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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어느 선배가 기타치며 들려준 음악

유행은 자연스럽게 순환한다. 10년, 30년, 50년 등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돌아오는 패션, 문학, 영화, 화장, 심지어 먹거리까지 반복되는 삶 속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영화 ‘건축학개론’이 사랑받으면서 이제 기성세대가 된 30~40대의 학창시절 문화가 자연스럽게 재조명받고 있다. 시기적으로 7080문화가 저물고 8090문화가 대두될 때 ‘건축학개론’이 불을 지핀 격이다. 특히 2012년은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 20년이 되는 해로 영화에 사용된 옛 음악과 그 당시 유행했던 팝송, 그리고 잊혀졌던 연예인들의 복귀 등이 한 궤를 이루며 90년대 문화가 본격적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이런 대중문화 분위기 속에서 듣게 된 재즈 기타리스트 최은석의 [잘 가라 청춘아]는 조용히 나를 20년 전으로 인도하고 있다.

‘나는 가수다’와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노래를 듣는 것이 조금 피로해지기까지 한 요즘 최은석의 풋풋한 목소리가 오히려 더 편안하고 친근하게 들려온다. 그리고 재즈 기타리스트이지만 기교를 내세우지 않고 담백하게 풀어내는 연주 또한 20년 전 동아리 방에서 들을 수 있었던 그 시절의 모습이다. 현재 백석문화대학교 실용음악학 교수로 있는 재즈 기타리스트 최은석은 독특한 이력의 음악인이다.
이제 마흔이 넘어서는 나이로 서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작곡이론과에 다시 들어가 공부한 후 노스 텍사스 대학(대학원)에서 재즈 기타를 배운 정말 열정이 가득한 기타리스트이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2007년에 1집 [우산꽃], 2009년에 CCM 앨범 [The String of My Heart]를 차례대로 발표하며 자신의 음악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많이 알려진 재즈 스탠더드를 연주하기보다는 자신의 창작곡을 소박하고 편하게 연주하고 있는데 3집 [잘 가라 청춘아]에서는 거기에 직접 노래까지 더하고 있다.

앨범명
3집 잘 가라 청춘아
아티스트 및 발매일
최은석 | 2012.05.03
타이틀곡
대통령의 꿈
앨범설명

재즈의 언어로 포크의 감성을 노래하다. 최은석 3집 [잘 가라 청춘아] 최은석의 1집 ‘우산꽃’이 포크의 감성으로 재즈를 연주했다면 3집 ‘잘 가라 청춘아’는 재즈의 언어로 포크의 감성을 노래한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그는 ..

재즈에는 노래와 기타 연주를 동시에 해내는 멀티플레이어가 몇 있다. 2012 ‘서울재즈페스티벌’에 볼 수 있었던 조지 벤슨이 이 방면에서는 가장 유명하고 메인 스트림 쪽에서는 스윙감 넘치는 존 피자렐리가 있다. 국내에는 최근 ‘Saza's Blues Trio’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최우준과 모던한 감각을 유지하고 노래와 연주를 하는 송용창이 있다. 최은석은 전곡을 작사, 작곡하고 기타와 보컬에 편곡과 프로듀싱까지 담당해 완벽한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에는 그동안 함께 음악 활동을 해온 베테랑 연주자 민경인(피아노), 허여정(드럼), 그리고 최진배(드럼)의 조용한 지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잘 가라 청춘아]처럼 추억을 되새기는 컨셉 앨범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가려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10~20대에게는 강렬함으로 다가가지 못하겠지만 1990년대의 추억이 있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포크 음악이라 본다. ‘The World Of Toys’를 시작으로 어떤 영화 이미지가 떠오르는 ‘101번째 소개팅’, 그리고 앨범 중 가장 공감 가는 노랫말과 친근한 멜로디가 매력적인 ‘대통령의 꿈’ 등이 흐른다. ‘공항 앞에서’는 1집에 연주곡으로 실렸던 곡으로 애잔한 노랫말이 더해진 색다른 곡으로 만날 수 있다. 노래는 듣다 보면 한 가지 사실을 잊게 되는데 바로 최은석이 기타리스트라는 것이다. 중간 중간 블루지한 솔로를 보여주고, 곡에 따라 빌 프리셀 스타일로 공간미를 살리는 연주를 보여주기도 한다. 어쿠스틱 기타의 매력을 충분히 보컬에 녹여내고 있다. 그리고 종교적인 내용을 가진 ‘마음이 가난한 사람’에서는 김현지가 ‘우리 함께 떠나요’에서는 정다영이 보컬로 피처링하며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서태지의 등장과 함께 PC통신(하이텔)의 시작은 대중문화를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만들어 놓았다. 현재의 SNS가 가진 파급력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286, 386 컴퓨터 앞에 앉아 소통하던 그때의 (문화적 충격) 강도는 당연히 훨씬 강했고, 어쩔 수 없이 특정 나이 대에 집중되어 보편적이지 않았다.
보편적이지 않아 마니아 문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음악도 나만 듣고, 나만 아는 음악이 있었으며 또한 그렇게 믿었다. SNS가 넘쳐나는 지금, 우리는 이제 모든 것을 전하고 나눈다. 그런데 이럴 때 일수록 286, 386 세대들은 나만 간직하고 우리만 들었던 음악을 만나고 싶어 한다. 지금 그런 음악이 바로 최은석의 노래들이다.

재즈피플 | 김광현 (월간 [재즈피플] 편집장)

매일 매일을 재즈와 함께 고군분투하고 있는 월간 [재즈피플] 편집장으로 다양한 강의와 방송으로 재즈와 대중음악을 소개하고 있으며, 자라섬국제재즈콩쿨 심사위원과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21세기에..

http://www.jazzpeop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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