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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프로파일 33탄 - 더 도어즈

도어즈는 내게 시작이자 끝이었다. 아티스트를 숭배하는 이교도 인생의 시작이었고 숭배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끝이다. 도어스는 내 청춘의 관문들(doors)을 관통(break on through)하여 지금에 도달했고 아마도 죽을 때까지(the end) 계속될 것 같다. 아티스트 프로파일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이 지면은 나의 내밀한 추억들에게 할애하려 한다. 그러니 누굴 좋아했네 따위의 회고조 문체에 이력이 난 독자들이라면 차라리 읽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일종의 연애편지와 다름 없을테니, 짐 모리슨이 살아서 본다면 모를까. 남의 연애나 종교란 대게는 자질구레하기 마련이다.

앨범명
1집 The Doors [40th Anniversary Mixes]
아티스트 및 발매일
The Doors | 2007.03.19
타이틀곡
Break On Through
앨범설명

락 계의 반항아이자 무정부주의자 그리고 강렬한 카리스마의 소유자 Jim Morrison. 현존하는 락 그룹 중에서 DOORS 만큼 짧은 활동 속에서 사람들에게 숭배를 받고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그룹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은 1965년 LA에..

하루키는 열다섯 살을 아이는 아니고 어른도 아닌 나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중학교 때는 아이들이 그렇게도 담배를 피워댔다. 한 절반 정도쯤 될까? 일종의 금지된 트렌드였다. 나도 중학교 2학년 무렵부터 시작했다. 담배를 피운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혹여 선생에게 걸리기라도 하면 민주투사 버금가는 고문을 당해야 했으니까. 그것도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매를 맞아야 했다. 그것은 명백한 파쇼였다. 그러므로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다. 필요한 용기만큼 아이들 사이에서 끽연은 통과의례가 되었다. 담배를 열다섯 살 아이들의 통과의례로 만들어버린 것은 바로 폭력이었다. 선천적으로 겁이 많은 나는 도저히 학교에서는 피우지 못하겠어서 담배 한 대를 친구에게 얻어 집으로 가져왔다. 형광펜 심을 빼고 담배 한 대를 넣으면 은폐엄폐에는 문제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날의 두근거림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사회의 금기와 금기를 깨려는 자아의 맞불이었다. 너무 거창한가? 그렇지 않다. 지금의 대마초를 생각해보라. 폭력의 강도가 다를 뿐이지 폭력으로 연결된 시스템은 똑같다. 다만 대마초는 폭력의 강도가 너무 세서 통과의례가 되지 못할 뿐이다.

그날 밤 나는 내 인생의 첫 담배를 피웠다. 용기가 나지 않아 새벽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사촌형이 미국으로 떠나고 내 차지가 된 방에서 골목으로 난 창문을 반쯤 열고 담배에 불을 붙이기 전에, 도어즈의 ‘Riders On The Storm’을 들었다. 짐 모리슨(Jim Morrison)이 아니었다면 아마 담배를 피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실 담배보다 대마초가 피우고 싶었다. 여기저기서 1960년대는 대마초의 시대라고들 했으니까. 싸이키델릭은 대마초의 경험적 음악이라고들 했으니까. 지금 생각해도 적절한 선곡이었다고 생각한다. 뼈 없는 개처럼, 광야에서 헤메이는 배우처럼 폭풍 속을 걸어 들어가는 환상을 경험했다. 목이 막히고 어지러웠지만 도어즈와 함께 한 대마초스러웠던 첫 담배를 나는 평생 잊지 못한다.

앨범명
6집 L.A. Woman
아티스트 및 발매일
The Doors | 1971.04
타이틀곡
Love Her Madly
앨범설명

1971년 4월에 발매된 짐 모리슨(Jim Morrison)의 유작앨범이자(그는 1971년 7월 세상을 떠났다.) 도어스의 마지막 명반으로, 'L.A. Woman', 'Riders On The Storm','Love Her Madly', 'Wasp - Texas Radio And The Big Beat' 등의 명곡들이 ..

짐 모리슨 숭배는 그 즈음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난폭한 짐승처럼 보였다. ‘Back Door Man’의 추임새나 사람을 풀었다 죄었다 맘대로 가지고 노는 ‘The End’의 플로우는 그야말로 LA메탈로 가득 찬 머리 속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충격이었다. 그래서 이십대 내내 스물일곱에 죽어야지 생각했다. 물론 그러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친구들한테 그렇게 말하곤 했다. 특히 여자들한테 그랬는데, 그건 일종의 구애행위 같은 것이었다. 스물이 넘어도 여전히 사춘기를 겪어야 하는 한국사회에서는 매력적인 사람을 닮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마련인데, 그게 짐 모리슨이었다. 스물일곱에 죽을 거라고 하면 대부분 여자 아이들은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지만 그런 마음을 이해하는 아이가 있었다. 첫 섹스도 그 아이와 했다. 그 아이와의 섹스가 익숙해질 무렵엔 ‘Summer's Almost Gone’을 들으며 황홀한 전희에 빠지기도 했다. 이 역시 굉장히 절묘한 호응이었다고 생각한다. 도어즈와 섹스는 잘 어울리는 단어다. 그렇다, 결국 사랑이다. 사랑이라기보다 섹스다. ‘Light My Fire’를 시대의 항변으로 읽는 해석이 있는데, 나는 순 개 뻥이라고 생각한다. ‘Light My Fire’는 그냥 몸을 불태워보자는 내용에 다름 아니다. 그러면 어떤가? 왜 굳이 시대와 노래를 연결시켜 해석하는가? 황홀한 섹스로도 충분치 않은가?

대마초와 섹스는 1960년대 히피들에게는 자유의 상징이었지만 그 시대 이후에는 금기의 대상이 되었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저 두 가지는 한 번도 자유의 상징이었던 적이 없다. 억압과 금기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얼마나 불행한가? 너무나 불행해서 짐 모리슨은 한국에서 여전히 살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인생의 관문들을 도어즈를 들으며 건너왔다. 짐 모리슨은 그 어떤 선생보다 영향을 많이 끼쳤다. 낡은 비디오 테이프에서 들려오던 이런 말들 말이다.

앨범명
2집 Strange Days [40th Anniversary Mixes..
아티스트 및 발매일
The Doors | 2007.03.19
타이틀곡
Strange Days
앨범설명

데뷔작과 같은 해인 1967년에 발표한 DOORS의 두 번째 앨범이다. 데뷔작의 제작 기간보다는 길지만 본 작은 4주라는 짧은 시간에 완성하였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앨범을 제작할 수 있었던 까닭은 앨범의 곡들이 예전에 작곡이 되어 있었으며 ..

사실 도어즈 내에서 짐 모리슨의 음악적 기여도는 그리 크지 않다. 거대한 히트곡 ‘Light My Fire’ 조차도 로비 크리거의 작품 아니던가. 베이스와 건반을 함께 연주하는 레이 만자렉(Ray Manzarek)의 독특한 오르간 사운드가 아니었다면, 마약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로비 크리거(Robby Krieger)의 프레이즈가 아니었다면 록과 재즈적 터치를 오갔던 존 덴스모어(John Densmore)의 드럼이 아니었다면 블루스와 싸이키델릭에 모두 속하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도어즈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도어즈는 짐 모리슨의 아우라로 설명되는 팀이다.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음악적 핵심을 바라보게 된다. 음악에서 중요한 것은 음악이 아니라는 핵심. 음악에서, 특히 재즈시대 이후의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다. 그런 점에서 짐 모리슨은 대단히 위대한 족적을 남겼다. 아니, 어쩌면 거대한 스타시스템이 그를 위대하게 만들고 죽음까지 이르게 했는지 모른다.

게다가 짐 모리슨은 스물일곱에 죽었다.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화석이 되어버린 거다. 말 그대로 신화가 되어버렸다. 짐 모리슨의 신화는 나뿐만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의 신화로만 기억되는 것은 음원 소유자만 좋은 일이라는 비판도 있다. 충분히 고려해야 할 말이지만 나는 신화화에 대해서 관대하고자 제안한다. 돈 아니면 죽음인 제로섬 게임 사회에서 그게 신화든 현실이든 저런 영웅들 없이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 알 수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 사이에 문이 되겠다는 짐 모리슨은 정말로 그렇게 되지 않았나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조금 더 그를 숭배해도 될 듯 하다.

음악취향Y | 최지호 (웹진 [음악취향Y] 편집인)

'음악취향Y'와 '100비트'에서 전자인형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고 있다. 추억이나 곱씹는 노인이 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려는 이름이다.

http://100be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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