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M(이매진 어워드 뮤직페스트)과 함께하는 Daum 뮤직 이달의 앨범
젊은 비평가들로 구성된 전문가 집단과 함께 매달 좋은 앨범을 추천하여 소개합니다.
늦은 시간의 지하철 안, 공기는 무겁다. 사람들은 취해있거나 지쳐있다. 정면 대신 스마트 폰 액정을 응시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누군가의 통화 소리마저 예민하게 들릴 만큼 고요하다. 모두가 피곤한 그곳에서, 그들은 누군가와 얘기한다. 전화로, 문자로, SNS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남의 이야기를 듣는다. 많은 이야기들이, 큰 의미는 없다. 세상의 가십이나 회사에서 있었던 일 같은 굳이 거기서 하지 않아도 괜찮을, 그저 시간의 틈을 메우기 위한 이야기들이다. ..
더보기김일두의 과거와 현재를 반복의 방법으로 한 자리에 모아 놓은 음반을 들으며 그가 이 시대의 중요한 포크 싱어라는 걸 다시 깨닫는다. 때로는 청초하고 단아하기까지 한 기타 소리를 들으며 조금만 더 가창을 다듬었더라면, 조금만 더 선율에 굴곡이 있었더라면, 조금만 더 노랫말이 시적이었더라면 좋은 팝송이 되었을 노래들이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김일두는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이고 그래서 중요한 사람이 된다. 그에게는 하헌진, 김태춘, 김대중의 모습이 골고루 들어있다.
작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듣고 따라 불렀던 노래 가운데 하나가 김일두의 '문제없어요'다. 그동안 불러온 노래와 새로 만든 노래를 모아, 공식적으로 발표한 [곱고 맑은 노래]에는 '문제없어요'의 연장에 있는 노래들이 가득 담겨있다. 그 노래들은 거칠고 성긴 구석이 많지만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게 사람을 마음을 잡아 끈다. 어쩔 수 없이 절실하고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노래들.
언뜻 만만해 보이는 앨범 제목과는 달리, 김일두와 이 앨범은 결코 친절하지 않다. 굳이 편을 가르자면 불친절한 쪽에서 팔짱을 끼고 삐딱한 자세로 우리 곁에 서는 이 앨범은, 바로 그 위치에서 아름다움을 길어내는 흔치 않은 재주를 뽐낸다. 굳이 시처럼 곱게 다듬지 않은 노랫말과 그와 동시에 태어났음이 분명한 까슬한 멜로디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일상의 소음처럼 나부낀다. 이처럼 둥글고 뾰족한 소음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평범한 노래도 김일두의 목소리를 통과하면 외면하기 힘든, 어떤 진정성을 가진 노래가 된다. 그것이 단지 스타일 때문이라고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이것이 무드일 뿐이라 해도 이런 무드를 만들어내는 이는 적고, 몇몇 곡에서 김일두가 만들어 낸 울림 앞에서 시치미를 떼기도 어렵다. 다만 이러한 스타일이 동어반복이 되는 순간이 있다는 점은 지적하고 싶다. 자기 안에 갇힌 것은 아니기를.
우직함이라는 측면에서 당분간 김일두와 이 앨범을 능가하는 작품을 만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통기타 줄을 뜯으며 투박하고 거칠게 노래하는 목소리 사이로 만나는 느닷없이 등장하는 곰살맞음은 거부하기 힘든 마력을 지녔다.
세계 대중음악계의 역사를 가만히 살펴보면, 다른 가수의 히트곡을 쓴 프로듀서나 작곡가가 막상 자신의 앨범을 냈을 경우 성공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보통은 곡을 쓰는 능력에 비해 보컬 자체의 매력 혹은 퍼포먼스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게 맹점으로 작용하곤 했기 때문이다. 물론, 청자 대부분이 작곡가로서 재능과 보컬리스트로서 기대치를 비례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다소 억울했을 뮤지션도 있으나 어찌됐든 퍼포머가 아닌, ..
더보기편곡이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온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없을지 몰라도 개별 곡들의 방향이 분명하고 거침이 없다. 이것은 습관적이지 않은, 혹은 습관적이지 않으려는 앨범 전반의 태도와 호응하면서 노래를 살아 있게 만든다. 이런 실루엣은 곡의 착상 단계부터 완성되어 있었던 것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면모를 엿보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뼈대는 팝송의 자장에서 머문다. 그게 아쉬우면서 동시에 신기하다.
뛰어난 테크닉만으로도 돋보이는 선우정아는 남다른 개성과 원숙한 호흡을 겸비해서 다른 결을 보여주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개중 하나만을 가지고 있던 이들로 인한 아쉬움은 선우정아 덕분에 상쇄되었다. 훵키하고 소울풀하면서도 대중적이고, 대중적이면서도 속되지 않은 음악. 이제 그녀가 아직 들려주지 않은 나머지 암연의 음악들이 궁금하다.
취미로 ‘음악감상’을 적어내던 시절이 있었다. 선배들은 예전처럼 음악을 듣지 않는다고 하지만 듣는 방식이 다를 뿐이지 어쩌면 우리는 음악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이제는 한 곡, 하나의 앨범을 듣더라도 단순한 감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는 관심이 중요한 때이다. 출시 전에 이미 소문이 많이 난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 2집은 그렇게 찾아 들어줘야 하는 앨범이다. 그리고 지인에게 추천해야 하는 노래이다.
자의식을 겸비한 스타일리스트의 앨범이다. 강한 자의식에 비해 음악적인 매력이 떨어지거나 단조로운 패턴으로 일관하는 유형과 확연히 다르다. 변화무쌍한 장르 문법을 구사하고 곡마다 다른 포인트로 재미를 주었지만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인상적이다. 있는 그대로 다 까발리다 보면 그와 관련된 몇몇 단어에 집착하기 마련인데 그럴 필요조차 없다. 여기에 도달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고 여러 경로를 거쳤지만 굳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리지 않아도 충분히 특별하다.
얼핏 많은 이를 떠올리게 만들지만 궁극적으로 누구와도 닮지 않은 개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다양한 스타일에 촉수를 뻗고 있지만 난삽하지 않은 사운드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그리고 특정한 범주를 지향하지 않지만 자신만의 영역은 확고히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우정아의 앨범 [It's Okay, Dear]는 대단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렇게 우리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싱어-송라이터를 얻었다.
드린지 오의 음악은 매우 솔직한 매력으로 청자들의 자연스러운 공감을 유도한다. 그 솔직함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브리티시 포크 전성기의 전설적인 뮤지션 닉 드레이크(Nick Drake)에 대한 진심 어린 존경과 오마주다. 드린지 오의 음악에 진정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러한 존경의 대상으로부터 받은 영향을 온전하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환원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국형 포크의 역사와 전형성으로부터 벗어난 색다른 감동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드린지 오의 음악..
더보기지금까지가 독백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대화이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비올라의 앙상블만으로도 충분히 수려한 사운드는 자주, 편하게, 오래 들을 수 있는 앨범의 공기 이편저편을 채워나간다. 포크에 관한 싱잉과 송라이팅 그리고 프로듀싱의 모범적인 조화 사례이다.
섬세히 찰랑거리는 기타와 나직한 목소리로 대변되는 드린지 오의 음악은 1970년대 브리티시 포크와 1990년대 슬로 코어 등 몇몇 음악의 ‘사이’, 그 어딘가를 향하는 것 같다. 이러한 그의 음악적 지향(또는 국적성)에 대해 거론될 법도 할, 순전히 영어로 만들어진 제목과 가사는 역설적으로 드린지 오만의 색채를 강화시키는 기제가 된다. 전보다 더 유연하고 유려해진 풍광.
이별, 미련, 아픔, 그리움. 하나하나 뜯어보면 헤어짐의 언어와 멜로디로 가득 찬 앨범이지만, 이번에도 역시 우리에게 한 발 앞서 다가오는 건 드린지 오만의 고유한 ‘정서’다. 마치 기타와 하나가 된 듯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무수한 멜로디와 노랫말들은 이번 앨범을 통해 더욱 또렷이 자신의 존재를 밝힌다. 김민규, 김목인, 강예진 등의 동료들과의 합 역시 일품이다. 음악을 들으며 무언가 ‘느끼고’ 싶다면, 이 앨범이다.
신중하고 정교한 손놀림이 이미 오래 적응된 사람이다. 경험을 반영하는 그의 수준 높은 기타는 난이도를 헤아리기 전에 일단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막상 입을 열기 시작하면 수줍어진다. 기술적인 음악이 인간적인 음악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달리 말하면 여유와 고민의 동시 반영이다. 도구와 육성이라는 최소한의 사운드 질료만으로 이룬 성과.
[Drooled and Slobbered]는 음악가가 품을 수 있는 모든 정서를 함축한 놀라운 작품이다. 그 안에는 글렌 캠벨의 품격 있는 우수가 있으며, 던컨 브라운의 얼음 같은 서정이 있고, 닉 드레이크의 유약한 퇴폐도 있다. 현악과 건반 그리고 어쿠스틱 기타가 조각해내는 작지만 웅장한 파동을, 그리고 미려하고도 깊은 울림을 간직한 포크 앨범이다. 이 앨범을 통해 드린지 오는 1집을 통해 형성된 세간의 기대감을 충족시킨 것은 물론 그것을 더 증폭하기까지 했다.
대단한 비결이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지만, 특정 장르의 음악에서 정말로 ‘물건’이 나왔는지 판단할 수 있는 방법 중에는 주변 장르의 ‘전문가’나 평론가들이 관심을 갖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것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해당 장르의 구획 안에서 잘 만든 음반들은 많지만(여기에는 이른바 ‘하이브리드’도 포함된다. 하이브리드라고는 해도 제일 크게 발을 딛는 곳은 필요하다), 이를테면 록 음악의 팬이 관심을 갖는 힙합 음반은 드물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더보기‘지구온난화’가 좋다. 사람들이 알앤비라고 하면 자동연상하는 닭살스러움을 전혀 담지 않고 있기 때문이며, 레게에서 덥으로의 진화를 재현하는 음악적 교양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알앤비의 영역은 넓다. 이 앨범이 좋게 들리는 것은 트랜디하고 신나는 훅 속에서, 5분 넘게 전자 쥐가 분주히 좌우를 오가는 ‘Neon’같은 곡을 떡 하니 실어 놓는 교양, 혹은 객기 때문이다.
'씨스루' 등을 올라갔던 기대치는 [Red Light]를 통해 완전히 충족된다. 듣는 순간 자이언티임을 알 수 있는 독특한 목소리와 그 목소리를 통해 만들어내는 그루브는 자이언티만이 가진 것이다. 자이언티는 [Red Light]에서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탁월하게 표현해낼 줄 안다. 더불어 자신의 음악을 함에도 그 음악이 자연스럽게 대중의 반응과 연결되니 이는 자이언티가 가진 복이자 행운이다.
지금껏 호평을 받았던 한국의 네오 소울 계열 앨범은 사운드의 완성도에 방점이 가있거나 감각적인 보컬리스트의 기량이 8할을 차지했다. 언제나 다른 한 편이 아쉽던 이 바닥에 양수겸장의 반짝이는 물건이 등장했다.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자이언티가 싱글 혹은 조력자로 쌓은 기대치의 대부분은 독특한 음색과 남다른 리듬감,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Red Light]는 특정 포지션을 넘어 절제와 적합을 오가는 캐스팅, 주연과 감독을 넘나드는 다재다능한 능력을 만끽할 수 있는 앨범이다. 신파와 오열, 한민족의 한으로 변질된 흑인 음악의 진정한 멋과 재해석이 여기 있다. 이게 정말 시작에 불과한 것일까?
‘Doop’의 변칙 리듬과 ‘도도해’의 기타 세션으로 일찌감치 믿음을 준다. 귀에 착 붙는 트랙들과 세심한 감상을 유도하는 인스트루멘탈 트랙들 모두 버릴 게 하나도 없다. ‘지구온난화’는 한국 블랙뮤직 사상 가장 훌륭한 덥 싱글이 아닐는지. [배트맨 킬링 조크]와 닮아 있는 커버도 맘에 든다.
음악가란 모름지기 자기 고집으로 한껏 충전되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설사 이를 통해 논란을 불러온다 하더라도, 논란은커녕 지루한 평화에 안주하는 것은 음악가로서의 자세가 아닐 거라고도 믿는다. 조용필의 통산 19집 [Hello]는 바로 이런 측면에서 우선적으로 높게 평가받아야 할 작품이다. 1960년생이니, 올해로 63세. 환갑을 넘긴 노장 뮤지션이 차트를 올킬하고, 가요 순위프로그램의 클로징에서 한참이나 어린 후배들과 수위를 다투는 모습은 실제로 지난 수십 년..
더보기"서구 작곡가들의 곡을 받아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라고 과소평가 할 필요도 없고, "젊은이들까지 사로잡은 거장의 명반이다"라고 과대평가 할 필요도 없다. 세련된, 노련한, 눈치가 빠른, 좋은 모던 록 앨범이다.
그의 이력을 통틀어 가장 화끈한 팬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이미 ‘Bounce’의 완곡과 ‘Hello’의 티저가 공개된 당일부터 젊은 세대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는데, 그게 오랜 지지자들에게 그는 예나 지금이나 설득력 있는 음악을 추구한다는 확신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좀처럼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문화까지 만들어냈다. 그 분위기가 조금 염려스러울 수는 있어도, 그의 음악 그리고 그의 음악을 둘러싼 응답은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에겐 이렇게 노련하면서도 세련된 음악이 사실상 충분하지 않았다.
이 앨범을 얘기할 때 조용필의 나이와 젊은 감각의 음악을 연계하거나 그와 비슷한 연배 뮤지션들의 결과물과 비교하여 어드밴티지를 적용한다면, 좀 억울한 일이다. 특별히 강력한 희열을 안기는 지점은 없지만 곡의 진행과 보컬 어레인지 등 전반적인 구성이 탄탄하고, 팝과 록이 적절하게 뒤섞이는 가운데 몇몇 곡에선 작금의 트렌드인 일렉트로니카까지 무리없이 어우러지며 듣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본작에서 조용필의 보컬은, 그의 지난 커리어가 그랬듯, 그 자체로서 여전히 탁월하다.
이 앨범이 뒷날에도 기억된다면 그것은 어쩌면, 순수한 음악적 성취 때문이라기 보다는, 엄청난 대중적 성과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의 매력이 덜하다는 말이 아니다. 조용필이라는 장인의 영향력이 더하다는 뜻이다. 다른 누군가 이런 앨범을 만들 수는 있을지언정, 어느 누구도 그런 여파를 만들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근 20년 가까이 아이돌 음악이 한국 대중음악의 대세를 이루면서 그 이면에는 자의반 타의반 음악활동을 하지 않는 중견 가수들이 존재하고 있다. 한류라는 산업과 합쳐지면서 더욱 맹위를 떨치는 와중, 싸이의 돌발적인 히트에 이어지는 가왕 조용필의 신작은 분명 현 한국 대중음악 씬의 새로운 돌파구와 이정표가 되기에 충분하다. 특히 노래와 사운드는 물론 뮤직비디오, 마케팅, 프로모션 등 모든 프로덕션 방식에서 최고를 보여주고 있다.
변화와 혁신,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 이는 시간이 흐르고 음반이 쌓여가는 쪽에 속할수록 점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또 얼마나 변해야 성공적인 것일까? 이런 질문에 디어 클라우드의 경우는 괜찮은 답안을 내놓은 듯하다. 디어 클라우드는 그간의 이력을 통해 나름의 입지를 마련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일정 수준에 다다른 작품을 내놓고 있다는 점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번에 발표한 EP [Let It ..
더보기신시사이저의 비중이 늘어났지만 결정적인 변화로 들리지는 않는다. 명과 암의 완급을 적절히 조절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나름의 ‘역사’를 갖추기 시작한 밴드의 안정적인 작업이며, 콘서트를 기대할 수 있는 좋은 곡들도 있다. 선명하고 확실한 음반.
지난 해 발표된 나인의 솔로 앨범과 그간 구축된 디어 클라우드의 특징을 잘 버무린 작품이다. 나인은 특유의 도취감을 망설임 없이 분출시키고, 드라이브와 공간계를 조화시키는 용린의 기타는 음악의 격앙감을 더한다. 풍성하되 과하지 않은 편곡이 음악의 감정을 고양시킨다. 삼킴과 뱉음, 분출과 품기가 그대로의 의미로 적당한 시간 동안 머무는 것이다. [Let It Shine]은 그들이 지난 2년 동안 어디선가 무엇을 쉬지 않고 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탄탄한 레포트다.
이쯤 되면 ‘몰아칠 줄 아는 록 서정미’라고 박수를 보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풍성한 공간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서서히 곡의 무드를 고양할 줄 아는 밴드의 연주는 이제 베테랑의 경지마저 넘보고 있다. 다만, 몇몇 곡에서 심벌의 사용이 다소 과한 게 아닌가 싶지만 이것 외에는 단점을 쉬이 발견하기 힘들다. [Let It Shine]이라는 타이틀 그대로, 밴드의 미래가 앞으로도 창창할 것임을 증명하는 수작이다.
한 밴드가 지속적으로 멋진 앨범을 낸다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다. 이전 앨범의 행보를 답습하지 않아야 하며,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하고, 그 새로운 실험이 성공적이어야 한다. 그 실험이 한 번 성공하는 것도 어려울 진데, 여러 번 연속으로 성공하는 건 얼마나 더 어려울까. 디어 클라우드는 소위 말하는 '대박'은 아니지만, 꾸준히 좋은 앨범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 밴드들의 귀감이 될만하다.
흐름이 부드러운 음반들이 있다. 특정한 정서를 강요하지 않고도 자연스런 공감대를 펼쳐낼 수 있는 작품들 말이다. [Let It Shine]이야말로 그러한 앨범이다. 멜랑콜리와 적당한 움츠림, 약간의 경쾌함이 어우러지며 흩어져가는 도로의 풍경은 여전히 본인들만의 것이지만 핵심부만 자리한 나머지 요철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유의 음악이야말로 문체와 밀도, 간결한 구성이 중요한 법인데 그러한 점에서 높은 성취도를 자랑한다. 어느덧 편견은 사라지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좋은 음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