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것은 김진표가 이적보다 먼저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김진표는 패닉(Panic)의 두 번째 정규 앨범 [밑]을 계기로 급속도로 성장한 경우다. 그룹 내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 고민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러나 김진표의 상승세는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는 것으로 꺾이지 않았다. 첫 번째 솔로 앨범 [열외]는 [밑]으로부터 불과 1년 만에 발표된 것이다. 김진표는 자신의 구상을 온전히 구현시켜 줄 수 있는 파트너를 대동하여 작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 본격적인 랩 앨범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어서 발표된 [JP Style]은 좀 더 로우한 톤을 의식한 앨범이다. 그러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김진표는 이전보다 한층 어두운 스타일을 원했지만 주요 파트너로 참여한 남궁연은 그보다 훨씬 가벼운 댄스 비트에 강점을 보였고 결국 부조화를 낳았다.
[JP3]는 전작의 실패를 상당 부분 만회한 또 다른 대표작이다. 그러나 이를 설명하기 위해 굳이 전작을 들먹일 이유는 많지 않다. 오히려 [JP Style]과 [JP3] 사이에 진행된 노바소닉(Novasonic)이 핵심이다. 최상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밴드에서 보컬리스트로 활동한 경험은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졌고 그것을 입증시켜 주는 것이 바로 [JP3]이기 때문이다. 노바소닉이라고 하는 밴드가 해당 연주자들에게 어떠한 득이 됐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김진표는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활동한 경험을 본인의 앨범에서 꽤 영민하게 잘 써먹었다. 좀 더 넓은 관점으로 앨범 작업에 임하며 새로운 선택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랩과 무관했던 김영석이 김진표와의 교류를 통해 의외의 감각을 선보였고 이를 성공적으로 담아낸 것도 수확이다.
구성상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커다란 틀로 접근하면 결국 재해석으로 귀결된다. [JP3]의 초반, 중반, 후반에는 빛과 소금, 봄여름가을겨울, 김광민을 소스로 만들어진 곡이 각각 배치되어 있고 이를 통해 일정한 흐름이 형성되었다. 흔히 다루어지는 소울풀한 고전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점도 특이하지만 원곡의 주요 테마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발상을 가미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Stand By Me’의 훅을 재활용하는 것에 그친 전작의 ‘내 곁에’와 비교하면 훨씬 진일보한 결과다. [JP3]의 소스 선택은 김진표의 지향점과 앨범의 성격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빛과 소금과 봄여름가을겨울, 김광민 등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은 힙합 커뮤니티가 아닌 1980년대에서 1990년대로 이어지는 가요 흐름을 경험한 대상이고 재해석은 과거의 유산에 신선함을 부여했다.
그러나 타인의 유산만 재해석된 것은 아니다. 김진표는 자신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곡들을 마지막에 배치시켜 특유의 공격성을 드러냈다. ‘마마’와 ‘벌레’ 등은 앞서 언급한 패닉의 [밑]에 수록된 곡들이고 김진표가 처음으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김진표는 정점의 순간에 자신의 실질적인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곡들을 불러들여 앨범을 마무리했다. 이는 초심에 관한 것이지만 새로운 버전을 통해 발전을 언급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물론 김진표의 랩은 여전하다. 이를테면 특유의 억지 라임 논란을 불식시킬 만한 발전이 있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그러나 [JP3]는 힙합다운 힙합에서 벗어나 아티스트로서 진일보한 면모를 구축하는 데 성공을 거둔 앨범이고 이적보다 먼저 솔로 음악인으로서 분명한 색깔을 드러낸 흐름은 반드시 회자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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