해 메써드는 자신들에 대한 평가를 상승시켰을 뿐만 아니라 한국 헤비 메탈의 수준을 격상시키는 성과까지 획득했다. 특히, 밴드의 리더이자 리드 기타리스트인 김재하의 공격적인 리프와 번뜩이는 솔로는 명연의 범주에 놓기에 모자람이 없다고 할 것이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 (박은석)

79. 스위트피 [Neverendingstories](2000)

김민규의 감수성 시간. 시작은 한 해 전의 EP [달에서의 9년]이었다. 이 EP에서 김민규는 델리 스파이스 시절보다 더 개인적인 내밀한 이야기들을 자신의 음반에 담았다. [Neverendingstories]는 여전히 여리고 여전히 소년이고 싶은 한 남자의 내밀한 일기장과 같은 음악이다. 델리 스파이스에서 들려줬던 감성적인 면을 떼어와 단출한 연주 위에 김민규 특유의 연약한 목소리를 얹었다. 더불어 홈레코딩 방식으로 제작된 앨범은 동료 음악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줬고, 앨범 제작을 위해 만든 독립 레이블 문라이즈의 그늘 아래 같은 뜻을 가진 음악가들이 모여 들었다. 음악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이 앨범은 인디 20년 역사에 한 점을 선명하게 찍었다. (김학선)

78. 윤영배 [좀 웃긴](2012)

첫 EP [바람의 소리]보다 좀더 세련된 모습으로 나타난 윤영배의 두 번째 음반이다. ‘근대에 대한 부정’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했지만 시적으로 함축된 가사, 속삭이면서도 단호함이 서린 목소리, 리버스(reverse)와 더블링(doubling) 등의 기법들을 포함해 섬세하게 주조된 사운드는 사색과 우수에 찬 분위기를 고양시킨다. 하나음악을 기다려온 이들이라면 단박에 조동익이 매만진 손길을 눈치챌 수 있던 작품이기도 하다. 울림 많은 베이스 메이킹 차원에서 더 나아가, 재지한 접근이나 두 가지 버전으로 실린 음원들을 수록하는 행위까지. 이는 레이블로서 푸른곰팡이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개시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이자 동시에 이전의 하나음악에서 담지하고 있던 느린 서정의 복귀이다. (최지선)

77. 넬 [Reflection Of Nell](2001)

이제는 희귀음반으로 더 유명한 넬의 데뷔 앨범이다. 서태지 컴퍼니를 거처 인기 밴드가 되면서 중고시장에서의 가치는 더 상승했다. 지금 세련된 감성 모던 록 밴드로서의 넬보다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사운드들은 조금 더 극단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다. 데뷔 앨범이 그 밴드의 최고 명반이라고들 하지만 이 앨범에서의 우울함은 조금 더 점도가 세다. 라디오헤드와 비교하는 것도 그런 면에서 수긍이 간다. ‘믿어선 안될 말’ 같은 밴드의 오랜 스테디셀러를 수록하고 있으며 오래도록 감성을 유지해 오는 단초가 된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애정공세를 받고 있다. (최지호)

76.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우리는 깨끗하다](2007)

‘남들과 다르다’는 것만으로 패널티를 안고 생을 시작해야 하는 이 땅에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가 음악이라는 도구를 택한 건 그야말로 신의 한 수가 아니었나 싶다. 거의 유일하게 ‘다름’이 긍정으로 작용하는 ‘이 바닥’에 2007년 말 뜬금없이 나타난 이들은, 무기력에 빠진 도시 청춘들에게 “도시에서만 살기엔 젊음이 아깝잖아!”’라 외치며 삶의 새로운 바로미터를 제시한다. 축축하고 조악한 프로그래밍에 실려 흐르는 이들의 ‘다른’ 멜로디와 메시지가 얼마나 크게 세상을 울렸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이 앨범을 아는 이들에게는 살아가는 순간 문득 왜 이러고 있나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낭만과 여유를 선사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윤하)

75. 롤러코스터 [일상다반사](2000)

롤러코스터의 데뷔 앨범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2번째 앨범 [일상다반사]도 그에 못지 않게 훌륭한 앨범이었다. 조원선의 가사와 목소리는 그 깊이를 더했고, 이후 수많은 아이돌 명곡들을 쏟아내는 지누도 작곡과 편곡에서 큰 역할을 했다. 롤러코스터 사운드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이상순의 기타 또한 훌륭하다. 각자 엄청난 재능을 가진 이 뮤지션들의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은 이 앨범에도 계속되어 ‘LOVE VIRUS’에는 중간에 해금소리마저 등장한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동시에 대중성을 잃지 않는 롤러코스터의 첫 두 앨범은 인디 역사에 꼽을만한 원투펀치다. (김종윤)

74. 로다운 30 [1](2012)

‘90년대에 밴드 노이즈가든을 통해 한국 록에 그런지/얼터너티브의 한 획을 써낸 윤병주는 로다운 30라는 새 밴드를 통해서 블루스 록과 얼터너티브가 어우러진 사운드로 새로운 독창성을 증명했다. 첫 앨범 [Jaira]가 그래도 좀 더 블루스 록의 고전적 틀을 견지했던 반면, 이 앨범에서는 기타와 베이스와 드럼이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는 사운드를 펼치는 한편으로 현대적인 전자음을 넣는 것 역시 주저하지 않는 과감함을 보여주었다. 거친 기타의 끈끈함이 지배하는 '아스팔트'와 전자음과 그루브가 앞서나가는 '플라스틱에로모듈'이 공존하면서도 이질적이지 않다는 것, 그것이 바로 로다운 30만의 사운드가 이 음반으로 완성되었다는 증거다. (김성환)

73. 게이트 플라워즈 [Gate Flowers](2010)

이 앨범은 거칠다. 녹음상태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작품의 성격과 정서가 그렇다는 뜻이다. 예컨대, 잼 세션의 흔적을 기록한 소리의 편린들로 전체 열두 개의 트랙 가운데 절반을 채웠다는 사실이 드러내는 바가 그렇다. 게이트 플라워즈는 완성된 노래를 내놓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을 아무런 가감 없이 들려줌으로써 앨범의 본성을 규정한다. 그 미완의 소품들이 자아내는 원초적 느낌은 나머지 여섯 곡의 완성된 트랙들을 통해 증폭됨으로써 날것이 주는 생생함의 쾌감을 극대화시킨다. ‘F.M.’과 ‘예비역’의 선율이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근거도 마찬가지다. 거칠게 분출하는 연주의 질감과 대비되는 일종의 소격효과였던 셈이다. 그러므로 사운드 프로덕션에 전력한 정규 데뷔작 [Times](2012)가 기대에 못 미치는 평가를 받은 것은 아이러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박은석)

72. 피-타입 [Heavy Bass](2004)

버벌 진트나 가리온과는 다른 힘이다. 날이 서있다고 간단히 때우고 어물쩍 넘어갈 수준이 아니다. 이 묵직한 날은 메타의 날카로움을 집어삼키기 충분할 정도로 무섭다. 그래서 메타와 피-타입의 합은 앨범에서 가장 화끈한 장면을 연출한다. 그 때문일까? 피-타입의 2013년 복귀 싱글에도 메타가 등장한다. 단순하게 느껴질 정도로 정직한(!) 킵루츠의 비트는 힙합의 황금기에나 들을 수 있던 무게감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물론 분명한 가사 전달력, 정교한 라임, 개성과 파괴력을 가진 플로우까지 피-타입의 혁명적인 한국어 래핑도 앨범 전체를 관통하며 빛나고 있다. 참신했지만 녹음상태가 아쉬웠던 버벌 진트의 첫 EP, 너무 늦게 도착한 혁명인 가리온의 데뷔 앨범과 비교해, 이 작품은 탄생하는 순간부터 어디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완전한 한/국/힙/합의 탄생이었다. (조일동)

71. 크라잉 넛 [하수연가](2001)

이 앨범의 가치는 홀대 받고 무시당해 왔던 ‘패배자들의 정서’를 적확하게 투사해냈다는 데 있다. 당연하게도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이 곧바로 훌륭한 작품의 탄생으로 연동되는 것은 아니다. 크라잉 넛은 이소룡부터 매춘부, 하수구 냄새로 가득한 뒷골목의 풍경을 유머를 잃지 않은 가운데 진솔하고 날카로운 필체로 화폭에 담아냈고, 대중과의 교집합을 이뤄냈다. 펑크와 스카, 현악과 그루브가 조화를 이룬 가운데 수록곡들은 그들의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뛰어난 응집력을 가지고 얽혀 있으며, ‘밤이 깊었네’,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 등이 예증하는 것처럼 빼어난 싱글의 매력 또한 함께 담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앨범은 모든 뛰어난 펑크 음반이 그러했듯, 메시지와 음악성, 펑크의 강령을 펑크 안에서 넘어서려는 태도가 혼연일체를 이룬 작품이 되고야 말았다. (이경준)

100비트 | 백비트 (대중음악 웹진)

100비트'는 한겨레신문사와 젊은 대중음악평론가들이 함께 만드는 대중음악 웹진입니다. 록 음악에 많이 쓰이는 박자를 뜻하는 음악 용어이자 비틀즈의 무명 시절을 다룬 영화 제목 'Backbeat'를 변형한 것입니다. 숫자 100으..

http://100be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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