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필순의 5집과 6집은 대중음악평론가들에게 1990년대와 2000년대 명반 1위로 꼽혔다. 물론 평론가들의 관점이 정답은 아니고, 음악이 순위를 매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한 뮤지션의 음반이 연속해서 10년 단위의 최고 음반으로 꼽히는 일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장필순의 음악적 성취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장필순이 음악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82년이고 자신의 첫 앨범을 발표한 것은 1989년이다. 그로부터 8년 뒤, 그리고 다시 3년 뒤 5집과 6집이 나왔으니 만개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데뷔작부터 비평적 상찬을 얻는 뮤지션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비로소 한 세계를 만들어 보여주는 뮤지션도 있다. 삶이 그렇듯 온 생을 다해 완성되어 가는 것들이 있다. 무수한 삶의 궤적을 통해서 빚어지는 진경, 시간만이 알고 있는 비밀.
프로듀서 : 조원익 레코딩 엔지니어 : 송형헌 믹싱 엔지니어 : 송형헌 레코딩 스튜디오 : 서울 스튜디오 믹싱 : 서울 스튜디오 ARRANGED BY 조동익 RECORDED AND MIXED ENGINEERD BY 송형헌 ASSIS..
그렇다고 5집과 6집이 아닌 장필순의 앨범들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장필순의 앨범들은 모두 그녀가 뛰어난 보컬리스트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며 그즈음 장필순의 시선이 머물렀던 곳이 어디쯤이었는지를 일러준다. 1992년에 출시된 장필순의 3집 [이 도시는 언제나 외로워] 역시 마찬가지이다. 흔히들 포크 뮤지션으로만 알고 있는 장필순 대신 제목처럼 도시에서 외로워하는 어덜트 컨템퍼러리 뮤지션이 여기 있다. 깔끔한 퓨전 재즈 스타일이 주축을 이루는 이 앨범에서 장필순은 모던하고 세련된 보컬을 들려준다. 조동익이 편곡을 맡고 김영석, 박용준, 손진태, 조동익 등 일급 연주자들이 수준급의 연주를 완성해내는 음악은 당시 장필순과 조동익이 어떤 음악에 몰입해 있었는지를 반증한다. 연주의 완성도가 높고 사운드가 깔끔한 퓨전 재즈 스타일 음악에 대한 의지는 손색 없이 구현되었다.
그러나 음악의 기술적 완성도가 감동과 정비례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앨범에서 가장 밀도 높은 울림을 주는 곡들은 빼어난 연주력을 보여주는 곡이 아니라 ‘도시의 하루’, ‘내가 좇던 무지개’, ‘강남 어린이’처럼 속삭이듯 읊조리는 곡들이다. 낮고 쓸쓸하게 울릴 때 가장 빛나는 장필순 보컬의 매력 때문이다. 게다가 이 세 곡 중에서 두 곡은 장필순이 가사를 썼다. 장필순은 이렇게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며 천천히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1992년의 발자국.
평가를 한다기보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마음으로, 정답을 찾기보다는 주관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가끔 공연을 연출하기도 하고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병행하고 있는 생계형 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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