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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 뮤직

추천 1 | 조회 3219 | 2012.06.22
연말 리스트에 미리 올려놓을 것

킬러 마이크(Killer Mike)와 엘피(El-P)의 조합이 생경한 것은 당연하다. 던젼 패밀리(Dungeon Family)의 일원으로 아웃캐스트(Outkast)의 앨범에서 데뷔한 후 남부힙합의 특성과 멋에 충실한 음악을 주로 선보여온 킬러 마이크와 1997년 컴패니 플로우(Company Flow)로 씬에 출현해 앱스트랙(abstract) 힙합 혹은 아방가르드(avant-garde) 힙합의 페이지를 개척한 엘피의 조합은 아마 누구도 쉽사리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의기투합이 알려진지도 벌써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그 생경함이 무뎌질 때쯤 앨범이 발매되었다. 그리고 이 앨범은 예상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물을 힙합 애호가들에게 선사한다.

그룹/솔로, 주력자/조력자 여부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15년이 넘는 커리어 동안 엘피가 보여준 사운드의 기본적 특성은 그 고유의 질감에 기인한다. 엘피는 고전 흑인음악의 전형적인 차용을 거부하는 대신 독창적인 소스의 선택과 의도적인 사운드 왜곡을 통해 누구보다 확고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해왔다. 우주, 부유, 몽환, 불협, 불편, 긴박 등이 그의 음악을 들을 때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1 Big Beast (Feat. T.I., Bun B.. Killer Mike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2 Untitled (Feat. Scar) Killer Mike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3 JoJo`s Chillin Killer Mike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4 Willie Burke Sherwood Killer Mike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5 R.A.P. Music Killer Mike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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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에서 엘피는 이러한 자신의 스타일을 시종일관 유지하면서도 그 일관성 안에서 다양한 변주를 선보인다. ‘Big Beast’에서는 최고의 타격감을 선사하더니 ‘Untitled’에서는 퍼커션을 바닥에 잔뜩 깔아놓고, ‘JoJo's Chillin’에서는 올드 스쿨 브레이크를 자신의 스타일과 결합하는 한편 ‘Willie Burke Sherwood’에서는 마치 드레이크(Drake)의 프로듀서 포티(40)를 연상시키는 나른함을 드러내는 식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이 모두가 백화점식 나열이라기보다는 엘피의 손바닥 안에서 탄생한 의도된 다양성이고, ‘Big Beast’로 시작해 ‘R.A.P. Music’으로 끝나는 트랙의 배치 또한 전통적인 ‘기승전결’에 부합하며 앨범을 단순한 트랙 모음집이 아닌 ‘서사를 갖춘 독립 작품’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엘피의 완벽에 가까운 프로덕션 위에서 킬러 마이크는 최근 몇 년 간 싹틔워온 정치-랩(political rap)의 화룡점정을 찍는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앨범을 듣는 내내 떠올랐던 인물은 다름 아닌 아이스 큐브(Ice Cube)였다. 아이스 큐브가 떠오른 이유는 대략 두 가지다. 첫 번째로 다소 격앙된 톤을 시종일관 유지하며 비트를 잘근잘근 씹어 먹는 킬러 마이크의 자신감 가득한 랩이 마치 아이스 큐브의 그것을 연상하게 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 때로는 시대착오적이지 않나 싶을 정도로 경찰과 공권력에 대한 적개심을 강렬하게 드러내는 킬러 마이크의 태도가 아이스 큐브의 초기작들 혹은 N.W.A.의 앨범을 떠오르게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킬러 마이크는 ‘Don't Die'에서 경찰과의 부당한 대면을 묘사하면서 “‘Fuck the police' is still all I gotta say"라고 말하고, ‘Anywhere But Here’에서는 흑인이 공권력에 억울하게 희생당한 과거 사건을 언급하며 흑인에게 안전지대는 없다고 말한다. 그런가하면 ‘Reagan’을 통해서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실정과 그것이 흑인사회에 미친 부정적 여파를 개인의 경험에 비추어 들춰내며 심지어 오바마 현 대통령에 대한 불신까지도 숨김없이 드러낸다.

1 Don`t Die Killer Mike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2 Anywhere But Here (Feat. .. Killer Mike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3 Reagan Killer Mike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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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킬러 마이크의 이러한 정치적-돌직구 랩은 앨범의 부정적 면모라기보다는 오히려 미덕에 가깝다. 다시 말해 케이알에스-원(Krs-One)이 우스꽝스럽게 여겨지(기도 하)는 현재의 랩 씬에서 킬러 마이크의 정치적 열변과 아프리칸-아메리칸(African-American)의 정체성에 대한 신실한 태도(‘R.A.P. Music’)는 촌스럽다거나 고루하다는 느낌 대신 형님 격 뮤지션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해주었다는 고마움과 왜인지 모를 뭉클함마저 안긴다. 모두가 그처럼 랩할 필요는 없지만 힙합은 늘 이러한 태도와 시선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여러 모로 귀감이 될 만한 작품이 나왔다. 주류와 구분되는 확고한 자기 스타일을 갖춘 물오른 역량의 두 노장(이라면 노장)이 1MC&1DJ의 형태로 결합해 앨범의 완결성까지 신경 쓸 때 비로소 이러한 작품이 탄생한다. 아직 섣불리 말할 수는 없지만, 아니 섣부르게 말하건대 우리는 이 앨범을 연말 리스트 시즌에 다시 찾게 될 것이다. 백발백중을 자랑하는 ‘슬픈 예감’은 아니지만 때로는 기쁜 예감도 100% 들어맞음을 이 앨범이 증명하리라.

100비트 | 김봉현 (MBC 문화사색 자문위원)

대중음악평론가이자 문화기획자.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흑인음악을 정체성으로 여기고 90년대 맑은 가요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 [한국 힙합, 열정의 발자취], [힙합, 우리시대의 클래식]이 있고, 역서로 [제이지 스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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