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좋은 음반을 냈는데 너무 조용하지 싶다. 그래서 약속을 했고, 멤버들을 만났다. 습기와 열기로 가득한 날이었고, 이야기는 찻집에서 시작해 술집으로 향했다. 그 모든 이야기를 가감하지 않고 그대로 싣는다.
일시 2012 7월 18일(수) 19:00 - 21:00
장소 홍대 카페 벤 제임스
인터뷰 코어매거진 (기타 류정헌. 보컬 이정호. 베이스 이동훈. 드럼 김기원) vs 이경준
먼저 헬로루키를 이야기 안 할 수 없다. 선정되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정호 / 일단 헬로루키는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EP를 낼 당시엔 회사가 없을 때여서 우리끼리 “프로모션을 어떻게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다 ‘다음 이달의 뮤직’에 선정되었고. 때맞춰 소속사가 생겼는데, “헬로루키 한 번 해보면 어떻겠느냐?” 제의하셔서 하게 된 거다. 코어매거진은 사실 예전부터 있던 밴드이기도 하고, 이미 아는 분은 알 만한 밴드이기도 해서, “‘루키’라는 표현을 써도 되나?”하는 우려 속에 시작했다. 그랬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얼떨떨하면서도 한편으론 다행이다. 첫 출발이 좋다는 생각이다.
그날 라이브를 지켜봤다. 지금 키보드가 없지 않나. 공통된 견해가 “리얼 키보드가 들어갔으면 더 좋았겠다”는 거였다.
정헌 / 우리가 지금 멤버로 결성된 게 한 1년 반 남짓 되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때부터 리얼 건반이 들어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우리의 인맥으로는 마땅히 생각이 맞는 친구가 없더라. 피아의 심지 같은, 건반과 FX를 해낼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가 필요한데 그런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이건 우리가 장기적으로 꼭 풀어야 하는 숙제이다.
그럼 나름대로 키보디스트를 보는 기준도 있겠다.
정헌 / 우리 음악이 어려운 플레이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키보디스트로 현란한 플레이를 추구하는 사람보다는 단순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공통분모인 신스 팝을 풀어줄 수 있는 센스 넘치는 사람을 찾는다. 또 장비나 기계에 통달해 있으면 좋다. 이를테면 샘플러에 박식하다던가. 그런 재능을 만나고 싶다.
EP엔 4곡이 들어 있다. 무엇보다도 필러(filler)가 없어서 좋았다. 정성이 느껴졌다.
정헌 / 얼마 전 공감 인터뷰 때도 말했는데, 우리의 최종 목표는 전 트랙이 다 좋은 음반을 내는 것이다. 많은 밴드들이 대표곡에만 신경 쓰다 보니까, 다른 곡들은 분량을 채우기 위한 곡들을 음반에 넣는 것 같다. “그러지 말자. 모든 곡에 신경을 쓰자.” 그게 우리의 모토다.
실제로 모 평론가는 이것이 풀렝스 음반이었다면, ‘올해의 음반’급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제 쓴 소리 하나. 믹싱이 조금 아쉽더라. 공감하나?
정헌 / 녹음이 작년 11월에 끝났다. 그런데 앨범은 5월에 나왔다. 그렇게 된 이유가 결정적으로 믹싱과 마스터링에 있어 밴드 내, 외부에서 시행착오가 있었고, 엔지니어와도 계속 이야기할 부분이 있어서다. 우리에게 갖춰진 장비가 다양한 시도를 해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아서. 녹음 원-소스를 받는 것부터 우리가 원하는 사운드를 내기는 부족했다. 어떻게든 믹싱과 마스터링에서 사운드를 풀려고 하다 보니, 그것만 거의 3달 걸렸다. 처음에는 엔지니어와 이메일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이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직접 찾아갔다. 그때부터 틈 날 때마다 스튜디오로 가서는, “이렇게 저렇게 바꿔 달라”고 했지. 결국 EP의 방향은 최초 우리가 생각했던 방향과 많이 달라졌다.
그럼 처음에 생각했던 방향은 어떤 거였나?
정헌 / 대표적인 기타 톤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은 훨씬 더 “쨍~~”하는 사운드였다. 말하자면 샬라탄스(Charlatans)나 하이브스(Hives) 스타일의 징글쟁글 퍼즈 톤 사운드였는데, 이 앨범엔 훨씬 두껍게 나왔다. 아마 엔지니어와 밴드가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에서 생긴 믹싱, 마스터링 상에서의 변화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면 톤이 둔탁하게, 두껍게 나온 것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물이었겠군?
정헌 / 사실은 그렇다. 그런데 나온 결과물을 보니까 “이것도 꽤 괜찮은데?”. 결국 합의를 보고 넘어갔다.
예전에는 뉴 메탈(소위 핌프 록 이라고 불렸던)을 했다(하드코어라는 말은 한국에서 잘못 쓰이고 있으니까 이 말은 사용하지 말기로 하자). 요즘에는 신스팝, 모던 록, 개러지, AOR이 섞인 음악을 한다. 최근 몇 년 간 홍대 밴드 사이에 불고 있는 신스팝 트렌드를 잘 캐치해 냈으면서도, 과거의 성분들이 육화되어 있는 음악을 동시에 하고 있는 셈이다. 영리한 전략이라고 생각되는데, 이 모든 것을 다 감안하고 음반을 만든 것인가?
정헌 / 처음에 나 혼자 있을 때는, 신스 팝을 워낙 좋아하니까 킬러스(The Killers) 같은 음악을 작업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에이첼 인 어 스토리(A'ccel In A Story)라는 밴드에서 니클백(Nickelback)이나 크리드(Creed) 같은 포스트 그런지를 하던 밴드였다. 이 친구들이 들어오면서 AOR 냄새가 나게 된 거다. 색깔이 바뀐 거지. 애초부터 그런 음악을 해야겠다고 의도하진 않았었다.
그런데 첫 곡 ‘이미 늦은 말’을 들어보면 이거 완전 AOR이다.
정헌 / 그게 이 친구들(동훈, 정호)이 들어와 처음 손을 댄 작품인데, 데모를 들어보면 완전 다른 노래다. 그런데 동훈이가 “이거는 기타 톤이 좀 더 세게 갔으면 좋겠어요”라고 하더라. 멜로디를 쓸 때 이 친구는 종종 그렇게 간다. 어쨌든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갔지만, 그게 우리의 결과물이니 다행스럽고 나쁘지 않다.
정호 / 굉장히 재미있는 건, 나는 이쪽 음악(신스 팝)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전에는 미국 음악만 선호하다가 형의 제의를 받게 되었다. 결국 앨범엔 우리의 취향이 반영된 것 같다. 동훈이도 나랑 성향이 비슷하다. 좋아하는 음악이나 멜로디 라인 구성에 있어서 말이다. 주로 멜로디는 나랑 동훈이가 생각을 공유하면서 만드는데, 그게 형 생각과는 달랐지만 막상 완성해 놓고 보니 그것도 괜찮은 곡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이 그런 부분에 또 확신이 있으니 전적으로 믿고 따랐다.
그럼 정호 씨는 처음부터 어덜트 컨템포러리나 AOR적 냄새를 주려고 한 건가?
정호 / 이 곡을 받았을 때 나름대로는 그렇게 해석했다.
정헌 / 그 과정에서 초반에 충돌까지는 아니고 의견이 많이 오고갔다. 이 친구들은 AOR에 경도된 친구들이고, 나는 신스 팝을 좋아했고. 어쨌든 이 친구들이 잘하는 게 그거였다면 받아들여야 할 입장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도 역으로 이야기해야 되는 거였고.
정호 / 그나마 잘 버무려지지 않았나?
결과물은 상당히 훌륭하다. 정말.
정헌 / 이 EP에 들어간 노래들에 대해 우리는 매일 회의하고 어레인지(arrange)를 했다. 굉장히 많이 바꿔 나갔고.
처음엔 어땠나?
정헌 / 나는 멜로디보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 반대로 이 친구들은 멜로디를 더 중요시하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래. 그게 코어매거진의 스타일이 될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했지.
협의는 스무스(smooth)하게 된 편인가?(웃음)
정헌 / 싸우거나 그러지는 않았다.(웃음) 작업하다 보면 안 싸울 수는 없다. 다행히 이 친구들이 많이 이해해 줬다. 얘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은 “저희는 형 믿고 무조건 갑니다”, 이런 거다.
그런 신뢰관계가 구축된 근본 요인은? 인간관계인가?
정호 / 인간관계도 있지만, 이 형(정헌)이 미국 음악뿐 아니라 가장 많은 음악을 안다. 경험도 많고. 그게 가장 컸지.
정헌 / 이래저래 휘둘린 것도 있고.(웃음)
정호 / 하하. 그런 것들이 신뢰를 안 줄 수가 없더라. 형이 항상 확신을 줬다. “나를 믿어라!” 내가 만들어 놓고도 반신반의했다. 이게 형이 원하는 결과물인가? 그런데 형이 “정말 자신있다”고 말해줘서 나는 항상 형을 따라갔다. 그때부터 신뢰가 생겼다. 다행히도 이번 음반에 대한 호의적인 평도 많이 나오지 않았나. 그런 것들이 계기를 만들었다.
동훈 / 형이 제어를 잘 해준다. 만약 형 의견이 안 들어갔다면, 어덜트 취향이 아니라 소녀 취향의 록이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웃음) 그런데 형의 감각이 들어가고 전체를 보는 시야가 들어가 완성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 조금은 투박한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조금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팀 멤버지만 미래가 더 기대가 된다.
좋아진다는 건 멜로디가 더 좋아진다는 건가?
동훈 / 그냥 음악이 더 좋아진다는 거겠지.
정헌 / 처음에 음악이 수학이 아닌 이상 객관적으로 좋다는 걸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갈피를 못 잡는 거다.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달라는 거였지. 아니, 그걸 어떻게 설명하느냐고?(웃음) 문제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내가 설득 비슷하게 한 말이 “나는 이쪽 장르에 대한 확신을 넘어 맹신이 있다. 이건 모든 세상을 휘감을 수 있어. 다행히 내가 이걸 좋아하고. 몇 년 전부터 이걸 팠던 사람이고. 아직은 내가 너희보다 조금은 더 앞서 있지 않을까. 나를 믿고 따라와 줘 제발. 나중에 너희가 나를 넘어서면 그때는 내가 너희에게 기대겠다”는 거였다. 그렇게 꼬셨지 뭐.(웃음)
그런데 보통 “나를 믿고 따라와!” 이런 류의 수사법은 좀 “사짜 냄새”가 나지 않나. 쉽게 동의가 되던가?
정호 /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진 않았다. 이쪽 음악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상태여서 기댈 사람은 분명히 필요했다. 만약 형이 머뭇거리면서 이야기했다면 100% 믿고 따라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형은 확신을 보여주었다. 그 순간 “다른 거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 사실 녹음할 때 마찰이 좀 있었다. 그래서 이번 음반에선 솔직히 “내 견해보다 형 견해를 존중하겠다”는 생각을 마음에 품고 작업을 했다. 뭐, 결과물을 봤을 때 형도 만족하는 앨범이 된 것 같다.
기원 씨는 음반이 녹음된 후에 들어온 걸로 알고 있다. 언제 가입한 건가?
기원 / 처음에 정호 형이랑은 같은 팀이었고, 나는 군대에 있었다. 정호 형에게 연락이 와서 팀에 들어오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그때는 “음악을 좀 들어 보겠다”고만 말했다. 구성원들은 좋았지만 말이다. 뭐, 정헌 형의 명성도 들어봤었고.
모두들 / 무슨 명성?(웃음)
정헌 / 저니맨이라는 거지 뭐.(웃음)
기원 / (굴하지 않고 진지하게) 그리고 음악을 들었는데, 부대 안에 있는 컴퓨터로 부대원 모두와 들었다. 후임 선임 다 있었다. 일단은 음악이 너무 좋더라. 솔직하게 말하면, 입대함과 동시에 밴드는 안 하려고 했었는데.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물어봐도 되나?
기원 / 좀 기니 패스.(웃음) 아무튼 음악을 듣고 “며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다음날이라도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 뭐가 조~~~금 가오가 떨어질까봐.(웃음) 그 이틀 뒤 형에게 전화해서 담담한 목소리로 “음악이 좋네요. 꼭 들어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웃음)
현 멤버들을 뽑을 때의 기준은 무엇이었나?
정헌 / 기원이가 어떻게 생긴 아이였는지도 몰랐었다. 드럼 치는 것도 본적이 없고. 그리고 정호는 개인적으로 안 지 10년이 넘은 상태였다. 어는 날 내게 기타 가르쳐 준 형이 “나, 공연하니까 홍대 놀러와” 해서 갔는데, 이 친구가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 아 목소리 괜찮다, 했지. 나는 그때 스타보우를 하고 있었고, 이 친구는 에이첼을 하고 있을 때다. 그러다 마침 나 혼자 코어매거진을 하게 되었을 때, 에이첼이 깨졌다는 말을 들었고 이 녀석을 잡아 온 거지. “나랑 하자.” 이 녀석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며칠만 시간을 주세요.”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이메일을 보냈다.(웃음)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음악에 올인해 보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주변에 베이스 없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동훈이를 데려온 거다.
정호 / 형이 말하는 베이시스트가 그냥 베이시스트가 아니라, 신스를 다룰 수 있는 베이시스트였다. 동훈이가 건반 플레이도 되고, 곡을 만들 줄도 아는 친구라서 딱 제격이다 싶었다. 그랬더니 이 녀석도 기다렸다는 듯이(웃음).
정헌 / 믿고 뽑은 거였다. 사실 드러머가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DJ 쪽으로 빠지고 싶다고 해서, 우리는 “그래, 드럼 새로 구할게”하고 헤어졌다. 그렇게 반년정도 작업하다 결국에는 이디오테잎(Idiotape)의 디알(DR)이가 EP 녹음을 해줬고, 정호에게 “드러머 좀 수소문해봐라” 했지. 그랬더니 기원이가 제대한다고 하더라고. 사실 이 친구가 잘 친다는 소문이 나서 여러 밴드에서 욕심내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정호랑 동훈이에게 “어떻게든 그 친구 잡아와라.” 했다. 에이첼 인 어 스토리가 쉬운 음악을 했던 팀이 아니었기에 기본 실력은 믿고 있었거든. 그런데 내가 항상 주장한 게 우리 밴드는 “인본주의”가 바탕이다. 음악이야 만들어 가면 되지만 인간이야 어쩔 수 없으니까. 그래서 물었지. “그 애 인성이 어떠냐?” 그랬더니 “괜찮다”고 해서 접촉을 허락하게 된 거다. 기원이는 군악대에 복무중이어서 휴대폰이 있었다. 그래서 카톡을 보내라고 했지.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그 친구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드럼 스타일도 모르는 것 아닌가. 그냥 동훈이와 정호를 믿을 수밖에. “나는 너희들 믿고 간다. 너희가 책임져라.”(웃음) 그때 기원이와 오랫동안 밴드를 했던 동훈이가 “기원이가 들어온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종지부를 찍어주었다. 제대하자마자 첫 합주가 이루어진 거지. 기분이 좋더라.
정호 씨와 동훈 씨는 미국 취향의 음악을 하다가 영국 음악을 하게 되었던 셈인데 처음에 거부반응이 있지 않았을까?
정호 / 처음에는 “이런 게 과연 음악인가?” 싶었다. 한번 들었는데 멜로디가 기억나지 않는 음악이었거든, 전까지 내가 생각했던 음악은 들었을 때 사비(savvy)가 있고, 버스(verse)-브리지(bridge)가 있는 음악이었다. 그런데 “구분이 없는 것 같은 노래를, 그런 음악을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정헌 형이 폭넓은 스펙트럼의 노래를 보내줬다. mp3 파일로 한 60곡을 정도를 받았던 것 같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밴드가 킬러스였다. 정말 마음에 들었던 건 영국식 음악을 하지만 미국 밴드였다는 점이었다. 멜로디를 들어 보면, 사운드메이킹이 상당히 독특했다. 내가 생각하던 음악과는 전혀 다른 음악이었다. 보컬이다 보니 분위기보다는 멜로디를 주의 깊게 듣는다. 그런 점에서 나를 자극했고, “이런 음악을 노래에 접목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막연하게 시작했다. 이번 EP를 제작하면서 킬러스의 영향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그들을 따라하는 건 아니지만 코어매거진 사운드 확립에 큰 도움을 준 밴드이자 내가 이 밴드에 정착하도록 도화 준 밴드다. 킹스 오브 레온(Kings Of Leon)도 그렇고.
동훈 / 나도 성향이 정호와 비슷하다 보니 멜로디가 안 들리면 음악을 끝까지 듣지 않는다. 사실 정헌 형과 취향이 비슷하다고 할 수는 없다. 형과는 좀 다른 음악을 들어온 셈인데, 밴드에 들어오면서 신기한 경험을 한 거다. 잘 몰랐던 음악인데, 흥미가 생기기 시작한 거다. 나는 에이첼 생활을 마지막으로 밴드를 안 하고 있었고 작곡이랑 미디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음악을 들으면서 “아, 이런 음악이 있네. 이런 스타일로 음악해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밴드는 킬러스다. 그들의 음악을 몰랐다면 이쪽 음악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킬러스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던가?
동훈 / 멜로디를 중시하는 거지. 멜로디 메이킹도 독특하고, 분위기 자체도 특이하고, 보컬의 느낌도 색다르다. 당연히 영국 밴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찾아보니까 미국 밴드인 거다. “영국 밴드가 워낙 스타일이 독특하니까 그런 냄새가 있을 수도 있는 거겠지” 했는데 미국 팀이라고 해서 정말 화들짝 놀랐다. 그와 동시에 “어, 이런 음악, 나도 할 수 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 거지.
정호 / 동훈이와 나는 원래 좋은 음악을 찾아내서 상대방에게 “야, 이거 좋지 않냐?” 물어보는 스타일이다. 서로 호불호가 비슷하다. 그래서 동훈이와의 작업에선 멜로디 메이킹상의 문제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멜로디를 만들어 정헌 형에게 가면.(웃음)
동훈 / 우리가 멜로디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나간 면이 있었다. 예를 들어 컵이 있으면, 이렇게 넘치는 지점이 있는 거다. 그걸 들고 형에게 가면 넘친 만큼 잘려 나가는 거지.(웃음) 그런 점에서 형이 좋다.
앨범의 정서를 논하자면 밝은 면도 있지만 어두운 면도 보인다. 이를테면 다크 로맨틱스의 요소도 엿보이고. 이런 음악들도 EP 제작에 많은 참고가 되었던 건가?
정헌 / 그것부터가 이 친구들과 내가 갈린 지점이다. 나는 버브(Verve)처럼 사이키델릭 요소가 있는 쪽을 선호하다 보니 디페시 모드(Depeche Mode)처럼 가라앉는 스타일을 좋아하고, 이 친구들은 네온 트리스(Neon Trees) 같이 밝은 음악을 선호하는 거다. 그런데 취향이 서로 잘 섞였다.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거다. 앞으로 그 믹스를 더 정교하게 해서 재밌는 걸 만들어 보고 싶다.
정호 / 그렇다고 해서 우리 취향이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이런 스타일의 음악이 나오지 않을까?
앨범 재킷만 보면, 이게 개러지 밴드지 무슨 AOR이며 신스 팝 밴드인가?(웃음) 사실 표지를 배반하는 엄한 음악이 튀어나와서 당혹스러웠다.(웃음)
동훈 / 의도한 건 아니었다(웃음).
정헌 / 그 배치가 재미있지 않나. 하하.
정헌 씨는 지금까지 대략 몇 팀 정도 밴드 생활을 했는가?
정헌 / 코어매거진으로 시작해서, 서브웨이(Subway) 하다가, 스타보우(Starbow) 하다가, 레이시오스(Ratios), 킬러 커츠(Killer Cutz) 등을 거쳤다.
밴드 생활을 오래 하면서 뭔가 정체된다거나 회의적인 느낌을 받지는 않았나?
정헌 / 왜 아니었겠나. 매번 그랬다. 코어매거진만 내가 만든 밴드고, 나머지는 누가 만들어 놓은 밴드에 스카우트 되어 들어가게 된 거였다. 제일 아쉬웠던 밴드는 스타보우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밴드였고, 지금 하는 음악에 많은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레이시오스도, 스타보우도, 서브웨이도 다 리더가 “이제 그만 하자” 하니까 밴드가 해체되어버리는 거다. 한 15년 그렇게 되다 보니까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죽기 전에 해체되지 않는 밴드를 스스로 만들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 와중에 알고 지내던 형님이 “그냥 코어매거진 다시 해” 그러시더라. “아, 그러면 되겠다” 싶었다.(웃음) 코어매거진은 음원이 존재하는 밴드도 아니고, 내가 데뷔하게 된 큰 의미를 준 밴드였으니까. 이걸 죽을 때까지 해야겠다, 그렇게 된 거다.
일렉트로닉이라는 장르가 어떻게 보면 핫(hot)하기도 하고 잘 포장하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음악이다. 그런데 코어매거진의 음악은 포장이 잘 된 음악 같지는 않다. 음악을 하면서 뒤쳐진다거나, 시대와 멀어진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은 없나?
정헌 / 그렇게 거시적인 생각을 가지고 밴드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나 혼자 있을 때는 킬러스와 하드 파이(Hard-Fi)에 완전히 미쳐 있었다. 그런 음악을 해보고 싶었던 찰나에, 스타보우라는 밴드가 “팍” 하고 튀어나온 거다. 아는 형들이 하던 팀이었는데, 베이시스트가 없다고 해서 내가 베이스를 구입해서 “내가 칠게. 끼워줘요.” 그래서 들어간 거다. 그렇게 밴드 생활을 하면서 “이게 평생 해야 할 음악이구나”고 느꼈다. 그것은 핌프 록도 아니었고 모던 록도 아니었고, 순전한 일렉트로닉도 아니었다. 내 타깃이 된 음악은 최소한의 신시사이저가 들어가서 기타와 어우러져서 댄서블하고 로킹한 음악이었다. 하다 보니 점점 더 좋아지더라. 점점 옛날 것을 찾아 듣게 되고. 솔직하게 요즘 음악은 별로 재미가 없었다. 금방 질리게 되니까. 네온 트리스도 그렇고. “그런 친구도 분명 누군가의 음악을 듣고 커리어를 시작했을 텐데 과연 그게 누굴까” 혼자 고민했다. 그렇게 음악을 파다보니 디페시 모드도 나오게 되고, 뉴 오더(New Order)도 나왔던 거다. 그러다 보니 나는 옛날 음악이 나랑 잘 맞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티어스 포 피어스(Tears For Fears)나 펫 샵 보이스(Pet Shop Boys) 말이다. 그래서 자꾸 그런 쪽을 듣게 된 거다. 방금 말한 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다.
안 그래도 다음 100자 리뷰에 ‘티어스 포 피어스’와 ‘펫 샵 보이스’의 잔향이 느껴진다고 썼다. 틀리게 본 건 아니었군.
정헌 / 그렇다. 맞다.
지금은 라이브를 어느 정도나 하고 있나? 공연장이 이름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정헌 / 한 번 했다. 하하.
정호 / 지난 주 금요일에 클럽 공연을 처음 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아쉬운 부분들이 좀 보여서. 딱 뭔가 들어맞지가 않았다. 공연보다는 서로 맞춰가야 할 지점들을 찾고 있다. 나름대로 정비가 끝나면 공연을 해보려 한다.
그런 모습들, 그리고 앨범에 쏟은 정성은 다분히 완벽주의를 지향하고 있음을 가리킨다.
정헌 / 사실 그렇다. “코어매거진이 10년 만에 다시 나왔다”는 게 외부에서 보기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우리가 보기엔 “오래간만에 등장했는데 어 별거 없네” 하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 설득력이 없어지는 거다. 그래서 최대한 합주실에서 만들 수 있는 건 다 만들어 두었던 거다. 정호가 말한 것처럼 공연에서 맞지 않는 모습이 보인다는 건 라이브를 하면서 만들어나가야 하는 거지. 완벽주의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최대한 준비해 둘 건 다 준비해 둔 상태에서 무대에 선보이려고 하는 편이다.
정호 /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지금은 “잘하려고 하는 때가 아니라 무대 위에서 즐겁게 하는 때”인 것 같다. 첫 공연 때는 너무 잘하려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조금 아쉬웠다.
알겠다. 전체적으로 질감이 가요라기보다는 영미권 팝 느낌이다. 발음도 그렇고.
정호 / 나는 솔직히 팝을 (정헌 형이 지나치다고 할 만큼) 너무 좋아한다. ‘Regret’은 마룬 5(Maroon 5)의 느낌을 조금이나마 내보고 싶어 쓴 노래다. 뉘앙스를 그렇게 가져가 보고 싶었다. 나름대로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멜로디 메이킹을 한 건데, 형이 그 중 괜찮은 걸 찍어 작업한 거다. 그렇다 보니 아까 말한 발음도 그렇게 된 거지. 내가 좋아하는 게 자연스럽게 표출된 게 아닐까?
동훈 / 내 생각에는 지금 밴드에서 보컬과 베이스가 빠지지 않는 한 팝 느낌은 계속 나게 될 것 같다.(웃음)
애초에 풀렝스로 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나?
정헌 / 애초 계획은 정규 1집을 내는 거였다. 8~9곡 정도를 만들어 두었으니까 곡도 다 있던 상태였다. 처음 계획은 심지어 더블 CD였다. 오리지널 CD하나와 주변의 친한 DJ들이 리믹스를 한 버전 하나를 내는 거였지. 그냥 초장부터 세게 가려고 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많이 말렸다. 녹음시기도 연말이고 해서, 형들이 “연말에 내면 묻힌다. 그러지 마라”고 하기도 했고.(웃음) “그냥 가볍게 출사표 던지고 내년 초에 본격적으로 해봐”라 하기에 그래서 그렇게 된 거였지. 지금도 곡은 다 있고 계속 어레인지를 하는 중이다. 그러니까 당장에라도 1집 녹음을 들어갈 수 있는 분량은 있는 셈이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킬링 트랙’이 내 욕심이 없어서 말이지.
코어매거진 음악의 핵은 방금 말한 킬러, 멜로디인것 같은데, 그런 게 고민한다고 쉽게 해결되는 게 아니지 않나?
정헌 / 난산에 난산을 거듭하는 거지.
정호 / ‘Regret’은 거의 1년 걸렸다. 당시엔 작업실이 있었다. 그곳에서 거의 그 한 곡 가지고 1주일 이상 씨름했던 기억이 있다. “이건 아냐. 다시. 아니야. 다시.” 거의 미칠 것 같았다. 에이첼 때는 그렇게 작업했던 기억이 없었다. 멜로디는 다른 친구가 만들었으니까. 그런데 여기서는 내가 멜로디를 만드니까 뭔가 뿌듯하고 즐거운 것도 있었지만 뭐 할 때마다 형이 “다시. 이건 아냐” 그러니까. 어휴.(웃음). 나하고 했던 싸움이었던 거다. 하지만 뭐, 희열도 있었다. 어쩌다 괜찮은 게 나오면 “야, 이건 괜찮은데.”(웃음) 그럼 그 순간 모든 작업을 접고 술 마시러 갔다.(웃음) 가제가 ‘Fly’고 정식 제목은 'Farewell Rain’이라는 곡이 있는데, 이 곡은 정헌 형이 노래를 틀어놓고 그냥 내가 노래를 불러서 만든 곡이다. 그렇게 사뿐히 끝내고는 술 마시러 갔던 곡이다. 그런데 다음 날 들어보니까 영 아니었다. “어, 이게 왜 이러지?”(웃음)
정헌 / ‘Regret’은 아예 버려둔 노래다. “이거 하지 말고 딴 거 하자”고 그럴 정도였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정호랑 둘이 작업실에 있다가 건반에 그냥 손을 대 봤는데. 제법 괜찮은 거다. 그래서 녹음을 했고. 애들한테 “이제 됐다”고 문자를 보냈다.
정호 / 결과적으로 이번 앨범의 콘셉트는 “쥐어짜기”다.(웃음)
정헌 / 그러고 보니 난산이라는 말이 정말 딱 맞네. 쉽게 나온 곡은 ‘Maybe Tomorrow’ 밖에 없어.
그렇게 난산을 거듭하기 때문에 “이 밴드 풀렝스 만들기 참 쉽지 않겠다”고 생각해던 거다.
정헌 / 다행히 요즘엔 결과물이 나오는 시간이 조금은 줄고 있다.
그럼 잼을 통해 결과물을 창안해내는가,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조합하는 편인가?
정헌 / 아직은 후자 쪽이다. 지금은 합주실이 없어서 작업을 다 집에서 한다. 테마를 던져 주면, 건반 입히고 기타 쳐보고 그런 식으로 가는 거지.
가사는 개인적 경험에 기반해 쓰나?
정호 / 가사는 정헌 형이 썼다. 형은 가사에서 감정적 부분까지 세심하게 체크하는 사람이다. 나도 몇 번 써 봤는데. 자꾸 비토(veto)를 먹으니까 글 쓰는 멘탈이 떨어지더라.(웃음) 내가 쓴 가사는 투에니원(2NE1) 생각하면 된다.(웃음) ‘Regret’은 원래 한글로 가려고 했던 곡이다. 그런데 너무 가요 냄새가 나서 안 되겠더라. “그냥 영어 가사 노림수로 가자.” 그래서 영어 가사를 쓰게 된 것이다.
다 정헌 씨가 하는 건 아니라는 뜻?
정헌 / 맞다. 나는 보컬이 가사를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노래 부를 때 호흡도 생각해 볼 수 있으니까. 정호가 쓴 신곡 가사를 봤더니 좋더라.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그냥 다 영어로 가도 되는 거 아닌가?
동훈 / 호불호가 갈린다. ‘Regret’에 대해서는 “한글 가사가 더 낫지 않느냐”는 반응도 있고, “영어 가사라 더 이국적으로 들린다”는 얘기도 있다.
정호 / 영어 가사를 녹음할 때도 애로사항이 많았다. 저번에 레코딩할 때 그것 때문에 민감해지기도 했다. 트러블이 생긴 적도 있고.
정헌 / 녹음중단사태?(웃음)
정호 / 예를 들면 ‘only’ 같이 단순한 단어도 40번, 50번 부르게 하니까.(웃음)
힙스퀘어(Hip Square)와는 어떻게 조인하게 되었나?
정헌 / 정말 우연한 계기였다. 음반을 들고 영업을 다닌 것도 아니었고, 헬로루키가 된 것도 아니었고, 공연을 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사장님이 포털에 공개된 우리 음원을 듣고 역으로 먼저 연락을 주신 거다. 우리끼린 이렇게 생각했지. “아니 우리가 뭔데?” (웃음) “뭘 보고... 우리 라이브 못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시지?”(웃음) 지금은 굉장히 힘이 된다.
EP에 대한 주변 사람들 평가는 어떤가?
정호 / 갈린다. 막귀들은 “저번보다 훨씬 좋다”고 하기도 하고, 측근 중에서는 “80년대 극장 나이트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웃음) 공통되었던 견해는 거부감 없이 들리고 한번 들은 다음에도 또 한 번 찾아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것이었다.
동훈 / ‘이미 늦은 말’과 ‘Maybe Tomorrow’를 좋아하는 부류가 있고 ‘Regret’과 ‘Dance’를 좋아하는 부류가 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전자는 AOR이고, 후자는 신스 팝이니까.
동훈 / 그래서 우리가 어느 한 쪽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1,3번 묶고 2,4번 묶는 배치는 염두에 둔 배치인 것 같은데.
정헌 / 맞다.(웃음) 달랑 4곡 들어 있는데, 배열만큼이라도 신경을 써야 되더라고. “80년대 나이트 같다”는 견해는 우리 음악이 잘 만들어졌다는 방증이 아닐까 한다. 우리 음악을 들으면서 80년대 음악을 떠올린 건 의도가 적중한 거니까. 그 사람 입장에선 “촌스럽다”는 의도였겠지만, 우리 입장에선 성공한 거다.
정호 / 형, 촌스럽다는 거였어요.(웃음)
(기원에게) 실제로 합주해 보니 느낌이 어떤가. 그리고 어떤 연주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나?
기원 / 가입해서 연주해 보니까 느낌이 좋아서 이 팀과 계속 가려고 한다. 합주했을 때 가장 좋았던 건 카피곡을 연주한 게 아니라 형들의 자작곡을 연주했다는 것이다. 나는 곡을 쓰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쪽으로 기여를 해야 하겠지. 우리 음악에선 드럼이 사람들을 흔들어주는 역할을 해 주는 게 필요하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지금 속지를 보면 내 이름이 없다.(웃음) 다음 앨범 재킷엔 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있다.(웃음)
그럼 1집은 아직 계획이 없다는 것인가?
정호 / 지금은 곡 작업을 계속 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조금 있으면 홍대에 작업실을 낸다. 그렇게 되면 속도가 나게 될 거다.
동훈 / 나는 좀 빨리 내고 싶다.
요즘엔 EP로만 활동하는 밴드도 많지 않나?
정호 / 아직까지 밴드하면서 정규앨범 내본 적이 없다.
정헌 / 역으로 그래서 헬로루키에 나갈 수 있게 된 거지. 이게 다 정규에 대한 로망이고 욕심이다.
기원 / 나도 동감하는 게 요즘 CD를 사면 “응? 왜 4곡 밖에 없지?” 하는데, 그거 굉장히 애매한 거다. 데모라고 부르면 없어 보이고, 싱글이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하하.
재킷 이미지는 누가 그려주었나?
정호 / 정헌 형 친구가 그려주었다.
정헌 / 그에게 데모를 들려주고 작업했다. 처음 나온 안은 옛날 자동차 보닛 위에 여자가 핫팬츠를 입고 기대어 있었다. 사실 그런 게 더 어울릴 수도 있었겠지. 그런데 그 친구가 그건 공연할 때 무대 현수막으로 쓰고 지금 보이는 이걸로 쓰라고 하더라. 처음 이 시안을 받았을 때 느꼈던 건 “뭐야, 이거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 아냐?”(웃음)
사실 헬로루키 때 정호 씨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다.
정호 / 에이첼 때 우리 음악을 알고 있겠지만, 나는 지금 그때와 완전 다른 창법으로 노래하는 거다. 아직 이쪽 음악에 다 적응이 안 된 거다. 조금 컨디션을 탄다. 7년 동안 하던 음악과 다르고 음역대도 높고. 여러 가지로 과도기를 겪고 있는 중이다. 방법이 없다. 경험을 많이 해봐야지.
마지막으로 팀의 선장이 중•장기 계획에 대해 한 마디 하고 마치자.
정헌 / 앨범에 들어갈 노래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게 최우선이다. 노래가 많아져도 “정권 찌르기”가 가능하게끔. 지금은 부챗살 네 개로 찌르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니 큰 축을 만드는 게 급선무지. 그 안에서 좋은 결과물을 뽑아보고 싶다.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했고 현 대중음악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다. 잡지 [오이뮤직], [프라우드], [브뤼트]의 필자로 있었고 현재는 웹진 '100비트' 편집위원, '보다', 매거진 [독서평설], [유레카]의 필진이다. [네이버 오늘의 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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