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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지향하는 새로움

문득 기시감이 느껴지는 친숙한 느낌의 장소를 발견할 때, 혹은 자신의 성향을 일깨워주는 사람을 만날 때, 디지털로는 도저히 체계화할 수 없는 아날로그 정서를 경험한다. 음악도 그렇다. 시대를 따라 성향이 변하고 새로운 조류에 취하게 되지만 잊혀져가는 과거를 일깨우는 스타일과의 조우는, 막역한 친구처럼 거리감을 느낄 수 없게 한다. 최근 인디 씬에서 신스 팝이 좋은 평가를 얻는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이런 음악을 글로 표현해 내야만 하는 이들에겐 고민이다. 음악은 좋은데 할 말은 없고 뭔가 전해야 할 텐데 들어보라는 말밖에 최선의 언어 선택에 여지가 없으니.

얼핏 보면 약간 나이든 아델(Adele)의 풍채를 떠올리게 하는 루머(Rumer)는 파키스탄에서 태어났다. 예명인 루머는 영국의 유명한 동화작가 루머 고든(Rumer Godden)에서 따왔고 20대 초반에 인디 밴드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에는 밴드에서 나와 본명으로 첫 솔로 앨범을 발표한다. 그러다 지난해 루머란 이름으로 발표한 첫 앨범 [Seasons of My Soul]이 정서적으로 공감할만한 음악을 찾던 올드팬들은 물론이고 엘튼 존(Elton John), 버트 바카라(Burt Bacharach) 같은 뮤지션들을 초토화하면서 크게 알려졌다. 평단에서도 이 늦깎이 신인을 대대적으로 환영하며 브릿어워드 후보로 2개 부문을 하사했다.

앨범명
2집 Boys Don`t Cry (Special Edition)
아티스트 및 발매일
Rumer | 2012.07.03
타이틀곡
Sara Smile
앨범설명

데뷔앨범 “Seasons of My Soul“ 로 `카렌 카펜터`의 재래라는 칭송을 들으며 영국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늦깍이 신인 싱어송라이터 루머의 두번째 앨범 스페셜 에디션. 루머가 평소 즐겨들었던 70년대의 남성 싱어송 라이터들-레온 ..

전작에서 마치 카렌 카펜터즈(Karen Carpenters)가 살아 돌아온 것처럼 청자들을 식겁하게 했던 루머는 이 두 번째 앨범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과거를 지향한다. 즉, 1970년대를 형상화한 남자 가수들의 곡을 리메이크함으로써 더욱 자신의 캐릭터를 확고히 하는 분위기다. 사실 루머는 특별한 편곡의 도움 없이 목소리만으로 우릴 무장해제시킨다. 카렌의 달콤함뿐만 아니라 앤 머레이(Anne Murray)와 리타 쿨리지(Rita Coolidge)의 단아하면서도 정적인 음색 또한 함께 녹여내며 1970년대 공기로 사방을 전염시키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약속 한 번 잡기 힘든 세상과 달리 낭만과 여유가 있었던 1970년대 팝을 아는 리스너들에게는 결코 흘려듣기 힘든 마력이다. 마치 1970년대 여성 보컬의 아우라를 모두 가지면서 하나의 목소리로 그 시대의 대표성을 잘 구현해 낸 것 같다. 그렇지만 곡들은 잘 알려지지 않아 마치 신곡들 같다. 오래된 LP에서 낯선 곡들을 꺼내 듣는 느낌.

그런 루머의 분위기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참 아이돌과 서바이벌에 빠져 있는 이들에겐 지나치게 복고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레이디 가가(Lady GaGa)나 케이티 페리(Katy Perry) 등 퍼포먼스가 강한 여가수들이 대세인 시점에 대항마로 등장한 아델처럼, 항상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루머의 등장은 흐름상의 요청으로 이해될 수 있다. 만약 ‘Be Nice To Me’나 ‘A Man Needs A Maid’를 듣고도 이 앨범이 심심하게 느껴진다면 [Seasons of My Soul]을 먼저 들어보길 권한다. 결코 과거 지향만 있지 않다.

작금의 가요계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형국을 띠고 있다. 가창력이란 미명아래 목소리를 혹사하고 귀를 혹사한다. 그래서 여전히 파급력은 무시 못 하지만 시청률의 측면에서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은 더 이상 초창기처럼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거기에 아이돌의 음악은 최대한 자극적이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이런 경향성을 소수가 뒤바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루머와 같은 가수의 음반이 재고의 여지를 준다. 달도 차면 기울 듯 과도한 오디션경쟁은 귀가 편한 쪽으로, 옥타브 경쟁보다는 개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옮겨 가게 되고 그러면 그때 우리도 루머 같은 가수를 선물처럼 받지 않을까 싶다.

100비트 | 현지운 (음악평론가)

모든 이들에게 긍정적 자극을 주고받고 싶은 열정적 음악세계 탐구자.

http://100be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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