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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겨울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 (1988)

김종진과 전태관, 이들은 이미 될성부른 나무였다.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이미 이들의 이름은 음악계 여러 선배들의 입을 통해 소문이 나있었다. 새로운 젊은 얼굴을 원하고 있던 김현식에게 이들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상대였다. 또 다른 될성부른 나무들이었던 장기호와 유재하까지 참여하면서 (후대에 볼 때 더 대단한) '슈퍼 밴드'가 탄생했다.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이었다. 팀이 결성될 때쯤에는 '될성부른'이란 수식어를 빼도 될 정도로 이미 각자의 음악적 세계가 갖추어진 나무 그 자체였다.

이렇게 함께 만들어낸 김현식의 3집 앨범은 훌륭했다. 그리고 신선했다. 당시 블루스와 퓨전 재즈에 경도돼있던 김현식은 김종진과 장기호, 그리고 유재하를 통해 자신의 음악적 야심을 펼쳐 보이려 했고 그 계획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김현식은 최고의 소리꾼임을 증명하는 한편으로 훌륭한 창작자임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다른 멤버들은 앨범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줬다. 김종진이 만든 '쓸쓸한 오후', 장기호의 '그대와 단둘이서',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은 이제껏 김현식의 음악에서 들을 수 없던 새로운 물결이었다. 그리고 유재하의 뒤를 이어 가입한 박성식은 '비처럼 음악처럼'이라는 영원한 스테디셀러를 선사했다. 하지만 이 좋은 시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김현식의 마약 복용 등으로 활동이 불안정해지며 팀은 자연스레 와해되었다.

앨범명
3집 김현식 III
아티스트 및 발매일
김현식 | 1986.12.05
타이틀곡
가리워진 길
앨범설명

비처럼 음악처럼... 흐르는 그의 목소리 2집앨범 이후 조원익이 이끌던 동방의 빛, 정성조의 메신저스등에서 노래를 하던 그가 김종진. 전태관, 박성식, 유재하등이 참여한 밴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원년 보컬멤버로서 제작한 앨범으로 그당시 2..

얼마 뒤, 온통 노란색으로 칠해진 한 장의 음반이 발표됐다. 사각의 각 모서리에는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낱말이 쓰여 있었다. 새로운 봄여름가을겨울의 시작이었다. 유재하는 솔로 앨범을 발표한 뒤 세상을 떠났고, 장기호와 박성식은 사랑과 평화에 몸담고 있었다(이들은 이후 빛과 소금을 결성한다. 이들이 주도해 만든 사랑과 평화의 4집은 빛과 소금의 번외 앨범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둘의 색깔이 짙은 앨범이었다). 남은 멤버는 김종진과 전태관, 둘이었다. 이들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 그 시작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분명히 새겨 넣었다.

김종진과 전태관에게는 '연주자'라는 자각이 있었다. 자긍심 또한 갖고 있었다. 이들은 흔한 '노래'가 아닌 '연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고자 했다. 앨범의 첫 곡을 연주곡으로 한 것은 그런 연주자로서의 자긍심과 젊은 무모함이 더해진 결과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음악에 특별히 귀를 기울이지 않은 일반 청자들에게 연주곡이라는 것은 낯선 형식이었다. 국내에서는 특히 더 그랬다. 하물며 그런 곡을 앨범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A면의 첫 곡으로 했으니 그 생경함은 더 컸을 것이다. 그렇게 앨범의 첫 곡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이 흘러나오던 순간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 가운데 하나였다.

1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봄)-연.. 봄여름가을겨울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하지만 김종진은 연주자 이전에 훌륭한 창작자였다. 그는 미국과 일본의 퓨전 재즈를 흡수해 자신의 멜로디를 입힐 줄 알았다.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 역시 연주곡이라는 생경함이 가실 때쯤 귀에 들어오는 건 기타가 만들어내는 또렷한 멜로디였다. 이 멜로디는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라는 노래곡을 기대 이상의 히트'송'으로 만들어주고 또 다른 연주곡 '거리의 악사'를 라디오 시그널로 쓰게 할 만큼 매혹적이었다. 첫 앨범이 성공을 거두고, 봄여름가을겨울이 지금까지 장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런 김종진의 창작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송홍섭과 전태관이 받쳐주는 탄탄한 리듬이 더해지면서 곡들은 더 활기찬 생명력을 얻을 수 있었다. 김종진이 모든 곡을 만들고 편곡했지만 송홍섭이라는 든든한 조력(언)자가 있었기에 이 젊은이들의 바람이 현실화될 수 있었다.

봄여름가을겨울은 이후 동아기획을 넘어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김현철, 빛과 소금 등과 함께 국내에서 퓨전 재즈 붐을 일으키며 한국 퓨전 재즈의 상징적인 존재가 됐고, 자신들의 음악적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가장 대중적인 밴드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최초로 '제대로' 만든 라이브 앨범을 발표하며 가요계에 또 한 번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미국에 건너가 제대로 된 앨범을 만들고자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지금도 '와인 라이브' 시리즈를 통해 매해 색다른 라이브 앨범을 발표하며 여전히 연주자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이들의 등장은 신선했고, 지금의 모습은 충분히 귀감이 될 만하다. 이 모든 시작에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1 거리의 악사(여름)-연주곡 봄여름가을겨울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2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가.. 봄여름가을겨울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세상을 바꾼 노래 소개

타이틀이 거창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원자폭탄으로 도시 하나를 순식간에 박살내버리거나 멀쩡한 강바닥을 파내서 생태계를 초토화시키는 정도쯤이나 되야 세상을 바꿨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설득할 생각은 없다. 다만, 노래가 세상을 바꾸는 방식은 투표의 작동원리와 비슷하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을 뿐이다. 한 장의 투표권이 공동의 지향과 만남으로써 세상을 (좋게든 나쁘게든) 바꾸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하나의 노래는 대중의 정서와 호응함으로써 한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규정하는 이정표로 우뚝 서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세상을 바꾼 노래'들을 주목했다. 당초 1900년대 초반부터 시작하여 20세기 전체를 아우르는 기획으로 준비했으나, 여러 가지 현실적인 여건의 제약으로 여기서는 1970년 이후 발표된 노래들을 시대순으로 소개하기로 했다는 점도 밝혀둔다. 더불어, 여기에 미처 소개하지 못하는 노래들은 언젠가 다른 방식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을 것이라는 약속도 함께 드린다.

보다 | 김학선 (웹진 [보다] 편집장)

2000년에 인터넷 음악방송국 '쌈넷' 기자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웹진 '가슴' 편집인과 한겨레신문 객원기자를 지냈으며, 현재 웹진 '보다' 편집장과 '100비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참여하..

http://www.bo-d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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