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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단번에 청자를 사로잡을만한 총명함을 과시하는 코어 매거진의 음악은 U2와 뮤즈, 여기에 덧붙이자면 펫 샵 보이즈까지 거론할만한 매력으로 충만하다. 이러한 다양한 레퍼런스적 요소들이 하나의 세련된 형식미로 나타나면서 또 하나의 주목할만한 밴드가 탄생했음을 각인시킨다. 올해의 발견이라 칭할만한 돋보이는 결과물이다.

이경준

첫 곡 '이미 늦은 말'을 들어보라. 이거 완전히 웨스트코스트 AOR 이다. 한국에서 이런 음악이 나온 적이 있었던가? 내 기억엔 그렇지 않다. 그런데 배후에 티어스 포 피어스도 있고, 펫 샵 보이스의 흔적도 넘실거린다. 결국 AOR에 신스 팝을 겹쳐놓은 셈인데 이게 또 구닥다리가 아니다. 시계추를 부지런히 왼쪽과 오른쪽으로 밀며, 사운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구간을 넘나든다. 30대 이상부터 10대 여성 팬까지를 모두 아우를 수 있을 올해 최고의 멜로디 음반이다. 가장 큰 미덕은 필러(filer, 분량 채우는 곡)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김학선

뉴 메탈 시대에 등장해 어느 정도 이름을 알렸던 과거를 배제한다면, 그리고 그 당시의 밴드들에게 가질 수 있는 선입견을 배제한다면, 코어 매거진의 EP는 의외의 한 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록+일렉트로닉' 음악의 선구자 정도로 얘기할 수 있는 스타보우에 코어 매거진의 리더 류정헌이 몸담았었다는 걸 떠올려 본다면 코어 매거진의 이번 선택이 그리 의외로 여겨지진 않을 것이다. 개러지 록과 신스 팝의 만남은 이제 식상해 보일 수 있는 조합이지만, 그 식상함을 코어 매거진은 빼어난 멜로디 감각으로 이겨낸다. 주목할 만하다.

이민희

경력에서 오는 듬직한 연주가 일단 두드러진다. 빈틈없는 기타로 사람을 후련하게 하다가도, 센스있게 건반을 활용하기도 한다. 보컬 이정호는 각 노래의 목표와 방향에 따라 유동적으로 다른 소리를 내는 숙련가로 보인다. 현장에서 내는 소리가 궁금해진다. 짜임새 있는 정규 앨범을 기다리게 된다. 달랑 네 곡이 주는 상당한 안정감과 풍요로운 기대치.

김현준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음악에 몸담았던 경력 덕인지, 이 EP에 담긴 네 곡은 그 자체로 어느 한 구석 빠짐이 없다. 더 많은 곡과 풍성한 이야기를 담았다면 단박에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올랐을 지도 모른다. 세대를 뛰어넘어 많은 이들을 공감시킬 사운드와 매력적인 멜로디, 여기에 짱짱한 고집까지 겸비했다.

김작가(추계예대 영상시나리오학과 강사)님의 앨범리뷰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바람처럼 불어왔다가 먼지처럼 가라앉은 유행이 있었다. 이른바 핌프 록. 물론 정확한 명칭은 아니었다. 해외에서는 뉴 메탈이나 하이브리드 록 등으로 불리웠지만 국내에서는 유독 핌프 록이라는 이름이 통용되곤 했었던, 콘과 데프톤스를 시작으로 림프 비즈킷과 콜 체임버 등을 거쳐 린킨 파크로 이어..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바람처럼 불어왔다가 먼지처럼 가라앉은 유행이 있었다. 이른바 핌프 록. 물론 정확한 명칭은 아니었다. 해외에서는 뉴 메탈이나 하이브리드 록 등으로 불리웠지만 국내에서는 유독 핌프 록이라는 이름이 통용되곤 했었던, 콘과 데프톤스를 시작으로 림프 비즈킷과 콜 체임버 등을 거쳐 린킨 파크로 이어진 바로 그 흐름 말이다. 어쨌건 당대 미국 록의 주류였기에 닥터 코어 911을 시작으로 동시대 한국 인디 씬에도 자연스럽게 유입된 이 장르가 변방에 머물지 않고 일간지 문화면에 오르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2000년 발표된 서태지의 [울트라맨이야] 때문이었다.

서태지는 자신의 음악을 핌프 록이라 규정하며 인디 씬에서 동종의 음악을 하는 밴드들을 규합, 전국 투어와 페스티벌까지 열었다. 코어 매거진 역시 그 패밀리의 일원이었고 서태지가 설립한 레이블 괴수인디진에 소속되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규합된 밴드들은 이 인위적으로 조성된 유행이 사그라지면서 함께 잊혀졌다. 코어 매거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10여 년 전의 덧없던 유행을 지금 다시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그 ‘핌프 패밀리’의 막내 격이었던 코어 매거진의 데뷔 EP [Peep] 때문이다. 만약 이 앨범이 그때 그 음악으로 이뤄져 있다면, 이렇게 글을 쓰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시대착오적 답습이상, 이하도 아니었을 테니까. 그저 코어 매거진이라는 밴드의 시작이 그랬다는 얘기다.

[Peep]의 코어매거진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밴드다. 오리지널 멤버는 기타의 류정헌뿐, 다른 멤버들은 모두 에이첼 인 어 스토리 출신이다. 음악 역시 그러하다. 약 6개월 간의 준비와 레코딩을 거쳐 발매된 [Peep]은 핌프 거품이 급격히 꺼진 이후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인디 록계가 시도해왔던, 그리고 지금은 확고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댄서블 록을 담고 있다. 이는 ‘오리지널’ 코어 매거진 이후, 류정헌이 몸담아왔던 팀들의 사운드와도 일맥상통한다. 2000년대 중반 킬러스에 많은 영향을 받았던 스타보우, 김바다가 이끌었던 레이시오스, 그리고 본격 일렉트로닉 록을 추구했던 킬러 커츠. 그렇다. 이 밴드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일렉트로닉과 록의 결합 외에도 1980년대 뉴 웨이브와 신스 팝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데 있다. 또한 TV 옐로우, 텔레파시를 거쳐 칵스와 글렌 체크로 이어지는 인디 씬 전반의 한 지류를 형성하는 흐름이기도 하다.

첫 곡 ‘이미 늦은 말’은 코드를 누르는 신시사이저에 얹힌 보컬로 시작, 킥 드럼이 얹히다가 다시 신시사이저를 중심으로 한 전체 사운드가 가세하면서 코러스를 향해 달려나가는 구성의 곡이다. 이는 킬러스의 등장과 함께 재조명 받은 신스 팝의 전형적인 구성이자 승부수이기도 한데, 코어 매거진의 지향점을 단숨에 보여준다. 이러한 방법론은 네 곡의 수록곡 전반을 관통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들은 이러한 방법론으로 적잖은 시간 동안 물밑에서 쌓아온 내공을 보여준다. 기타와 신시사이저가 공존하는 밴드들의, 특히 스튜디오 이전에 공연장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 신인들의 단점은 과도함으로 인한 피로다. 앨범과는 비교할 수 없는, 현장에서의 즉각적인 반응으로 인해 지나치게 공간을 가득 채우는 사운드로 일관하기 일쑤인 것이다. 이를 통제하고 다듬을 프로듀서 시스템이 정착하지 않은 환경이다 보니, 공연장에서는 관객을 금방 달굴 수 있을지는 몰라도 막상 앨범에서는 본질적인 부분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공연은 보고 듣고 노는 실시간 엔터테인먼트지만 음반이란 듣는 매체라는 것을 말이다. 하여, 그런 음반이란 금방 질리기 마련이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음식이 잠시 유행할 수는 있어도, 금방 혀의 피로를 유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코어 매거진은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댄서블 사운드의 요소를 모두, 그것도 충분히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소리들은 치고 빠질 곳에서 정확히 치고 빠진다. 기타와 신시사이저가 얽히는 부분에서도 적절한 편곡과 레코딩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확보하고 서로의 자리를 내어주며 ‘밴드 사운드’의 미덕을 일궈낸다. 이는 보컬 멜로디와 연주의 역할에도 공통으로 적용된다. 다소 전형적인 패턴의 ‘Maybe Tomorrow’를 제외한다면 보컬 멜로디는 앤섬(송가)으로서의 기능도 기대할만한 팝적인 진행을 보여주는데, 다른 파트의 사운드들은 멜로디를 침범하지 않되 보컬이 없는 틈새마다 적확한 자극을 찔러 넣는다. 그리하여 [Peep]은 충분히 감상용으로서의 매력을 가진, 신인 일렉트로닉 록 밴드의 흔치 않은 출사표로서 기능한다. 쉽지 않을 것 같은 라이브가 기대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기대되는 건, 일종의 ‘미끼’라 할만한 EP와는 달리 밴드의 장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날 정규 앨범이다. 젊고 에너제틱한 세대가 주도하고 있는, 댄스와 록의 융합에 이 원숙한 신인들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도 그제서야 선연히 드러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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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미 늦은 말   코어매거진 듣기 가사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2 Regret 코어매거진 듣기 가사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3 Maybe Tomorrow 코어매거진 듣기 가사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4 Dance (Fresh Groove) 코어매거진 듣기 가사 보기 뮤직비디오 보기 재생목록에 담기 MP3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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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소개

코어매거진(CoreMagaZinE) EP [peep]

새 멤버들과 새로운 음악으로 다시 태어난 밴드 코어매거진.
결성 초기에 쌈지사운드 페스티벌 1회 숨은 고수로 발탁되고 피아, 닥터코어 911 등과 함께 공연에 오르며 빠르게 성장한 밴드 코어매거진은 서태지와 함께 전국 투어를 다니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중 넬, 피아의 뒤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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