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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 뮤직

추천 4 | 조회 3356 | 2012.07.25
참 느리고 이상한 독백

피오나 애플은 대적할 이를 찾기 어려울 만큼 대단한 거북이다. 1996년 발표한 데뷔 앨범을 포함해 16년이 흐른 지금까지 딱 네 장 발표한 게 전부다. 그러나 피오나 애플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그 더딘 속도가 게으름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어딘가 신경질적이고 결벽에 가까운 성격이자 성향의 반영이며, 인내한 시간만큼 만족스러운 작품으로 복귀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제로 피오나 애플은 스튜디오를 찾아가 후반작업을 하면서, 앨범이 아닌 다른 여러 가지 일을 해결하고 마무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고 말한다. 참 혼자 속 편하다. 주변에서 속 타는 줄도 모르고, 혼자만 다른 시간과 다른 세상을 사는 것 같다. 팬은 물론이거니와 앨범을 둘러싼 관계자들 또한 혀를 내두를 법한 작업 방식이지만, 평범하고 소심한 우리가 엄두도 낼 수 없는 삶의 방식이 참 부럽다.

새 앨범을 들으면서, 동시에 이전의 작품들을 헤아리면서 그 특유의 느린 작업 방식을 짐작하기를, 아마도 한두 마디 써놓은 다음 쉬고 한참 오래 시간이 흘러 생각날 때 따로 써서 붙이기를 반복하지 않을까 한다. 새 앨범의 첫 곡 ‘Every Single Night’와 이어지는 ‘Daredevil’이 대표적이다. 이런 노래에서는 예측할 수 있는 멜로디라는 것이 존재하질 않는다. 보통 피아노와 드럼이 메인 악기가 되는 피오나 애플의 음악은 원래 사운드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그런데 그 작은 편성으로 새로운 마디가 찾아올 때마다 기기묘묘한 전개가 이어진다. 적은 인원과 제한된 세트에서 진행되는 실험적인 연극을 보는 것 같다. 고작 한 곡을 노래하는 동안 듣는 이를 종종 긴장에 빠뜨리고 충격을 주는데, 그만큼 하나의 곡 앞에서 끊임없이 다양한 생각을 하고 표현을 하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하루 아침에 나오는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직접 했다는 추상적인 앨범 디자인 또한 같은 맥락이다.

1 Every Single Night Fiona Apple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2 Daredevil Fiona Apple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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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니멀한 음악의 극단적인 효과는 앨범의 마지막에 실린 ‘Hot Knife’에 가장 생생하게 박혀 있다. 한참을 들은 후에야 타악과 코러스만으로 채운 노래라고 파악하게 될 만큼, 그토록 재료가 일천한 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곡이다. 사운드를 구축하면서 얼만큼 채워야 하고 얼만큼 비워야 멋진 작품이 나올까를 고민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일 텐데, 그런 이들에게 피오나 애플은 불가능한 해답만 남기는 참 난감한 뮤지션이다. 노래를 통해 피오나 애플은 이토록 적게 쓰고도 풍성하게 들리는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주지만, 애초에 깊게 생각한 후 잘 쓰고 잘 구성해야 이런 남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결국 피오나 애플은 훌륭한 뮤지션이지만 현실적인 롤 모델이 될 수는 없는 캐릭터이다. 그리고 그런 미스터리한 구성이 피오나 애플을 독보적인 뮤지션으로 만든다.

피아노의 폭넓은 활용 또한 되새겨볼 구석이 있다. 우리는 보통 피아노를 선율의 악기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피오나 애플의 피아노는 벤 폴즈처럼 상상력과 표현의 폭이 큰 피아니스트조차 정석의 연주자로 만들어버린다. 우리가 살면서 피아노를 저음의 악기라고 인식하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대체로 베이스 기타를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 피오나 애플의 음악은 피아노를 통해 사운드의 균형을 이룬다. 그녀의 목소리 또한 음폭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다. 사실상 저음에 가까운데(보통 그녀의 음역대를 ‘콘트라알토(contralto, 여성 알토)’로 분류한다) 그 낮은 목소리로 때때로 예민한 고양이로 돌변하고 그러다 정글을 평정하는 광포한 맹수로 위장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기본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Werewolf’는 선율과 가창 모두가 팝을 추구하는 노래다.

1 Hot Knife Fiona Apple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2 Werewolf Fiona Apple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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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이색적인 장비가 추가된 것도 아니다. 목소리는 정체성이니 변할 리가 없다. 미친 사람처럼 곡에 몰입하다가도 이따금씩 일반인의 기질을 드러내는 적당한 조율 또한 그대로다. 사실상 지난 앨범 [Extraordinary Machine](2005)과 크게 상반된 내용을 찾을 수 없는 구조인 데도, 그러나 여전히 특별하게 들린다. 원래 이상한 전개를 즐겼고, 그건 예나 지금이나 적응되지 않을 만큼 탁월하고 신비로운 전술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빠른 속도로 체계와 분업의 효율을 주장할 때, 그녀 홀로 달팽이 같은 속도로 어느날 갑자기 눈뜬 즉흥의 미학과 영감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잊을 만할 때쯤이면 찾아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충격과 감동을 함께 안겨준다. 그러니 가끔이어도 좋다. 다만 오래 만나고 싶은 뮤지션이다.

100비트 | 이민희 (웹진 '백비트' 편집인)

취미이자 직업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 그리고 취미이자 직업으로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취미일 때 즐겁지만 직업일 때 고민되는 건 몇 년째 변함이 없다.

http://100be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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