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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맨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트리뷰트

기타리스트라면 한 번쯤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나 랜디 로즈(Randy Rhodes)와 ‘한 방’ 잼세션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릴 만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협연이기에 더욱 애틋한 망자와의 대화. 실제로 많은 기타리스트들이 자신이 숭배하는 연주자의 음악을 틀어놓고 거기에 맞춰 즉흥연주를 하곤 한다. 존경하는 아티스트와 마주하는 적극적인 방법인 셈이다. ‘불세출의 천재 기타리스트’라는 곰팡내 나는 수식어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토미 볼린(Tommy Bolin)의 트리뷰트 앨범 [Great Gypsy Soul]은 그런 ‘접붙이기’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앨범명
Great Gypsy Soul
아티스트 및 발매일
Tommy Bolin | 2012.03.26
타이틀곡
Savannah Woman
앨범설명

불세출의 기타리스트, 25살의 나이로 요절한 토미 볼린이 돌아오다. 스티브 루카서, 글랜 휴즈, 조 보나마사, 스티브 모스 등 최고의 기타리스트가 그와 함께 연주하다. 76년 약물 과다 복용으로 25살이라는 너무나도 젊은 나이에 세상..

[Great Gypsy Soul]은 토미 볼린의 대표작 [Teaser]의 아웃 테이크와 앨범에 실리지 못한 테이크를 선별하고, 거기에 후배 연주자들의 연주를 멀티트랙으로 녹음함으로써 협연처럼 들리게 한 색다른 방식의 트리뷰트 앨범이다. 이는 과거 냇 킹 콜(Nat King Cole)과 그의 딸 나탈리 콜(Natalie Cole)의 노래를 감쪽같이 듀엣처럼 만든 ‘Unforgettable’과 같은 방식의 녹음이다.

1 Unforgettable Natalie Cole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올맨 브라더스 밴드(The Allman Brothers Band), 거버먼트 뮬(Gov't Mule)의 기타리스트 워렌 헤인즈(Warren Hayens)가 주도한 이 작업에는 피터 프램튼(Peter Frampton), 존 스코필드(John Scofield), 스티브 루카서(Steve Lukather) 딥 퍼플(Deep Purple) 출신의 글렌 휴즈(Glen Hughs)와 스티브 모스(Steve Morse), 에어로스미스(Aerosmith)의 브레드 휘트포드(Brad Whitford)와 같은 거물들부터 데렉 트럭스(Derek Trucks) 조 보나마사(Joe Bonamassa) 등 최고의 신예들에 이르기까지 대형 뮤지션들이 총집합했다. 이 묵직한 라인업은 토미 볼린의 막강한 존재감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1969년 미국에서 데뷔한 토미 볼린이 7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남긴 디스코그래피는 놀랍다. 10대 후반에 데뷔해 스물다섯 살에 요절한 볼린은 솔로 커리어 외에 제퍼(Zephyr), 제임스 갱(James Gang), 딥 퍼플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밴드를 거쳤다. 그는 재즈 록•퓨전 계열 드럼의 거성 빌리 코뱀(Billy Cobham)의 대표작 [Spectrum], 알폰스 무존(Alphonse Mouzon)의 [Mind Transplant]에 참여하는 등 화려한 세션 경력도 남겼다. 록에서 재즈 록•퓨전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든 볼린은 국내에도 유명한 ‘Savannah Woman’에서 알 수 있듯이 출중한 보컬 실력과 대중적인 감각도 가지고 있었다.

1 Savannah Woman Tommy Bolin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토미 볼린이 ‘천재’라 일컬어지는 이유는 동시대에 그가 가지는 경이로운 존재감 때문이다. 볼린은 1969년 18살에 발표한 제퍼의 1집 [Zephyr]에서 이미 블루스, 록, 재즈, 펑크(Funk)가 골고루 섞인 퓨전 스타일의 연주를 구사했다. 이는 같은 해 발표된 영국의 기타리스트 앨런 홀스워스(Alan Holdsworth)가 이끈 이깅버텀(Igginbottom)의 데뷔작 [Wrench]와 함께 거의 처음으로 퓨전 스타일 기타를 선보인 사례다.

토미 볼린의 등장은 당시 영국, 미국에서 최고를 점하고 있던 선배 기타리스트들에게 상당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볼린의 분방한 이펙팅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 지미 페이지(Jimmy Page)는 제퍼를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오프닝 밴드로 세웠으며, 제임스 갱을 이끌던 조 월시(Joe Walsh)는 볼린의 연주에 반해 그를 직접 후임으로 추천했다.

한편 제프 벡(Jeff Beck)은 볼린이 참여한 빌리 코뱀의 [Spectrum]에 영감을 얻어 [Blow By Blow]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제프 벡이 최근까지도 즐겨 커버하는 ‘Stratus’는 [Spectrum]에 실린 토미 볼린의 연주다). 이후 볼린은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를 대신해 딥 퍼플에 승선했다. 여기서 특기해야할 점은 토미 볼린이 선배들에 기에 눌리기는커녕 제임스 갱, 딥 퍼플을 이전과 전혀 다른 밴드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물론 그 덕분에 딥 퍼플 팬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줬겠지만.

1 Stratus Billy Cobham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이처럼 토미 볼린은 레전드 급 선배들의 위치를 뒤흔들 정도로 살벌한 연주자였다. 선배들이 일군 록 기타의 이디엄을 모두 섭렵한 후 거기에 자기 색을 얹은 연주는 ‘천재 이상’의 경이로움이라 할 수 있다. 그 경이로움은 초호화 후배 연주자들과 협연한 [Great Gypsy Soul]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토미 볼린과 생전에 인연을 맺었던 피터 프램튼은 ‘The Grind’에서 볼린의 기민한 슬라이드 기타 연주에 거친 연주로 응수한다. ‘Teaser’에서 워렌 헤인즈는 흙냄새 나는 블루스 프레이즈로 예스러운 미감을 전한다. 스티브 루카서, 데렉 트럭스, 스티브 모스는 토미 볼린의 재즈 록•퓨전 연주와 어우러진다. 데렉 트럭스가 참여한 ‘Smooth Fandango’는 마치 토미 볼린과 듀언 올맨(Duane Allman)이 저승에서 잼세션을 하는 광경을 상상케 한다. 또한 스티브 루카서가 아밍을 구사하는 ‘Homeward Strut’는 제프 벡과 토미 볼린의 불꽃 튀는 협연을 듣는 듯하다. ‘Smooth Fandango’의 다른 버전인 ‘Crazed Fandango’에서는 스티브 모스가 호쾌한 연주가 돋보인다.

토미 볼린과 딥 퍼플 시절 동료였던 글렌 휴즈는 ‘Lotus’와 ‘Sugar Shack’ 두 곡에 참여해 우정을 과시했다. 두 곡에는 조 보나마사와 넬스 클라인(Nels Cline), 소니 랜드레스(Sonny Landreth)가 각각 참여해 블루스 기타의 향연을 펼친다. ‘People People’은 빅 슈거(Big Sugar)의 연주가 더해져 더욱 진한 레게의 향취를 풍긴다. 앨범의 백미는 존 스코필드가 참여한 타이틀곡 ‘Savannah Woman’. 51년생 동갑내기인 두 연주자는 시대를 초월해 밀접한 교감을 보인다. 20대의 토미 볼린과 환갑을 맞은 존 스코필드의 앙상블은 저돌적인 연주와 숙성된 연주 둘 중에 무엇이 더 나은 것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Great Gypsy Soul]은 기타리스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트리뷰트를 보여준 모범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이 아날로그 시대의 연주자를 살려낸 명장면이기도 하다. 향후 연주자에 대해 이런 방식의 트리뷰트 앨범이 더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물론 토미 볼린처럼 뜨거운 영감을 이끌어낼 이는 많지 않겠지만.

100비트 | 권석정 (음악전문기자)

음악과 관련된 이런저런 글들을 매체 가리지 않고 쓴다. 가리지 않으려는 것은, 내가 경험한 음악의 경이로움을 보다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함이다.

http:// 100be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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