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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ious Artists [2011 들국화 리메이크] (2011)


다시 부르는 '들국화'

예상대로다. 음악동네의 풍작이 두 해 단위로 찾아온다는 2년주기설이 증명되고 있다. 뮤지션들이 대체로 2년마다 정규음반을 내는데, 그 중 실력파들의 앨범 발표가 어느 시점부터 겹치자 이후 화제작들이 비슷한 시기에 나오게 되었고, 신인들의 활약까지 더해지면 분위기가 달라지는 흐름이 있다. 손가락과 귀가 부지런한 이라면 벌써부터 연말결산을 고민하고 있을 올해가 그렇다. 국내는 각종 경연 프로그램의 난립과 이른바 '나가수' 효과에 경도되어 있고, 해외는 특정 기획사가 주도하는 K-POP 열풍을 이슈로 만드는 창구가 되었으며, 오버와 언더 사이에서도 몇몇 트렌디 가수들의 바람이 과하기 때문에 잘 포착하지 않을 뿐이다.

이러한 2011년을 예고한 작품은 단연, 서던 록의 양식과 블루스 록 기타의 진수로 이루어진 '제한된 시간 속에서 영원의 시간 속으로'와 '수만리 먼 길'을 토해낸 조덕환의 [Long Way Home]이었다. 들국화의 재결성을 시도하다 부득이 따로 발표하게 되었다는 뒷말은 크든 작든 아쉬움과 기대를 남겼다. 그래서 이 앨범을 발표하고 뭔가를 기획해온 루비살롱이 연이 있는 음악인들 위주로 들국화 리메이크를 시도한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앨범명
1집 조덕환 (feat. 최성원,주찬권) (Long Way..
아티스트 및 발매일
조덕환 | 2011.01.28
타이틀곡
Ordinary Man
앨범설명

기나긴 길의 여정. 들국화의 기타리스트 조덕환의 앨범, Long way Home. 들국화의 멤버 최성원, 주찬권 피쳐링 참여. 들국화 1집으로부터 25년. 먼 길을 돌아왔지만, 녹슬지 않은 감각과 분출되는 서던록/블루스록의 에너지로 꽉꽉 채워..

좋은 리메이크의 최우선 조건은 투철한 실험정신과 아우라의 극복… 등등이 아니다. 원곡을 모르는 사람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때 개성의 강조와 원곡의 매력을 살리는 것의 균형이 중요해진다. '개성에 치우치면 원곡이 재료로 강등되고, 원곡에 매달리면 리메이크의 이유와 의미가 감소한다.' 양자가 조화를 이룰 때 좋은 리메이크라 말한다. [2011 들국화 리메이크]에서 그러한 사례를 여럿 찾아볼 수 있어 고맙다. 동시에 그렇지 못하고 따옴표 안에 해당하는 곡들을 듣게 된 것도 고마운 일이다. 덕분에 평소 자기 음악을 잘 하는 뮤지션이 이러한 작업도 잘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앨범명
2011 들국화 리메이크
아티스트 및 발매일
V.A | 2011.05.26
타이틀곡
행진
앨범설명

들국화, 이 세 글자의 이름은 하나의 꽃 이름에서 어떤 고유명사가 됐다. 1985년 20대 청년 네 명이 모여 발표한 한 장의 앨범 이후.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 〈Let It Be〉에 대한 오마주라는 듯 전인권, 최성원, 조덕환, 주찬권의 사진을 사각으로 배..

'매일 그대와'는 누가 들어도 못(MOT)의 음악이다. 정서의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진동을 남기는 음악기법으로 어두운 노랫말을 밝은 선율에 얹는 것과 슬픈 선율에 밝은 노랫말을 싣는 것이 있다(둘 중 어느 편이 훌륭한가에 대하여 실례들을 놓고 오랫동안 탐구했다). 못은 후자에 속하고, 모종의 효과를 만들어낸다. 부당하게 타인과 비교되거나 불안정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적이 언제였나 싶도록 이미 자기 세계를 이룩한 이소영이 앞장선 허클베리 핀(Huckleberry Finn)의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도 좋은 예에 속한다. 허클베리 핀과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가 메시지로도 통한다면, 이장혁의 '제발'은 스타일로 들국화와 통한다.

'역사적인' 케이스도 있다. 프로콜 하룸(Procol Harum)이 바흐에게서 멜로디를 얻어와 요샛말로 샘플링한 'A Whiter Shade Of Pale'을 무수히 많은 아티스트들이 리메이크하는 것을 보고 (다시 바흐가 돌아와 그런 곡을 리메이크 하는 장면까지 상상하며) 부러워했다. 역사의 쌓임이 선행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 데블유 앤 웨일(W&Whale)이 '사랑한 후에'를 다시 연주한다. 알 스튜어트(Al Stewart)의 'Palace Of Versailles'를 번안하여 리메이크 한 '사랑한 후에'가 이렇게 리메이크되었다. 전인권의 걸걸하고 절절한 외침을 대신하는 웨일의 맑고 쓸쓸한 읊조림은 원본과 사본 모두에게 의미를 부여한다.

1 사랑한 후에 W & Whale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더 좋은 리메이크는 원곡조차 스스로 발견하지 못해 감추어질 수밖에 없었던 매력을 끄집어내고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숨어있던 멜로디 혹은 코드진행 혹은 잠깐 지나가버렸던 효과가 살아남으로써 원곡보다 더 유명한 곡으로 다시 태어나는 동력을 얻는 경우다(리메이크의 의의와 다양한 사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리메이크 앨범 TOP 5'에 소개한 바 있다). 한음파가 슬쩍 미뤄져 있던 매력을 극대화하여 더 슬프고 더 장엄하게 그려낸 '머리에 꽃을'이 그 지점에 근접한다. 원곡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었지만, 어쩌면 이 훌륭한 버전을 더 자주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1 머리에 꽃을 한음파 듣기 가사 보기 앨범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들국화의 음악은 당대를 상징했다. 모두 알고 모두가 부르는 '행진'을 곱씹으며 불러보면 왜 그 시대에 그렇게나 많은 이들이 함께 부르게 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곡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본의든 아니든 비를 기다리는 레인버드였고, 들국화의 음악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들국화는 비를 뿌리는 레인메이커는 아니었고, 이끼가 끼지 않는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처럼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는 전설이 되어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기다린다. 여기 이름을 올린 이들 중에서 그런 음악인이 나오길.

[글: 나도원 음악평론가, '100BEAT' 편집위원]

100비트 | 나도원 (웹진 '백비트' 편집인)

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및 장르분과장, '100비트' 편집위원, [결국, 음악]의 저자. 다양한 매체와 기관에서 다각도의 글을 쓰며 다채로운 역할을 맡고 있다.

http://100be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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