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의지의 차이 때문에 지산에서 열린 3일 간의 축제 기간 동안 많은 공연을 보지 못하고 늘어져 있었지만, 그래도 직접 봤던 공연들 가운데 가장 좋았던 공연은 들국화의 공연이었다. 이 전설을 다시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감격에, 비록 전성기적 기량은 아니었지만 세월의 더께가 더해진 목소리로 듣는 '그것만이 내 세상'의 감동이 더해진 무대는 그 자리에 있던 수많은 청중을 열광케 했다. 이 자리에 조덕환이 함께 했으면 하는 아쉬움과 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허성욱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기도 했지만, '그것만이 내 세상', '행진', '매일 그대와'가 전해주는 감동의 크기가 더 앞에 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27년 전, 이 감동의 무대를 보기는 좀 더 수월했다. TV 출연은 거의 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전국을 돌며 직접 팬들과 만났다. 쉬지 않고 6개월 내내 공연하는 등 공연 문화를 선도했다. 들국화는 곧 라이브 콘서트의 대명사처럼 인식됐다. 들국화의 유일한 라이브 앨범인 [Live Concert]는 그 대명사로서의 기록이다. 비록 온전한 형식의 라이브 앨범은 아니었지만 당시 한국 대중음악계의 현실이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록그룹 들국화는 최근 음악전문가들에 의해 [대중음악 100대 명반] 1위에 선정되어 화제가 되었다. 우리시대의 명반 들국화 음반 중 오래전에 품절이 되었다가 새롭게 단장하여 재발매 된 「 들국화 라이브 콘서트(2for1)」음반에는 변혁의 시대에..
얘기했듯, 이 앨범은 온전한 라이브 앨범은 아니다. 공연장의 생생한 열기가 담긴 것도 아니다. 이 앨범은 공연장이 아닌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팬들을 스튜디오에 초대해 공연을 펼치고 그 현장의 소리를 녹음했다. 라이브 콘서트라기보다는 일종의 공개방송에 더 가깝다. 이런 치명적인 단점 속에서도 이 앨범이 특별한 가치를 갖는 건, 들국화의 최전성기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도 첫 앨범을 발표한 뒤 들국화의 이름과 멤버들의 기량이 가장 높은 곳에 있을 때였다.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매일 그대와, 사랑일 뿐이야, 오후만 있던 일요일, 축복합니다, 제목을 적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전해지는 것 같은 1집 대부분의 노래들이(심지어 건전가요로 넣은 '우리의 소원'까지) 젊은 들국화의 목소리와 연주로 담겨 있다. 전인권은 거칠 것 없이 '그것만이 내 세상'과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를 부르고 다른 멤버들은 안정적인 연주와 화음으로 그 목소리를 더 돋보이게 한다. 원년 기타리스트 조덕환이 빠지고 열정적인 연주를 들려주는 최구희도 없어, 손진태가 모든 기타 연주를 도맡아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곡들이 갖고 있는 아우라에 마이너스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이 앨범이 갖는 또 다른 미덕은 들국화의 목소리로 듣는 고전의 재발견이다. 들국화는 자신들이 지칠 때 힘이 됐던 노래들이라고 밝히며 조동진의 '나뭇잎 사이로'를 비롯해 홀리스(The Hollies)의 'He Ain't Heavy, He's My Brother', 스틱스(Styx)의 'The Best Of Times' 등을 커버한다. 이 노래들은 전인권의 목소리를 통해 마치 들국화의 곡처럼 새로운 생명을 얻었고, 원곡과는 또 다른 감동을 전한다. 그때의 들국화는 이 모든 것들이 가능했다.
지산에서 들국화에게 쏟아졌던 놀라운 환호와 박수는 그때의 그들이 이루어낸 성과에 대한 존중이었을 것이다. [Live Concert]가 만들어지던 때의 열악한 여건은 한국 대중음악계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들국화의 음악은 그 현실 속에서도 스스로 꽃잎을 틔우고 향을 날리던 아름다운 꽃이었다.
2000년에 인터넷 음악방송국 '쌈넷' 기자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웹진 '가슴' 편집인과 한겨레신문 객원기자를 지냈으며, 현재 웹진 '보다' 편집장과 '100비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참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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