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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적 슬픔의 노래

넬의 음악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그들의 연주는 갈수록 탄탄해졌고, 때로는 어쿠스틱한 호흡으로 연주하며 변화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실연으로 인한 슬픔과 절망으로 울먹거리는 보컬의 정조와 서정적이면서도 멜로디컬하고 록킹한 연주 스타일은 넬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지금까지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다. 넬의 음악 활동이 10년이 넘어가고, 소속사가 여러 번 바뀌었어도 변하지 않은 스타일은 이제 넬의 음악을 모방하거나 변용하는 유사 밴드들을 적지 않게 만들어내며 이어지고 있다.

앨범명
1집 Let It Rain
아티스트 및 발매일
| 2003.06.12
타이틀곡
고양이
앨범설명

비가 되어 흐르는 감성 중독... nell 서태지컴퍼니 '괴수인디진' 레이블의 첫번째 밴드 넬, 앨범발매! Produced by 넬 / Executive Producer 서태지 어떤 밴드에게서도 느낄 수 없는 감성의 선을 지닌 nell.. 이들이 2003년 6월.. ..

넬의 공식 1집인 [Let It Rain]은 당시 서태지의 소속사가 된 것 때문에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앨범이다. 그러나 소속사가 바뀌었다고 해서 넬의 음악이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김종완은 여전히 징징거리는 약한 남자 스타일의 가사를 예의 보컬로 소화하고 있다. 연주는 깔끔하고 밴드의 앙상블도 흠잡을 것이 별로 없다.
‘유령의 노래’를 비롯한 몇몇 신곡들은 넬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기에 충분하고, 다시 연주한 ‘믿어선 안될 말’은 훨씬 매끈하게 들린다. 이 정도의 밴드 음악이라면 영미권 밴드들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고, 감성적이기도 해서 밴드 음악에 대해 편견을 가진 이들도 얼마든지 팝으로 소비할 수 있을 음악이다. 넬에게 여성 팬들이 많은 것도 다 이유가 있다.

그러나 넬의 매력은 딱 거기까지이다. 넬의 팬이라면 얼마든지 열광할 수 있겠지만 넬의 음악은 대동소이한 반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팬이 아니라면 이 앨범을 끝까지 듣기도 쉽지 않고 그 후에도 넬을 좋아하기도 쉽지 않다. 가사와 보컬이 지향하는 정서는 변함 없고 좀처럼 깊어지지도 않는다. 가볍고 조악한 슬픔이 전시되듯 과장되어 펼쳐지는데다 시종일관 울먹거리는 보컬 덕분에 그 슬픔 역시 면역이 되어 앨범을 끝까지 듣다보면 상실감에 빠져들기보다는 오히려 무덤덤해져 버린다.
슬픔에 대해 거리를 두는 애이불비(哀而不悲)의 깊이와 미덕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 이 또한 취향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고, 그래서 넬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겠지만 예술의 감동은 대상과의 거리감과 공백에서 발생한다고 믿는다. 그 사이가, 그 차이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고 모든 감정을 더 사무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직 일체감만으로 열광만 할 뿐이라면 스포츠와 예술이 다른 것이 무엇이겠는가.

100비트 | 서정민갑 ('인디 어워드' 자문위원)

평가를 한다기보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마음으로, 정답을 찾기보다는 주관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가끔 공연을 연출하기도 하고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병행하고 있는 생계형 좌파.

http://100be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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