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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 뮤직

추천 23 | 조회 4948 | 2013.07.05
한국 인디 20년 - 우리가 기억해야 할 100장의 음반 (2)

한국 인디 음악의 연원을 특정하는 일은, 과거사를 다루는 작업들이 언제나 그렇듯이, 쟁점적이다. 누군가는 크라잉 넛의 노래 ‘말달리자’가 발표된 시점을, 누군가는 배드 테이스트의 셀프 타이틀 앨범이 공개된 날을, 또 누군가는 홍대 앞 주차장에서 ‘스트리트 펑크 쇼’가 벌어진 때를 그 유력한 후보로 언급할지 모른다. 시간을 거슬러 특정한 문화적 현상의 근원을 따지는 일은 대개 상징적인 사건들을 주목하기 마련이고,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상징성의 가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밝혀두건대, 여기 “한국 인디 20년” 기획을 마련하며 우리가 주목한 상징적 사건은 ‘클럽 드럭의 오픈’이다. 1994년 7월 마포구 서교동 86-35번지에서 문을 연 이 수상한 이름의 클럽은, 뉴욕의 ‘CBGB’와 런던의 ‘100 클럽’이 그러했듯, 한국 인디 음악의 자궁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판단이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보다 ‘씬의 성립’이라는 관점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인디 음악 여명기의 가장 중요한 매개체는 앨범이나 레이블이기 전에 라이브 클럽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클럽 드럭의 오픈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한국 인디 20년” 기획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인디의 범주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질문이 남아있으니까 말이다. 한국에서 메이저와 인디를 구분하는 일은 자본의 성격을 기준으로 삼는 미국과 영국의 그것과 다르다. 2011년 여름, 한국독립제작자협회 출범을 앞두고 열린 토론회에서조차도 한국의 인디를 정의하는 기준이 뜨거운 감자로 대두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우리가 기성성의 관계와 음악성의 지향을 분류의 기준으로 포함시킨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이 리스트가 완벽하지 않다는 자인으로 읽힐 수도 있다. 우리도 부정하지 않는다. 장필순과 유앤미 블루의 작품들은 배제되었지만 윤영배와 이승열의 작품들은 포함된, 메이저를 통해 제작되거나 유통된 작품임에도 델리 스파이스와 배드 테이스트의 데뷔작은 포함시킨 반면 이상은과 자우림의 일부 앨범은 배제시킨 목록의 완결성의 한계를, 우리도 알고 있다는 말이다. 다만, 우리가 여전히 진화와 변모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 음악계의 현재적 관점에서 이 목록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한국 음악계를 관찰하는 반영하는 자료로 일말의 역할이나마 수행할 수 있다면 이 목록은 소임을 다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리스트는 맹신도 불신도 바라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각자의 기억을 우리의 목록과 대조하는 것으로 이 기획에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90. 노이즈가든 [...But Not Least](1999)

PC통신 동호회 문화는 한국 인디 음악에 중요한 자양분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테크노, 힙합 등이 대두되었고 동호회 문화 역시 장르가 확연히 분리되는 경향이 강해졌지만 노이즈가든은 그러한 구분이 상대적으로 덜했던 시기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는 음악인들이 친목 비슷하게 교류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But Not Least]의 경우 높아진 게스트의 비중이 결과물의 성격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앨범이다. 마니아이기도 한 윤병주는 자신의 음악 취향을 다양하게 풀면서 듣는 재미가 늘어나길 원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이즈가든의 기존 색깔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여전히 헤비한 가운데 정적으로 흐르는 분위기가 더욱 짙어졌다는 것 정도가 다를까? 그러나 이는 그만큼 노이즈가든의 사운드가 분명한 탓이고 완성도 역시 데뷔 앨범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문정호)

89. 문샤이너스 [푸른 밤의 BEAT!](2011)

노 브레인으로 시작해 한국 인디 록 씬의 대표적 연주자의 자리를 차지한 차승우의 밴드 문샤이너스는 첫 EP부터 정규 데뷔작 「모험광백서」(2009)까지 꾸준히 로커빌리에 기반을 둔 펑크 록이란 고유의 스타일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데뷔 앨범이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고, 이들의 장점인 라이브의 현장감이 조금 덜 살아있었다면, 이 두 번째 음반은 선택과 정제를 통해서 그들만의 확실한 로큰롤 에너지를 음반 속에도 고스란히 담아냈다. 로커빌리의 형식미에 얽매이지 않고 펑크적 감성에 충실한 것도 장점이다. 신나게 달려가는 '푸른밤의 BEAT!', 청춘의 아픔이 흥으로 승화된 '모텔 맨하탄', 'Bye Bye Bye'까지 흥겨운 로큰롤의 에너지로 충만하다. (김성환)

88. 진보 [Afterwork](2010)

2010년 발표된 두 장의 알앤비 앨범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디즈의 [Get Ready]가 화려한 편곡과 가창으로 이뤄진 사이드라면, 이 앨범 [Afterwork]은 유니크한 사운드 운영과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편곡, 개성적인 보컬로 이뤄진 사이드다. 이 두 장의 성취는 지금까지의 유사 알앤비들과 달리 음악적 오리지널리티를 획득했다. 그 중 진보는 자신만의 분명한 사운드스케이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프로듀서로서도 분명한 개성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의 승패와는 별도로 역사를 통해 증명될 작품이다. (최지호)

87. 더블유 [안내섬광](2001)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 프로디지(Prodigy), 언더 월드(Under World), 혹은 666의 ‘Amokk’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돌이켜보니 메이저에선 신해철과 이정현이, 인디 쪽에선 데이트리퍼, 가재발, 달파란, 모하비 등의 스타일리스트들이 보인다. 인디 쪽의 성과는 테크노 뮤지션들이 모여 1999년 발매한 [Techno@Kr]를 들으면 당시의 분위기를 잘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별도로 더블유의 [안내섬광]은 U2의 [Pop]처럼 밴드 형태로 테크노를(정확하게는 드럼 앤 베이스를)를 끌어들였다는 점이 조금 더 독특하게 다가온다. ‘Loveless’와 ‘기도’의 매력에만 빠져서 후반부의 격렬하지만 빈틈을 허용치 않는 사운드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감성과 이성의 조화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현지운)

86. 델리 스파이스 [Welcome to the Delihouse](1999)

‘챠우챠우’ 이후 찾아온 의욕과 부담과 고민의 총체다. 그리고 다행히도, 폭풍 데뷔 이후 현명하게 방향을 찾아 완성한 모범적 소포모어 앨범이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고, 그래서 잡다해질까 봐서 고민했다지만, 변화에 적극적이면서도 초기 시절의 인상을 곳곳에 보존하며 바람직한 균형을 찾았다. ‘종이 비행기’는 그들의 변함없는 감수성을 노래한다. 김민규가 아닌 윤준호가 부각된 ‘달려라 자전거’, 댄스 리듬과 함께 노이즈가든의 연주와 교감하는 ‘하이에나’, 드물게 외부 보컬을 영입한 후 테크노를 선보이는 ‘두 눈을 감은 타조처럼’은 진전에 대한 보기 좋은 갈망이다. 히트곡 대신 미래에 대한 풍부한 전망을 제시하는 것으로 새로운 완성도를 얻은 셈이다. (이민희)

85.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2004)

‘00년대 초반, 혼성 2인조 시스템을 통하여 좋은 작품들이 연이어 발표된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데뷔작도 그 중 하나였다. 그토록 짧은 ‘So Good Bye’와 송은지의 음성은 많은 이들을 사로잡았고, 김민홍의 여러 관심사는 ‘Fish’에 독특한 무드를 깃들게 했다. 소박한 순수가 동요를 만든 ‘Lalala’와 감각적인 멜로디라인의 팝송 ‘Love Is Lie’처럼 과욕 없이 나지막한 소리들과 다양한 시도를 껴안았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어디쯤인가에 붕 떠있는 듯했고, 관심을 기울인 관계자도 드물었지만, 이내 현재(당시)의 사람들이 가장 기다려온 음악이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나도원)

84. 코코어 [Boyish](2000)

이들을 두고 ‘비운의 밴드’라는 타이틀을 붙이기는 싫지만, 아마도 코코어는 앨범의 퀄리티에 비해 가장 주목을 덜 받았던 그룹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시애틀 그런지를 멋들어지게 소화하는 것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코코어는 (아마도) 이 음반을 통해 서양에서 발원한 로큰롤을 한국적인 방식으로 수용할 수 있는 하나의 전범을 구축했고, 그런 지점들은 캠퍼스 밴드 혹은 ‘80년대 언더그라운드 록 밴드의 느낌이 물씬 배어나는 곡들로부터 명징하게 드러난다. 전작보다 잘 정련된, 하지만 에너지의 손상은 전혀 없는, 요컨대 진일보한 작품이다. 프로듀서를 맡은 신윤철의 완벽에 가까운 조율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지점이다. ‘부분’보다 ‘전체의 조화’를 중시하는 그의 스타일 덕택에 앨범이 더욱 빛나게 되었다고 해도 허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록곡 ‘이상한 날’은 전작의 ‘무제’(소위 ‘비오는 밤’)와 더불어 그들을 대표하는 싱글로 아로새겨졌다. (이경준)

83. 버벌 진트 [누명](2008)

본 앨범 23곡에 리믹스 CD까지 더한 자신감 넘치는 구성, 발매를 전후해 들끓었던 앨범을 둘러싼 각종 긍/부정적인 논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잡음을 잠식시킬 만한 완성도. [누명]은 길지 않은 한국 힙합 역사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버벌 진트의 가장 시끄럽고 단단한 작품이다. 앨범 한 장에 담을 수 있는 물리적, 정서적 한계를 시험하는 듯 한 누명의 세계는 해이터들의 공격과 오해를 향한 직접적인 분노와 조롱, 그에 동조하는 동료들과의 호흡, 모두가 외치는 완성된 플로우와 라임, 다양한 음악적 베이스를 발판으로 직접 만들고 다듬어 낸 비트를 타고 당장이라도 터질 듯 회오리 친다. (김윤하)

82. 고찬용 [After 10 Years Absence](2006)

한땀한땀 빚은 수공예 작품이다. 낯선 사람들의 도전적인 훵크, 하나음악적 알앤비라는 담론들을 모두 물리치고서 이 앨범에게 제일 먼저 선사해야 할 찬사다. 장르적 자장 안에서 논의되는 바람에 어떤 전범의 후예쯤으로 치부되어 버리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고, 또한 그런 자장 안에서 논의되어 충성도 높은 골수 팬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두 가지 경향 모두 이 앨범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스무살’에서 3밀리미터쯤 뒤로 밀리는 킥과 베이스, ‘길’ 뒤편으로 편집증 환자처럼 재잘대는 손목 스냅. 모든 곡의 후렴구 화음을 유독 복잡하게 만든 카오스적 캐릭터 – 이런 것들이 이 앨범의 진짜배기다. 게다가 고찬용의 기타는 화려함과 담백함을 모두 가진 드문 명연이다. (최지호)

81. 페퍼톤즈 [Colorful Express](2005)

인디 씬의 신인이 ’프리뷰' 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데뷔부터 이렇게 주목을 받은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이른바 ’라운지'가 하나의 대세였던 시기에 그 일파로 보였지만, 사실 페퍼톤즈에게 중요한 것은 그 사운드가 아니라 그것을 즐길만한 정서의 구축이었다. 여유가 있고 기분이 좋아야 나올 수 있고, 또 듣게 되는 음악. 사람들은 두근대는 순간의 BGM으로 페퍼톤즈를 선택했고, 저마다 자기만의 베스트 트랙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노래는 자신의 가장 좋은 기억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페퍼톤즈는 지금도 좋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 정서의 가치는 단언컨대 재현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서성덕)

100비트 | 백비트 (대중음악 웹진)

100비트'는 한겨레신문사와 젊은 대중음악평론가들이 함께 만드는 대중음악 웹진입니다. 록 음악에 많이 쓰이는 박자를 뜻하는 음악 용어이자 비틀즈의 무명 시절을 다룬 영화 제목 'Backbeat'를 변형한 것입니다. 숫자 100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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