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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 뮤직

추천 9 | 조회 5128 | 2013.07.03
한국 인디 20년 - 우리가 기억해야 할 100장의 음반 (1)

한국 인디 음악의 연원을 특정하는 일은, 과거사를 다루는 작업들이 언제나 그렇듯이, 쟁점적이다. 누군가는 크라잉 넛의 노래 ‘말달리자’가 발표된 시점을, 누군가는 배드 테이스트의 셀프 타이틀 앨범이 공개된 날을, 또 누군가는 홍대 앞 주차장에서 ‘스트리트 펑크 쇼’가 벌어진 때를 그 유력한 후보로 언급할지 모른다. 시간을 거슬러 특정한 문화적 현상의 근원을 따지는 일은 대개 상징적인 사건들을 주목하기 마련이고,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상징성의 가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밝혀두건대, 여기 “한국 인디 20년” 기획을 마련하며 우리가 주목한 상징적 사건은 ‘클럽 드럭의 오픈’이다. 1994년 7월 마포구 서교동 86-35번지에서 문을 연 이 수상한 이름의 클럽은, 뉴욕의 ‘CBGB’와 런던의 ‘100 클럽’이 그러했듯, 한국 인디 음악의 자궁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판단이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보다 ‘씬의 성립’이라는 관점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인디 음악 여명기의 가장 중요한 매개체는 앨범이나 레이블이기 전에 라이브 클럽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클럽 드럭의 오픈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한국 인디 20년” 기획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인디의 범주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질문이 남아있으니까 말이다. 한국에서 메이저와 인디를 구분하는 일은 자본의 성격을 기준으로 삼는 미국과 영국의 그것과 다르다. 2011년 여름, 한국독립제작자협회 출범을 앞두고 열린 토론회에서조차도 한국의 인디를 정의하는 기준이 뜨거운 감자로 대두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우리가 기성성의 관계와 음악성의 지향을 분류의 기준으로 포함시킨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이 리스트가 완벽하지 않다는 자인으로 읽힐 수도 있다. 우리도 부정하지 않는다. 장필순과 유앤미 블루의 작품들은 배제되었지만 윤영배와 이승열의 작품들은 포함된, 메이저를 통해 제작되거나 유통된 작품임에도 델리 스파이스와 배드 테이스트의 데뷔작은 포함시킨 반면 이상은과 자우림의 일부 앨범은 배제시킨 목록의 완결성의 한계를, 우리도 알고 있다는 말이다. 다만, 우리가 여전히 진화와 변모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 음악계의 현재적 관점에서 이 목록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한국 음악계를 관찰하는 반영하는 자료로 일말의 역할이나마 수행할 수 있다면 이 목록은 소임을 다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리스트는 맹신도 불신도 바라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각자의 기억을 우리의 목록과 대조하는 것으로 이 기획에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100. 배드 테이스트 [Bad Taste](1996)

음악적인 완성도가 높은가? 아니다. 파격적인 시도로 가득한가? 모르겠다. 솔직히 배드 테이스트의 첫 번째 정규앨범이자 현재까지 마지막 정규작(이 표현을 쓰는 까닭은 배드 테이스트가 원맨밴드이기 때문이다)인 [Bad Taste]의 가치는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 찾아진다. “최초의 인디 음반”이라는 타이틀 말이다. 원종우(딴지일보의 파토)는 자비를 들여 홀로 연주와 프로듀싱을 모두 해냈다(녹음 엔지니어는 따로 존재한다). 꽤 쌈박한 기타 연주가 담겨있지만, 그에 비해 어색한 보컬과 여타 악기와의 부조화 등 음악적인 측면만 들여다보자면 불만족투성이다. 그러나 이 앨범은 한국의 인디 음악을 논할 때, 반드시 거론되어야 한다. 모두들 음반 한 번 내려면 기획사 혹은 음반사 주변을 기웃거려야 한다고 믿고 있을 때, 스스로 모든 걸 해 보겠다고 덤빈 최초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조일동)

99. 오지은 [지은](2009)

인디 록의 음반 제작방식 중 하나로 정착된 본인만의 독립 레이블 설립을 통해 2007년 미니멀한 사운드로 첫 앨범 [지은]을 완성해 인디 씬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오지은은 2년 후 발표한 이 앨범을 통해서 한국에서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장점들이 모두 담긴 매력적인 사운드를 펼쳐냈다. 울렁대는 리듬 파트의 그루브 위에서 날카롭게 노래하는 '진공의 밤'을 시작으로 솔직한 감정을 보컬의 호소력으로 표출하는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와 '웨딩송' 같은 곡들을 통해서, 그리고 전자양의 지원 속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차가운 여름밤' 등을 통해 그녀는 사랑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작가주의적 감성의 표본이 무엇인지 확인시켜준다. (김성환)

98. 옐로우 몬스터즈 [Yellow Monsters] (2010)

유명 밴드 출신의 멤버들이 모여 결성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옐로우 몬스터즈는 달랐다. 델리 스파이스와 마이 앤트 메리, 껌엑스가 가진 개성이 워낙 뚜렷했기에 그 물리적 조합은 많은 위험요소가 존재했지만, 옐로우 몬스터즈는 가장 원초적인 헤비 메탈 사운드를 초석으로 네오 펑크와 이모 코어, 모던 록의 감성을 효과적인 반전의 장치로 활용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록 음악을 구현해냈다. 이 훌륭한 데뷔 앨범의 눈부신 성과는 이제 우리도 미국의 푸 파이터스(Foo Fighters)와 같은 록 밴드를 보유하게 됐다는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태훈)

97. 잠비나이 [차연](2012)

예술가가 변칙과 반역으로 승부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 또 그래야만 한다는 압박은 작품을 정형화된 거푸집 혹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클리셰의 소각로에 그들을 밀어 넣기도 한다. 여기 예외가 있다. 잠비나이의 1집은 EP로 인해 형성된, 세간의 예상과 예측을 아주 교묘하게 벗어나면서도 본연의 색채를 밀도 있게 유지하며 일관된 정체성을 형성하는 기묘한 작품이다. 혹자의 말처럼 이 작품은 포스트 록의 관습을 일정 부분 따르면서도 모던 헤비니스의 작법과 만나기도 하지만, 결국 한 장르 안으로 포섭되기를 거부하며 미끄러진다. 마침내 밴드는 다수의 찬성표를 얻지는 못했을지라도, 무시할 수 없는 지지자들을 얻게 되었다. 자의든 타의든, 이 작품은 2010년 이후 한국 록 혹은 크로스오버가 배출한 인상적인 결과물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이경준)

96. 이랑 [욘욘슨](2012)

'난데없다'는 말만큼 이 앨범을 잘 표현할 말은 없는 것 같다. "갑자기 불쑥 나타나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다"는 사전의 뜻처럼 이랑은 등장도 난데없었고, 음악까지도 난데없었다. 몇몇 참조목록(레퍼런스)이 언급되긴 했지만 이랑이 그 음악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 같지는 않다. '우연'히 만들어진 이랑의 이 앨범은 온전히 이랑만의 독자적인 음악이 됐다. 분명하게 '다른' 감수성과 어법으로 노래를 만들고 부르며, 단편소설 같은 노랫말은 엉뚱하면서 특별하다. 무심한 듯 엉뚱한 듯, 그러나 특별하게 노래하기. (김학선)

95. 윈디 시티 [Countryman's Vibration](2007)

그룹 아소토 유니온에서 훵크를 지향했던 김반장은 새로운 그룹 윈디 시티를 만들면서 레게와 소울에 집중했다. 장르의 겉모양새를 모방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장르에 깃든 정신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러한 김반장의 노력은 결국 음악으로 승화했고, 2007년에 나온 두 번째 앨범인 본작에서 제자리를 잡았다. ‘Silky Silky Love Song’과 ‘You Are’에 흐르는 연정(戀情)을 지나 김반장과 밴드가 향하는 곳은 ‘Love and Happiness’와 ‘Freedom Blues’에 흐르는 인류애. 그리고 그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찰진 음악은 레게와 소울 장르의 정곡을 짚는다. (김두완)

94. 글렌체크 [Haute Couture](2012)

그들은 유럽에서 성장했으며 패션에 일가견이 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경험은 이미지의 형태로 음악에 깃들었다. 유럽 디자이너가 준비한 런웨이에 핫하고 힙한 영미권의 인디 음악이 쓰이는 풍경을 떠올리듯, 그만큼 세련된 인상이다. 근본적으로 록을 베이스로 한 장비의 음악을 들려주지만 굳이 쩌렁쩌렁하거나 끓어오르는 사운드로 플로어를 달구지는 않는다. 그냥 무심하고 간결한 무대 매너로 살랑살랑 리듬을 타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를 춤추게 한다. 차곡차곡 공개한 싱글 이후 발표한 앨범으로 록 페스티벌의 신진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현장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 작품이다. (이민희)

93. 데이트리퍼 [수집가](2001)

다른 그 어느 장르보다 유행에 민감한 전자음악 씬에서, 이 앨범은 단번에 거세게 이야기되기 보다는 오래 이야기될 운명을 타고 났는지도 모른다. 앨범을 관통하는 건 앨범이 발매되었던 2000년 대 초반의 어떤 경향이나 조류보다는 ‘류한길’이라는 한 뮤지션의 성향과 역사를 하나씩 풀어내는 고유한 정서다. 당시도 어쩌면 지금도 인디에서조차 변방일 수 밖에 없는 이 섬세한 소리 수집가의 아날로그 감수성은, 장르를 떠난 위의 음악적 동료였던 최재혁(델리 스파이스), 이석원, 이아립 등의 호흡과 어우러지며 불안하지만 포근한 세계를 만들어 낸다. 무언가를 바꿔놓거나 크게 외치지 않아도 좋은 앨범 한 장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아직 따뜻하다. (김윤하)

92. 칵스 [Access OK](2011)

영미권 대중음악은 한국 대중음악인 대다수에게 거대한 산과 같다. 그들의 음악과 스타일을 소화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고민하면서 그들만큼 멋진 무언가를 만들어내길 바란다. 이는 한국의 음악팬들이 갖고 있는 오래된 갈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2011년에 그룹 칵스가 이 앨범을 냈을 때, 적지 않은 이들이 희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탄력 넘치는 리듬 파트와 명징한 기타 사운드, 그 사이로 파고드는 탐스러운 건반 배음이 영미권의 트렌드와 맞닿아 있었다. 다시 말해, 개러지 록과 일렉트로 팝으로 분해 있었다. 여기에 ‘12:00’와 ’Oriental Girl’에서 드러나는 대중적인 센스는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외국인들에게 이 음반을 들려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상상을 한 건 비단 한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이것이 칵스가 만든 최초의 정규 앨범이라는 점은 여전히 설레는 사실이다. (김두완)

91. 404 [1](2012)

404의 데뷔앨범은 여타 인디 앨범들과는 다른 종류의 작품이었다. 멜로디보다는 그루브에, 후렴구보다는 분위기에 방점이 찍혀있는 앨범이다. 따라서 앨범을 받아들이고 감상하는 태도도 달라야 한다. 곡에서 멜로디를 찾고 따라 부를 수 있는 부분을 원한다면 지루하게 들리겠지만, 마음을 열고 드럼과 기타의 2인조가 만들어내는 기괴함과 광기에 몸을 맡기면 비로소 이 앨범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그만큼 독특했고 귀를 닫을 수 없었기에, 본 앨범은 2012년 인디 최고의 데뷔 앨범으로 공히 인정을 받았다. (김종윤)

100비트 | 백비트 (대중음악 웹진)

100비트'는 한겨레신문사와 젊은 대중음악평론가들이 함께 만드는 대중음악 웹진입니다. 록 음악에 많이 쓰이는 박자를 뜻하는 음악 용어이자 비틀즈의 무명 시절을 다룬 영화 제목 'Backbeat'를 변형한 것입니다. 숫자 100으..

http://100be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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