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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톤스 인터뷰
"그냥 툭 던지듯 만들었어요"

페퍼톤스는 4집 [Beginner’s Luck]를 만들면서 트레이드 마크였던 여성 객원 보컬을 확 줄였다. '여성'뿐만 아니라 '객원' 시스템까지 대대적으로 바꾸었다. 간혹 부르며 수줍게 물러나 있던 본인들의 목소리를 앨범 전면으로 내세운 것이다. '공원여행'이나 'Ready, Get, Set, Go'를 기대했던 팬들에겐 당혹스런 변화였을 것이다. "아, 욕먹겠구나 싶었죠." (웃음)

스트링을 쌓아 올리고 코드를 복잡하게 쪼개 놓곤 했던 작곡의 기교도 확 줄였다. "기타 치시는 분들이라면 카피하기가 쉬워졌을 거에요." 단순해지는 대신에 '톤'이 중요해졌고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사운드를 세심하게 다듬었다.

4집은 음악의 가장 중요한 뼈대들인 보컬, 작곡, 편곡, 사운드 모두를 새롭게 바꾸고 나온 앨범이다. 이런 환골탈태를 감행한 3집과 4집 사이의 2년 반, 이 시기에 초심자(Beginner)로 돌아간 페퍼톤스의 고민은 무엇이었을까?

앨범이 쌓이다 보니 정형화된 이미지가 생기더라
앨범명
4집 Beginner`s Luck
아티스트 및 발매일
페퍼톤스 | 2012.04.24
타이틀곡
행운을 빌어요
앨범설명

행운을 빌어요! 21세기 청춘 밴드 페퍼톤스! 정규 4집 앨범 '비기너스 럭 (Beginner's Luck)' 경쾌하고 명랑한 '뉴테라피음악'을 표방하며 많은 마니아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2인조 밴드 페퍼톤스가 24일 정규 4집 '비기너스 럭 (Beginn..

이번 앨범의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변화'겠죠? 이제 앨범이 나온 지도 한 달 가량이 지났는데, 주변 반응이 어떤가요.
장원
일단 우리한테 피드백을 줄 정도의 분들은 ‘실망했다’는 말보다는 ‘너무 좋다’는 말을 해주시죠.

신문 지면상에서는 '화장기가 없다', '편안해졌다' 같은 추상적인 단어들로 필터링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인데, 오늘은 전문 용어들이 나와도 괜찮으니까, 어떤 부분에 변화를 시도한 건지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재평
(웃으면서) 오늘은 좀 그렇게 해보죠. 전작과 비교를 안할 수가 없어요. 전작은 베이스라인이 정말 최고에요. 저는 베이시스트 이장원을 엄지 손가락 치켜들어요. 현란하고 묘기를 부린달까? 연주와 코드 진행에 있어서 막 쪼개는 거 있잖아요. '곡이 멋있다' 이런 거. 그런데, 이번 앨범에선 그걸 뺐어요. 아마도 기타 치는 분이라면 카피하기 쉬울 거에요. 기타 '팝'이 된 거죠. 일본의 컬리지 록 밴드들이 보여주는 코드 운용, 그러면서 멜로디가 더 돋보이는 효과. 이런 걸 노렸죠.

저는 사운드가 정말 좋았어요.
재평
단순한데 매력적으로 들리려면 '톤'이 좋아야 되더라고요. 앰프랑 기타를 여러 개 펼쳐놓고 여기다가 꼽아보고 저기다가 꼽아보면서 막 조합을 해봤어요. 안테나 뮤직 엔지니어 중에 지승남 씨라고 있는데, 그 분하고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거의 매일매일 '톤'에 대해서만 얘기하면서 살았어요. 예전 같으면 방에서 만든 기타 소리 받아놓고 '괜찮아, 현으로 덮으면 돼' 이랬거든요. (웃음) 이번엔 그 톤 지워지는 게 아까워서 그 위에 편곡을 못 올리겠더라고요.

그럼 이번엔 베이스 측면의 얘기가 궁금해지는데요.
장원
저는 베이스 라인을 짤 때 제가 맨 밑둥이란 생각을 안 하는 게 있었어요. '나는 베이스 계의 잉위 맘스틴'이란 생각으로 했었어요.
재평 얼마나 짜증나는데요, 근음을 안쳐요!~ (좌중 웃음)
장원 그런데 이번엔 제가 잡지 않으면 아무도 아래를 잡지 않는 거죠. 예전처럼 했다간 라이브할 때 무너지게 생겼더라고요.

변화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요.
재평
앨범들이 쌓이다 보니까 이제 한 번쯤은 페퍼톤스 음악을 들어보셨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정형화된 이미지, 틀, 이런 게 생기잖아요. 이런 것에 부응하느냐 부응하지 못하느냐를 고민했어요. 기대감을 충족시키고 새로운 것까지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재평 작은 계기가 하나 떠오르는데요, ‘안테나 뮤직 워리어스’라는 공연이 있어요. 그걸 하면서 오히려 밴드색이 더 짙어졌어요. 왜냐면 그 구성에서 저희는 악기잡이였거든요. 거기서는 내가 싱어 송라이터나 주목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기타 세션이었던 거에요. 악기를 잡고 있는 시간이 길었죠. 그러다보니까 '연주자'가 된 거죠. 악기랑 더 친해진 거에요. 베이스 톤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생전 안 하던 느린 발라드 곡에서 드럼 킥이랑 베이스랑 어떻게 맞추나, 이런 거 고민하고.

3집은 욕심이 많았던 앨범, 4집은 툭 던진 앨범

페퍼톤스는 홍대 인디 레이블 [캬바레 사운드]에서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마니아들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인기' 밴드로 도약한 그룹은, 4년 뒤엔 현재 토이, 루시드 폴, 정재형이 소속된 메이저 기획사 [안테나 뮤직]에서 3집을 발표할 정도로 유망주로 떠올랐다.

더 넓은 대중들 한복판으로 무대가 옮겨졌지만 뿌듯함과 동시에 '대중성'에 대한 압박이 찾아왔다. 때마침 인맥도 달라져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뮤지션들과 자리할 기회도 늘어났다. 그들은 '잘 팔리는 방법'을 노골적으로 조언하기도 했다. 3집은 "잘 되려는 욕심이 컸던" 앨범이었다. "3집은 사실 총망라에요. 1집, 2집, EP에서 제일 대중적이었던 부분을 모아서 마치 베스트 앨범처럼 만들었어요." 하지만 4집은 정 반대였다. "3집의 10곡을 추리는 동안 탈락한 후보들이 4집이에요.“

앨범명
3집 Sounds Good!
아티스트 및 발매일
페퍼톤스 | 2009.12.17
타이틀곡
겨울의 사업가
앨범설명

페퍼톤스, ‘웰메이드 뮤직의 대명사’ 안테나 뮤직과 조우하다 페퍼톤스라는 생소한 이름을 내걸고 대중 앞에 등장한지도 이제 5년. 여타 아티스트들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앨범과 곡을 쏟아낸 팀은 아니었지만, 트랙 하나하나가 발표될 때마..

3집과 4집의 격차가 커 보이는데요, 음악관이 좀 바뀐 것 같아요.
재평
3집 때는 잘 되려는 욕심이 많았어요. 메이저 기획사에 오니까,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잖아요. '유명인이 되는 건 아닐까?' 생각도 들고. 앨범도 많이 팔리고 돈도 많이 벌리는 걸까? 막상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요. 그런 욕심에 상응하는 앨범을 만들어야겠다는 게 3집이에요.

장원 스물아홉의 사춘기였지. (웃음) 재평 이건 한 번도 얘기 안 한 건데, 사실 3집은 총망라에요. EP, 1집, 2집의 제일 대중적인 부분을 모아서 마치 베스트 앨범처럼 만들었어요.

장원 반응이 좀 있었던 것들의 아들들이 나온 거죠. (웃음)
재평 사실 그런 걱정도 했어요. '뮤직뱅크나 인기가요에서 섭외가 들어오면 어떡하지?" 여기는 메이저 기획사니까 그럴 지도 모르잖아?' 곡을 쓸 때도 사실 그런 고민을 하면서 썼어요. '맨 마지막에 이렇게 부르면 카메라가 이렇게 잡아주겠지?' '여기 싸비에서 카메라를 보면서 노래하면 멋있겠다', 그런 걸 염두에 두기도 했어요.

장원 대중적으로 성공한 분들을 만나기 시작하던 때라, 굉장히 갈팡질팡하던 때였거든요.

음악에 대한 다른 견해와 부딪히기 시작했군요.
장원
'이렇게 하면 여자애들이 좋아해...' 이런 말도 들었어요. 그런데 결론적으로 그런 촉을 가진 사람들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결과로 보나 지나고 보나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해야겠더라고요. 우리는 시장이 지금 필요로 하는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촉을 가진 사람들은 아닌 것 같아요.

재평 3집의 10곡을 추리는 동안 탈락했던 후보들이 있잖아요. 그 후보들이 지금의 4집이에요. 이 음반으로는 엄청난 부와 명성을 누려야겠다는 생각 안 했어요. 기대를 안 했어요. '그냥 툭 던지자'였죠. 우리한테는 큰 변화의 계기가 될 음반이니까. 그렇게 냈는데 의외로 주변 분들이 괜찮다는 얘길 해주세요. 그래서 '아, 이렇게 내는 게 맞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이 시대의 또래들에게 행운을 빌어주고 싶어요

‘행운을 빌어요’는 어떤 메시지를 담은 곡인가요.
재평
'행운을 빌어요'라는 말이 생각나게 하는 순간순간들을 모아서 쓴 곡들이에요. 제가 잠깐 진행했던 EBS 라디오 프로그램 [아우라(아름다운 밤, 우리들의 라디오)]가 개편을 할 때 작가들과 모여서 술을 한 잔 하는데 너무 섭섭한 거에요. EBS 주차장에 돗자리 펴놓고 별 보고 그랬거든요. 그 때 서로 할 수 있었던 말은 '건승하자' 이런 거잖아요. 또 하나는 [라디오 드림]을 하차할 때인데 청취자들과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쉬워서 울면서 방송했거든요. 그 분들에게 건넬 수 있던 말이기도 했고요. 외국 나가는 친구를 공항에 태워다 줄이 있어서 인천공항을 가는데 그 길이 왜 그렇게 또 울컥하는지. 차 잠깐 세워 놓고 글 좀 쓰고. 그런 순간들을 모아서 탄생한 곡이에요.

어떻게 들으면 '행운을 빌어요'가 제목 때문에 응원하는 희망가로 들릴 수도 있겠어요.
재평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아 요거 꼬였구나, 재밌겠다' 싶었죠.
장원 우리 매니저가 그러더라고요. 녹음하는 걸 다 봐놓고도, (성대모사로) '행운을 빌어요가 사실은 슬픈 노래더라구요? 저는 신나는 록 음악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웃음)

앨범 제목을 [Beginner’s Luck]이라고 지은 이유가 있나요?
재평
네이밍을 좋아하고 시간도 많이 들여요. 페퍼톤스란 이름 정하는데 3개월 걸렸고요. '이번엔 뭘하지?' 하다가 'Beginner's Luck'이란 말이 나왔는데요. 게임 같은 걸 하다 보면 처음 하는 사람한테 따라오는 '뽀록'이죠. (웃음) 그 단어가 기분 좋게 들릴 것 같았어요. 이 시대에 같이 살아가는 우리 또래들한테 다 적용될 수 있는 얘기처럼 들렸거든요. 취업을 하는 사람, 결혼을 하려는 사람, 이런 사람들에게 자기 얘기처럼 들릴 것 같아서요. 행운을 빌어주는 것 싫어할 사람 어딨겠어요. 누구에게나 기분 좋게 들릴 말이라고 생각해서 꼽았죠.

100비트 |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

대중음악평론가. 록/팝/일렉트로니카를 좋아합니다. 진정성만을 강조하다가 새로운 흐름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http://100be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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