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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함과 낭만을 살려낸 최고 수준의 작품

한이 서린 서정. 2007년에 공개된 다크 앰비션(Dark Ambition)의 1집 [Tears of Daewongoon]을 들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같은 느낌을 받았다. 틀림없는 북유럽 익스트림 신의 향기. 그러나 배후엔 뭔가 다른 게 있었다. 그렇게 그룹은 선배들의 음률을 복제하지 않으면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블랙과 멜로딕 데스를 적절히 조합한 브랜드에 새드 레전드(Sad Legend)도 천착했던 포크(folk)의 내음까지. 물론 그 모든 것이 긍정적인 신호는 아니었다. 사운드메이킹의 텁텁함과 조금은 경직된 콘셉트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엘루베이티(Eluveitie)와 아르코나(Arkona)가 그러했던 것처럼, 이들은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의 선을 명확히 분절함으로써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앨범명
2집 Gallows Of Empire
아티스트 및 발매일
다크 앰비션 | 2012.06.07
타이틀곡
The Rule
앨범설명

완성도 높은 멜로딕 데쓰의 현재형 다크 앰비션 10년의 산물 [Gallows of Empire] 10년! 다크 앰비션(Dark Ambition)은 2002년 여름부터 활동을 시작하여 10년의 역사를 써온 밴드가 되었고, 데뷔작인 EP [Dark Ambition]의 리뷰를 2..

결과는?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그대로다. 5년이 흘렀고, EP [Crimson Temptation]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여기, 암약과 장고의 산물이 시간의 더께를 고이 간직한 채 조심스러운 손길을 건넨다. 어느덧 새벽의 옷은 두꺼워졌지만, 이 시간만큼 리뷰를 쓰기에 적절한 시간은 없다. 그 대상이 다크 앰비션일 경우에는 더 그렇다. [Gallows of Empire]는 극도로 정치적이고, 은유적이며, 심오한 작품이다. 전작보다 훨씬 탄탄해진 사운드는 굳이 외국의 어느 밴드를 가져다 비교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하며, 키보드의 안정감과 프로듀싱의 탄탄함은 확신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모 경연대회 심사위원 식으로 일갈하자면 “감동과 대중을 저버린 음악”일지 모르겠지만, 이들은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대중을 저버린 적이 없다. 그러니 예리하지 못했던 심미안과 폐쇄적인 취향만이 있었을 뿐이다.

오프닝 트랙 ‘The Fourth Trust’를 듣는 순간 이런 결론은 호들갑이 아니다. 마음을 사로잡는 키보드와 그와 함께 약동하는 멜로디가 증명한다. 뿐만 아니다. ‘The Rule’의 호전성 또한 깊은 인상을 새기기에 족하다. 변주를 가하면서도 흐트러짐이 없는 타이틀 트랙 ‘Gallows of Empire’나 현재의 암울한 정황을 시구에 가깝게 조탁한 ‘Mabus Alive in the Prophecy’ 또한 핵심 트랙이라 칭해야 마땅할 수작이다. 무엇보다 최고의 명편은 무한한 사유의 샘물을 끌어올리는 2부작 ‘Heavenly Solemn Revelation’이 될 것이다. 악기 사이의 조화와 의도된 어긋남이 창조해내는 서스펜스는 가히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니 마지막 곡 ‘Crimson Temptation’은 재활용이다. 하지만 들어보지도 않는 것은 결례다. 이들의 고집을 대변하는 듯 얼굴을 새로 고친 도입부를 만나게 되면, 편견은 바뀌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퍼즐 조각에 집중해왔다. 이제 모아야 할 시점이다. 앨범은 통렬한 맹공 속에서도 멜로디를 잃지 않고 한 곳에 힘을 가하면서도 밸런스를 잘 잡고 있다. 전작보다 진보한 음반이라고 방점을 찍겠다. 특히 두 가지 면에서 그러하다. 하나는, 더 이상 고집과도 같았던 ‘전통’에 매달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거의 도그마에 가까웠던 국악에 대한 집착이 해제되니 가능성은 더 넓어졌다. 더 명료해지고 더 풍성해졌다는 의미다. 다른 하나는, 곡이 주는 매력도 훌륭하지만 앨범 전체가 주는 호소력이 더 크다는 점이다. 앨범에 포인트를 두다 보니, 다크 앰비션 특유의 어두운 비장함과 낭만주의가 한층 더 살아났다. 그래서 멜로딕 데스의 미학은 최대한 반영되었고, 장르의 품으로 귀속될 수 없는 ‘잉여’들이 곡을 지탱해주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잉여물이 없었다면? 우리가 듣고 있는 이 음반은 없었을 것이다.

음반의 목표는 세월의 흐름에 견디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땅에선 그 전에 사람(그 안에는 평론가도 포함된다)들의 선입견을 먼저 견뎌야 한다. 동의할 친구는 몇몇이겠지만, 감히 말한다. 몇몇 명제면 충분할 것이다. ① 다크 앰비션은 커리어 최고의 음반을 제작했다. ② 아마 별 반응 없을 것이다. ③ 하지만 이런 음악 앞에 장르라는 범주는 두 번째 논의거리임을 알고 있다. ④ 가사를 읽지 않는 것은 앨범을 헛들은 것이다. ⑤ 강력히 이 음반을 지지한다.

100비트 | 이경준 (웹진 '백비트' 편집인)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했고 현 대중음악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다. 잡지 [오이뮤직], [프라우드], [브뤼트]의 필자로 있었고 현재는 웹진 '100비트' 편집위원, '보다', 매거진 [독서평설], [유레카]의 필진이다. [네이버 오늘의 뮤..

http://100be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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