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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인 노래’를 만들어낸 데스 메탈 음반

핀란드 출신 멜로딕 데스 메탈 밴드 이터널 티어스 오브 소로우(Eternal Tears of Sorrow)의 [A Virgin and a Whore]가 밴드의 최고작인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양하다. 고딕과 블랙의 요소가 강조된 3집 [Chaotic Beauty]나 풋풋한 첫 작품 [Sinner’s Serenade]를 꼽는 사람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A Virgin and a Whore] 역시 그 후보군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처녀와 창녀’라는 술 먹다 대충 붙인 듯한 타이틀에 격분한 나머지 앨범을 던져 버리기 전에 한 번은 인내심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2000년대 초반까지 북유럽 익스트림 메탈 신의 영향력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과장하는 게 아니다. 이제 그들을 돌아봐야 할 시점이 되었다.

앨범명
A Virgin And A Whore
아티스트 및 발매일
Eternal Tears Of Sorrow | 2001.12.14
타이틀곡
Aurora Borealis
앨범설명

멜로딕 데쓰메틀의 새로운 기대주 이터널 티어즈 오브 서로우의 신작Intro.멜로딕 데쓰나 그 밖의 익스트림계열에서 일단 핀란드하면 적지 않은 밴드를 머릿속에서 떠올리게 되는데 개중에서 격동의 90년대에 활약했던 Amorphi..

앨범의 입구를 열면 쏟아지는 것은 밴드명처럼 “영원히 쏟아질 것만 같은” 키보드 선율이다. 이들을 두고 “심포닉 데스”라는 말을 붙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나직하지만 설득력을 갖춘 첫 곡 ‘Aurora Borealis’의 연주를 감상하고 나면, 파시 힐툴라(Pasi Hiltula)의 역할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게 된다. 이 앨범이 익스트림 마니아들 뿐만 아니라 일반 헤비니스 팬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공헌이 지대했던 것이다. 물론 감상의 포인트는 특정 멤버를 조명하는 것보다 팀원들의 조화와 조율이 만들어내는 물결과 조우하는 것이다. 격정적인 ‘Heart of Wilderness’을 지나, 프로그레시브의 면모까지 노출하는 ‘Prophetian’의 멜로디는 가히 독보적인 레벨이다. 좋은 음악이란 지역적, 장르적, 언어적 한계를 뛰어넘어 어떤 보편적 소구력을 뿜어내는 게 아닐까. 적어도 내가 확립해 놓은 기준은 그러하다.

다섯 번째 트랙이자 아마 가장 인기가 있는 밴드의 노래 중 하나일 ‘The River Flows Frozen’이야말로 밴드가 만든 ‘보편적인 노래’였을 것이다. 통상적인 메탈 발라드 형식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차별지점을 울타리 짓는 데 성공한 알티 베텔래이넨(Altti Veteläinen)의 보컬을 치하하는 바이다. 한 걸음 나가면 과도해지고, 한 걸음 모자라면 아쉬운 바로 그 지점에서 밴드의 노래는 끝을 맺는다. 그것이 이터널 오브 소로우의 이 앨범이 가진 제1의 미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경계를 잘 잡는 것은 가르쳐서 되는 문제가 아니기에, 동물적인 미감이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후반부의 한두 곡 정도는 방어할 수 없는 필러(filler)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비율을 감안하더라도 이 음반이 신경 써서 제작된 앨범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 The River Flows Frozen Eternal Tears Of Sorr..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앨범이 담은 사운드는 다크 트랭퀼리티(Dark Tranquillity)의 니클라스 순딘(Niklas Sundin)이 제작한 앨범 커버와 잘 섞인다. 대체적으로 모두에게 찾아올 법한 감정 혹은 상태이다. 응시, 불안, 고독, 쓸쓸함, 외로움. 이를 실현이라도 하겠다는 것처럼 밴드는 2003년 해산해, 칼마(Kalmah)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크레딧을 띄운다. 그리고, 은퇴번복을 쉽게 하는 엔터테이너 기질의 발현으로 이들은 2006년 다시 앨범을 공개하게 된다. 하지만 단연코 이들의 일대기는 이 앨범까지였다. 카르카스(Carcass)를 듣고 멜로딕 데스가 어렵다거나 무섭다고 여기는 장르 입문자들에게 이 순간 살포시 추천해 줄 수 있는 음반이다. 눈발을 밟으며 들으면 더 좋겠지만, 아직 겨울은 오지 않았으니까.

100비트 | 이경준 (웹진 '백비트' 편집인)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했고 현 대중음악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다. 잡지 [오이뮤직], [프라우드], [브뤼트]의 필자로 있었고 현재는 웹진 '100비트' 편집위원, '보다', 매거진 [독서평설], [유레카]의 필진이다. [네이버 오늘의 뮤..

http://100be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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