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화창한 날씨와 함께 펼쳐지는 야외공연은 그 자체로 환상적이었다. 해외여행을 다녀본 분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맥주가 ‘술’이지만, 바다 넘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음료’에 가깝다는 사실을. 스위스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게다가 지금은 무려 페스티벌 기간 아닌가. 시원한 생맥주가 빠질 수 없다. 일단 한잔 털고 시작한다.
관리 상태가 극상으로 훌륭했던 몽트뢰의 하이네켄 생맥주.
이런 맥주를 자꾸 마시다 보면, 아무리 애국심에 불타는 사람이라도 국산 맥주를 애용하기는 힘들어진다.
야외 무대의 이름은 ‘뮤직 인 더 파크’다. 공연장 부근에 스케줄표가 설치되어 미리 확인하고 관람할 수 있는데, 사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뮤지션들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무시하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 다들 실력이 만만치 않아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다 보면,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밴드를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날아온 밴드 드웬데(Duende)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야외공연장인 ‘뮤직 인 더 파크’의 스케줄표
낮 시간의 한가로운 야외공연장의 풍경. 밤에는 젊은이들로 꽉꽉 들어찬다.
재즈, 랩, 록을 적절히 믹스한 드웬데의 음악은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냈다.
한국에 도착한 후,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도 음원을 구해 에어플레이했다.
야외 공연은 어디서든 무료로 볼 수 있지만, 두 개의 공연장으로 나눠진 실내 콘서트는 가격이 만만치 않다. 공연 하나에 기본 약 30만원, 어떤 경우에는 50만원이 훌쩍 넘는다. 우선 마일스 데이비스 홀(Miles Davis Hall)은 클래식과 재즈에 최적화된 공연장이다. 분위기도 엄숙해서 공연을 즐긴다기 보다는 차라리 ‘음악 예술을 음미한다’는 쪽에 가깝다. 사진촬영도 절대금지. 어떤 사람은 뮤지션이 노래하는 도중 옆자리의 사람과 대화를 하다가 주위로부터 ‘조용히 해달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여기에서 5개 정도의 공연을 봤는데, 질베르뚜 지우(Gilberto Gil)가 20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연했던 콘서트는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였다.
아티스트마다 공연가격이 조금씩 다르다. 포플레이(Fourplay)와 세르지오 멘데스(Sergio Mendes),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을 좌석으로 다 보는데 240 스위스프랑, 나이트위시(Nightwish)는 무려 320프랑이다. 나이트위시가 더 비싸서 충격 먹었다.
전체 공연스케줄을 확인할 수 있는 전단지. 표지의 인물이 이번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의 메인 모델이다. 엄청 느끼하게 생겼는데 대체 누군지를 확인 못했다. 좌측의 팅팅스(The Ting Tings)처럼 유명 아티스트의 경우에는 사진에서 보듯 따로 제작해서 나눠준다.
마일스 데이비스 홀로 들어가는 입구.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입장했다.
공연스케줄표를 미리 받아서 어떤 공연을 볼지 체크하는 건 필수.
매일마다 잡지를 발행해 배포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마일스 데이비스 홀과 비교해 오디토리움 스트라빈스키(Auditorium Stravinski)는 규모가 상당히 크다. 사진촬영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이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흥겨운 뮤지션’들이 무대에 선다. 방금 언급한 포플레이, 세르지오 멘데스, 허비 행콕, 나이트위시 등이 이 곳에서 명연주를 들려줬고, 이 외에도 핏불(Pitbull)의 퍼포먼스는 순식간에 오디토리움 스트라빈스키를 크레이지한 생(生) 나이트 모드로 돌변시키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밤의 제왕을 자처하는 핏불 형을 드디어 영접하다니, 솔직히 이런 유의 음악을 즐기는 편은 아니라 5곡 정도를 감상하고는 맥주 한잔 더하러 공연장을 빠져 나왔다.
낮 시간에 찍은 스트라빈스키홀 입구. 공연 직전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사진 촬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번쩍거리는 조명으로 거대한 나이트를 연출했던 핏불의 공연.
공연장 외에도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의 건물 내에는 볼거리들이 다양하다. 우선 1편에서 언급한 기념품 숍에서 티셔츠를 포함한 의류와 몽트뢰 관련한 CD와 DVD 등을 구입할 수 있고, 지하로 내려가면 그간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을 홀렸던 아티스트들의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이 사진들을 쭉 감상하고 프레스 룸으로 들어가니, 이곳이야말로 별천지가 아니던가. 와이 파이를 무료로 쓸 수 있는 것은 물론, 워터를 포함한 전 음료가 공짜, 게다가 공연장에 굳이 가지 않더라도 바로 여기에서 화면으로 콘서트를 보며 기사를 송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어디 가서 창피하게 공짜 좀 밝히지 말라고 하실 분들을 위해 얘기하는데, 스위스에서는 작은 페트병 물 한 통이 우리 돈으로 3000원이 넘고 저 유명한 ‘에비앙께서는은 거의 5000원에 달하는 가격을 자랑한다. 과연, 유럽에서도 극악한 물가로 악명 높은 나라다운 패기다.
정말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 왔음을 알 수 있다.
(맨 위 좌측부터 라파엘 사디크. 릴리 앨런. 마빈 게이. 머디 워터스. 버디가이. 샬롯 갱스부르. 에리카 바두. 비비킹과 멈퍼드 앤 선스. 와이클레프 장과 클로드 놉스. 필 콜린스)
이 외에도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는 알찬 프로그램들이 한아름이다. 뮤지션 지망생이라면 워크숍에 신청서를 넣어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들에게 특강을 받아볼 수도 있고, 올빼미족들을 위해 마련된 ‘The Studio’에서는 올 나잇 디제이 파티와 칵테일을 즐기며 각국의 친구들도 마음껏 만날 수 있다. 물론 선천적으로 소심한 동시에 장시간 영어회화가 불가능한 나는 칵테일 몇잔 마시고 바로 자리를 떴지만.
세계적인 뮤지션들에게 강의 한번 받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포플레이와 허병국(허비 행콕) 형님도 이번에 워크숍을 열었다.
디제이들과 함께 올 나잇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더 스튜디오.
뻘쭘함을 못 참고 30분만 있다가 바로 나왔다.
사실 이번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의 여행 전, 두근거리는 뉴스를 들었더랬다. 1편에서 미리 귀띔했던 바로 그 내용이다. 다름아닌 라디오헤드(Radiohead)가 몽트뢰의 호숫가에 위치한 시옹성에서 특별 공연을 열거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광클릭질로 예매를 하려 했건만, 그 다음날 바로 그 공연이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취소되었다는 통보를 접해야 했던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지산밸리록페스티벌에서 라디오헤드를 만날 것을 기약하며 마지막 날에는 시옹성으로 발길을 옮겨봤다. 비록 라디오헤드가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가볼 만한 명소라는 주변의 추천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그래서 어땠느냐고? 때로는 이미지가 글보다 강력할 수 있는 법. 시옹성에서 찍은 사진 몇 장을 여기에 공개한다. 이 사진만으로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한없이 부럽겠지만, 부러우면 당신이 지는 거다. 열심히 돈 모아서 언젠가 여러분도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의 현장에 가보기를 진심으로 권하는 바다. 프레디 머큐리가 찬양한 것처럼, '음악의 천국'이 바로 거기에 있을 테니까.
시옹성의 사진들. 몽트뢰에서 배타고 5분이면 가는데, 이걸 모르고 걸어갔다가 1시간 이상 걸려서 죽는 줄 알았다.
몽트뢰로 돌아올 때는 당연히 배타고 왔다.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음악웹진 'IZM'을 거쳐 [오이 뮤직], '강앤뮤직' 등에서 나름 열심히 일했다. 현재는 웹진 '100비트'를 비롯해 방송 출연과 포털 사이트, 지면 원고 등을 통해 음악을 소개하는 일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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