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소개
붉은 피 노을이 고요한 바다를 낭자하는 세계
IRON & WINE - AROUND THE WELL
음반 구입이 진화하지 못한 미개한 행동양식으로 취급당하는 21세기의 흐름에 반하며 무려 '2CD' 비-사이드 모음집을 꿋꿋하게 손에 들고 있는 여러분이라면, 이 앨범 <Around The Well>이 아이언 앤 와인(Iron & Wine)과의 첫 대면은 아..
붉은 피 노을이 고요한 바다를 낭자하는 세계
IRON & WINE - AROUND THE WELL
음반 구입이 진화하지 못한 미개한 행동양식으로 취급당하는 21세기의 흐름에 반하며 무려 '2CD' 비-사이드 모음집을 꿋꿋하게 손에 들고 있는 여러분이라면, 이 앨범 <Around The Well>이 아이언 앤 와인(Iron & Wine)과의 첫 대면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포크 계의 신데렐라 스토리 혹은 업종 변경의 성공 신화, 샘 빔(Sam Beam) 교수의 바이오를 다시 읊는 건 ‘교수직 사퇴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예전 감투를 우려먹느냐’고 지탄 받을 만한 일. 그저 샘 빔의 드라마틱한 등장과 그 이후 행보에 대해서는 이런 선수를 영화판에 뺏기지 않은 것이야 말로 새 천년 포크 씬에 내린 은총 중 하나라고 간단히 덧붙이고 싶다.
1. AROUND THE WELL
<Around The Well>은 2002년 데뷔작 <The Creek Drank The Cradle> 부터 2007년 세 번째 앨범 <The Shepherd's Dog> 사이 세상에 나와 흩어져 있던 비정규 트랙을 모은 앨범이다.
후에 공개된 보너스 트랙, 영화 사운드 트랙, 서브 팝(Sub Pop Records)이 아닌 다른 레이블의 컴필레이션에 공개된 곡, ‘예티(Yeti)’ 등의 잡지에 제공한 곡 등 각 다른 루트를 통해 발표된 그의 곡과 커버 곡들까지 한 데 모였다.
우선 <Around The Well>이란 앨범 제목을 제공해준 ‘The Trapeze Swinger’처럼 영화 사운드트랙에서 가져온 곡들이 있다.
‘The Trapeze Swinger’는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이 출연했던 <인 굿 컴퍼니(In Good Company)>에 쓰인 곡. <가든 스테이트(Garden State)>에 삽입된 ‘Such Great Heights'는 알려진 바대로 포스탈 서비스(The Postal Service)를 커버한 곡이다.
그러고 보면 무도회 장면 이후 그에 대한 십대 층 인지도를 못해도 170%는 증강 시켰을 <트와일라잇(Twilight)>의 ‘Flightless Bird, American Mouth’까지 커리어의 중요한 지점마다 영화 사운드트랙이 맞물려 있단 점이 재미있다.
흥미로운 커버곡도 여럿 실려 있는데 원 곡의 주인은 플레밍 립스(Flaming Lips / ‘Waitin' For A Superman’), 스테레오 랩(Stereolab / ‘Peng! 33’), 무려 뉴 오더(New Order / ‘Love Vigilantes’)다. 하나같이 골방 포크 사운드의 전형과 같은 그의 스타일을 배반하는 이름들인데도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은유와 상징으로 버무려진 아이언 앤 와인의 스타일과 다르게 간결한 위트 속에 직선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것. 어떤 곡도 '아이언 앤 와인'스럽게 만들어버리는 조곤조곤 보이스와 기타 연주만큼이나 인상적인 장면이다.
아이언 앤 와인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내보인 첫 작업은 2000년 예티(Yeti)라는 한 예술 잡지에 실린 ‘Dead Man's Will’이 되겠다.
샘 빔은 이후 예티의 거의 모든 샘플러에 자기 곡을 기꺼이 제공한다. ‘Waitin' For A Superman’과 ‘Peng! 33’가 그 예이며 희귀 트랙 중 하나인 ‘Moring’과 ‘Sacred Vision’ 역시 잡지의 샘플러로 실렸던 곡이다.
여기에 더해 아이튠스에서만 받을 수 있던 2004년과 2006년의 두 디지털 EP에 실린 곡들도 이번에 새로운 자기 주소를 가지게 되었다.
2. 균형과 모순의 세계
<Around The Well>의 가치는 흩어진 파편을 한데 모은 데 그치지 않고 이 연합이 그가 골방 싱어에서 밴드를 거느리고 스튜디오 사운드를 실험하기까지 생략되었던 변화 과정을 담은 가이드 역할을 수행한다는데 있다. 마치 발달의 파노라마 같달까.
또한 샘 빔의 미국 남부사람으로의 정서를 잘 드러낸 앨범이기도 하다.
그의 가삿말은 성경과 자연을 노래하지만 오만가지 은유가 혼재하며 고딕한 정서마저 띄고 있다. 몇몇 곡에서의 캐릭터에 대한 파괴적 풀이는 소설을 방불케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순간 그것이 한번 눌린 상태로 우리에게 다가옴은 그의 차분한 사운드와 목소리에 의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